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들음의 중요성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 10:17) 사도 바울이 믿음의 형성 과정과 핵심에 대해 깨달은 내용입니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때로는 신앙인들이 그 중요성을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울이 강조한 믿음의 요점은 두 가지입니다. 무엇을 전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복음과 믿음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 말씀입니다. 우리는 이를 기준으로 삯꾼과 선한 목자, 잘못된 길과 옳은 길, 이단과 정통을 구분합니다. 이 기준으로 바울이 강조한 것은 바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라는 표현입니다.
이 표현을 인용구로 두 번씩 사용하며 강조한 이유는 기독교 탄생과 세상의 창조까지도 이 ‘들음’에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본문 말씀을 전하면서 이사야 52장 7~8절을 인용합니다. 이사야가 세상에 공포하고자 한 내용은 좋은 소식과 평화 및 구원을 가져오는 파수꾼의 소리입니다. 다시 말해 세상을 창조·통치하며 지키시는 하나님의 사역을 선언하는데, 이 모든 것이 들음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하나님 말씀에 반응해 일어난 역사의 시작이나 전환을 창세기의 여러 이야기를 통해 접합니다. 창세기 1장은 하나님의 세상 창조에 관해 서술하는데, 여기에서 하나님이 선포한 표현인 ‘이르시되’는 12번(개역개정 기준)이나 등장합니다. 하나님의 선언대로 세상이 형성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형성은 창조주의 말씀을 들은 대로 반응함으로써 형성됩니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기독교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아브라함의 부르심도 하나님 말씀과 그에 대한 아브라함의 응답으로 시작합니다.(창 15:1~2) 이 응답이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1세기 현대사회에서는 이 들음에 대한 인식이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에 있어 듣는 행위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듣는 것을 통해 사냥감의 위치를 파악하고 대처했습니다. 즉 들음은 위험이 다가옴을 감지하는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미디어 발전, 특히 영화나 TV 산업의 발전을 시작으로 인간은 시각적 정보에 민감해졌습니다. 이와 동시에 보는 것을 듣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흐름이 21세기까지 이어지면서 각종 SNS나 미디어의 전달 방식이 시각적 정보전달을 최우선 요소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을 사는 그리스도인도 이런 사회·문화적 영향으로 듣는 것보다 보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말씀 전달이나 전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배에 많은 시각적 정보들을 사용하고 전도할 때도 SNS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두합니다.
이런 사회·문화적 성향을 모두 거부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시대적 영향으로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과의 교통 방식인 ‘듣는 것’에 소홀해 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됩니다. 보는 행위와 달리 듣는 것은 상호 작용이 필요합니다. 소리가 있으면 그것을 듣는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과의 대화인 기도 역시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 잘못을 고백하는 일종의 ‘말하는 행위’도 중요하지만, 하나님께서 나에게 어떻게 말씀하시는지 ‘듣는 행위’도 중요합니다.
믿음을 흔드는 요소가 많은 시대일수록 하나님과 소통인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랍니다. 하나님과 소통하는 시간을 회복해 매일 하나님의 인도대로 발걸음을 내딛는 여러분이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오지성 부목사(용인 성찬교회)
◇오지성 목사는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소속된 용인 성찬교회 부목사로 미국 보스턴대(목회학 석사), 보스턴칼리지(신약학 석사), 미국 렌셀러폴리테크닉대(건축음향 석사)에서 공부했습니다. 20여년간 교회 미디어 관련 사역과 방송 관련 콘텐츠 제작을 하고 있으며 실내 건축음향 컨설팅·미디어 시스템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및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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