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민단체는 죽었다”… 기억의 터 임옥상 작품 결국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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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민중미술가 임옥상 작가의 조형물 2점을 5일 철거했다.
정의연은 "서울시가 임 작가의 작품을 철거한다는 이유로 기억의 터 조형물을 일방적으로 철거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성추행 가해자의 작품을 철거한다는 명분으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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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민중미술가 임옥상 작가의 조형물 2점을 5일 철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단체는 죽었다”고 비판하며 시민단체와의 전쟁 2라운드에 나섰다.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기억의 터에는 임 작가의 ‘대지의 눈’ ‘세상의 배꼽’ 2점이 설치돼 있었다.
임 작가는 지난 6월 자신이 운영하는 단체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최근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그러자 서울시는 임 작가의 작품을 존치하는 건 위안부를 모욕하는 것이라며 철거 작업에 착수했다. 시 관계자는 “기억의 터가 시민 모금 등을 거쳐 조성된 공간이라는 점과 자체 여론조사 결과 등을 반영해 임 작가의 조형물만 철거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전날 정의연 등의 반대 집회로 철거가 무산되자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시민단체는 죽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오 시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가 성추행을 인정한 작가의 작품 철거를 막아섰다”며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시민단체가 같은 사안을 두고도 ‘우리 편’이 하면 허물을 감싸주고 ‘상대편’이 하면 무자비한 비판의 날을 들이댄다”며 “오랜 세월 진영논리에 젖어 사고하다 보니 무엇이 상식인지도 모르는 듯하다. 시민운동은 우리 편 들기 운동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철거 작업이 마무리된 후 위안부 피해자를 제대로 기릴 수 있도록 조형물을 재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광화문역 내 ‘광화문의 역사’, 하늘공원 내 ‘하늘을 담는 그릇’, 서소문청사 앞 ‘서울을 그리다’ 등 임(사진) 작가의 작품 6점이 서울시립시설에서 모두 철거됐다. 오 시장은 앞서 보수 진영의 요구에 따라 서울광장 내 이태원참사 피해자 분향소 강제 철거를 검토했으나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이번 임 작가의 조형물 철거는 보수 진영의 반시민단체 여론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의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으로 전락했다”며 ‘서울시 바로 세우기’에 착수했었다.
정의연은 “서울시가 임 작가의 작품을 철거한다는 이유로 기억의 터 조형물을 일방적으로 철거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성추행 가해자의 작품을 철거한다는 명분으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31일 법원에 철거 금지 가처분 소송도 냈지만 각하됐다.
임 작가 작품인 청계천 전태일 동상의 존폐를 둘러싼 논의 역시 이어지고 있다. 전태일재단이 꾸린 ‘전태일 동상 존치·교체 숙의위원회’는 전태일 동상의 존치와 교체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각계 의견을 들은 뒤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전태일 동상은 2005년 청계천 복원 당시 노동자·시민의 모금으로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 설치됐다.
임 작가는 미술의 사회 참여를 주장하며 1980년 창립전을 가진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하며 부상한 민중미술 간판작가다. 보리밭에 거대한 농부의 상반신을 형상화한 ‘보리밭’ 등 대표작을 통해 ‘땅(흙)의 작가’로 통한다. 수탈당한 농촌을 형상화한 ‘웅덩이Ⅱ’ 등 4점은 군사정권 시절 당국에 압수되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회화 작업보다는 퍼포먼스나 공공미술 작가로 더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1980~90년대 예술민주화운동, 2016년 촛불시위 등에 참여했다. 진보 정권이 집권하면서 정부의 기념 조형물을 전국적으로 수주했다. 광주비엔날레 ‘매향리의 시간’ 등 전국에 200여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준구 기자,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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