[특파원 코너] 기로에 선 중국의 일대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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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취임 첫해인 2013년 9월 7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나자르바예프대에서 강연했다.
시 주석은 2100여년 전 한나라의 외교관이었던 장건이 이곳에서 중국과 서역을 잇는 비단길을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둘을 합한 것이 시 주석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중국의 장기 국가전략이 된 '일대일로'(The Belt and Road)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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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취임 첫해인 2013년 9월 7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나자르바예프대에서 강연했다. 시 주석은 2100여년 전 한나라의 외교관이었던 장건이 이곳에서 중국과 서역을 잇는 비단길을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인구 30억 시장의 ‘실크로드 경제벨트’ 건설을 제안했다. 고대 실크로드의 시작점인 창안(현재의 산시성 시안)은 시 주석의 고향이다.
시 주석은 한 달 뒤 인도네시아 국회 연설 중 중국 남부와 아프리카를 잇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내놨다. 이 둘을 합한 것이 시 주석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중국의 장기 국가전략이 된 ‘일대일로’(The Belt and Road) 프로젝트다. 철도, 항만 등 인프라 건설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던 개발도상국들은 환영했다. 이들 국가는 대개 신용도가 낮거나 독재, 인권 탄압 등의 이유로 서방 블랙리스트에 올라 투자를 제대로 못 받는 처지였다.
일대일로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중국은 152개국, 32개 국제기구와 200개 이상의 일대일로 공동건설 협력 문서를 체결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과 일대일로 협정을 맺은 국가의 수출입은 지난해 동기 대비 9.8% 증가해 전체 대외무역 증가율(7.7%)을 앞섰다. 파산 직전이었던 세르비아의 스메데레보 제철소가 중국 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활력을 되찾고, 중국이 건설과 운영에 참여한 그리스 비레에프스항의 물동량이 급증했으며, 중국이 자금을 댄 농촌 우물 파기 사업으로 세네갈 주민들이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는 건 일대일로 10주년을 맞아 중국 관영 매체가 선전하는 성공담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0년 동안 일대일로는 이념에서 행동으로, 비전에서 현실로 뿌리를 내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건 아니다. 일대일로의 그림자를 뚜렷하게 보여준 사례가 있다. 스리랑카는 지진해일로 무너진 함반토타항 재건을 위해 중국에서 11억2000만 달러(1조4860억원)를 빌려 개발에 나섰다. 이후 이용이 저조하고 적자만 쌓여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2017년 항구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넘기는 협정을 체결했다. 함반토타항은 민영 컨테이너 선박이 주로 입항하는 인근의 콜롬보항보다 한적해 중국 해군 함정이 드나들기에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 인도는 함반토타항이 언젠가 중국 해군의 인도양 전초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 친중 국가인 파키스탄에서도 일대일로 사업은 위기에 처했다.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에서 신장의 카스까지 2800㎞ 구간에 도로와 철도, 가스·송유관을 건설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 프로젝트는 사업이 초기 대비 70% 이상 감소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경제성 없는 사업을 벌이다 중국에 230억 달러(32조5000억원) 규모의 빚을 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식으로 막대한 부채를 안아 파산 위기에 몰린 나라가 20개국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베이징에선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이 열린다. 지난달 중국 주도로 외연을 확장한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이어 중국이 또 한 번 세를 과시할 수 있는 이벤트다. 브릭스 정상회의에는 못 갔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번에는 참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했던 이탈리아가 탈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건 뼈아픈 일일 것이다. 지금 분위기라면 시 주석은 결국 개도국 정상들만 모인 자리에서 일대일로가 국제 경제협력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 됐다는 자화자찬을 하게 될 것 같다.
권지혜 베이징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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