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집에 남겨진 6남매… “우리가 도움의 손길이 돼 돌볼 것”
6남매는 잠비아 몬제시 마고예 지역에 산다고 했다. 부모는 없다. 2014년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재혼해 떠나버렸다. 잠비아는 전체 인구의 70%가량이 하루 한 끼 먹기도 힘들다고 한다. 그러니 부모 없는 6남매의 삶이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이 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 월드비전과 함께 이들의 집을 방문했다. 국민일보와 함께 하는 ‘밀알의 기적’ 캠페인의 일환으로 경기도 부천시 순복음중동교회 김경문 목사와 아내 이수진 목사가 동행했다.
그런데 그 어려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집은 몬제시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었다. 몬제시는 수도 루사카에서 3시간여 떨어진 곳이다. 집이라 말하기도 민망했다. 흙으로 만든 움막 수준이었다. 흙벽돌을 쌓고 짚을 얹었다. 홑이불을 걸쳐 문을 만들었다.
우리 일행을 본 남매가 두 흙집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4명인데 한 명은 부축을 받았다. 몸을 못 가눴다. 너무 말랐는지 종아리가 콜라병보다 얇았다. 둘째인 19세 힐다 마통고다.
한 아이는 어린아이를 안고 있었다. 이들의 엄마는 떠났다고 들었는데 아이가 있어서 누군지 물었다. 셋째인 17세 사라 마통고의 딸이라고 했다. 4개월 된 아이로 친부가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 키는 크지만 아직 앳된 청년이 이 집의 가장, 21세 미첼로 무야케다. 아버지가 달라 성이 다르다. 옆집의 숯 만드는 것을 도와서 생계를 잇고 있다. 제일 어린 남자 아이가 10세 출웨 마통고이고 넷째인 11세 엘리나 마통고와 막내 9세 마임보 마통고는 이웃집에 갔다고 했다.
관심은 아픈 힐다에게 쏠렸다. 김 목사는 어디가 아픈지, 치료는 받았는지 등을 물었다. 힐다는 몸에 힘이 없고 배 주변으로 항상 통증이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배가 아파 생리통인 줄 알았다. 점점 아픈 부위가 넓어져 보건소를 찾았고 의사는 말라리아 같다고 했다.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보건소도 큰마음 먹고 간 터라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은 눈이 가려워 물로 씻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악화돼 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야기를 들은 김 목사는 너무 안타까워하며 “하나님께 기도하면 낳게 해주실 것이다. 도와주실 것이다”고 위로했다. 이어 힐다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는 “하나님은 이렇게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이 땅에 오셨다”며 “우리가 주님의 손이 돼 이 아이들을 돌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인 이 목사는 한국에서 준비해 간 옷을 선물했다. 새 옷을 입혀 주자 아이들의 표정은 밝아졌다. 옷 상표가 그대로 붙어 있었지만 평생 새 옷은 처음이기에 이것을 떼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이 목사는 순복음중동교회 성도들이 만든 팔찌를 채워주고 구슬 사이에 있는 앙증맞은 십자가를 가리키며 “이걸 보면서 항상 예수님을 생각하고 기도하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너희들은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후원을 약속했다.
월드비전은 이들 6남매처럼 전 세계의 취약 아동을 돕는 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다. 잠비아 마고예 지역에 아동 5만 여명이 있는데 이 중 3824명을 1대1 결연을 통해 돕고 있다. 한 아이를 재정적으로 돕는데 그치지 않고 그 아이의 삶이 나아지도록 그가 사는 마을을 발전시키는 게 월드비전 사역의 특징이다.
현재 잠비아에 있는 한국 월드비전 사역지 5곳 가운데 두 곳인 충고·마고예 지역에선 식수 위생, 읽기 능력 향상, 소득 증대 등을 벌이고 있다. 식수시설 12개와 수동 펌프 100여 개를 설치해 지역민 1만여 명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읽기 능력 향상을 위해 5000여 명에게 교재를 지원하고 91개의 읽기 캠프를 운영했으며 교실 4곳을 신축했다. 또 각 집에서 짠 우유를 모아 공장에 제공하는 집유소 2곳을 설치해 678개 농가의 소득에 기여했다. 방앗간도 설치하고 저축그룹도 만들었으며 1500여 마리의 염소와 닭도 제공했다.
일행은 이튿날 월드비전의 지원으로 성과를 낸 초등학교 ‘시부부학교’를 방문했다. 2009년 교실 수리 공사를 시작으로 책상과 의자, 빔프로젝터 등을 지원해 현재는 교사 15명, 학생 수가 200여명에서 400여명으로 늘었다. 김 목사는 “가난을 극복하고 한국처럼 잘 살려면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며 “월드비전을 통해, 특별히 한국의 후원을 받은 아이들이 잠비아의 리더로 성장하길 축복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학교에 식수 펌프 2기 설치 지원도 약속했다.
마고예(잠비아)=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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