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후가 배우를 꿈꾸는 이유
Q : 오늘 배우 인생 첫 화보를 찍었어요.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A : 정말 영광입니다. 처음 연기하러 갈 때처럼 긴장되더라고요. 오랜만에 잠을 설쳤어요.
Q : 2022년에 데뷔해서인지 아직 세상에 당신에 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더군요. 스스로 유정후를 소개한다면
A : 온라인 프로필에 없는 것부터 말해 볼게요. 일단 97년생이고, 기계공학을 전공했어요. 3학년까지 학교를 다니다 휴학한 상태입니다. 그사이 군대도 다녀왔어요. 그리고 보기보다 정이 많아요. 그만큼 정을 또 쉽게 주지는 않고요(웃음). 이 정도면 될까요?
Q : 공대생이었군요! 〈뉴 연애플레이리스트〉에서 연애에 능숙할 것 같지만, 진심 앞에서는 서툰 대학생 박도윤의 매력을 알아본 사람도 많았죠
A : 저도 대학시절을 경험해 봤으니 그때를 절로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공대라 여학생이 거의 없지만, 그나마 해봤던 미팅이나 연애 경험을 돌이켜보고 그 나이에만 가질 수 있는 풋풋한 감정을 되새기며 연기했어요. 특히 술자리 장면이 많았는데 그때 참 설레고 즐거웠던, 지금은 잊힌 감정을 꺼내본 것 같아요. 요즘 술 마신다고 ‘텐션’이 그만큼 올라가지 않지만요(웃음).
Q : 데뷔 이후 공교롭게도 〈배드걸프렌드〉 〈뉴 연애플레이리스트〉 〈청담국제고등학교〉까지 웹드라마를 연이어 찍었어요. 이달 종영한 주말극 〈아씨두리안〉과 주요 시청 플랫폼도, 시청 연령대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죠. 이를 실감했나요
A : 웹드라마 현장에서는 함께 출연하는 배우 중 제가 연장자인 경우가 많았어요. 〈아씨두리안〉 현장에는 아무래도 대선배님들이 계시고, 제가 막내라 분위기 자체가 달랐죠. 30~40년간 연기해 온 선배님들께 연기 테크닉은 물론, 동료를 대하는 태도와 인간적 면모를 배울 수 있었어요. 또 길을 걷다가 저를 알아봐주는 10~20대 분들은 대부분 〈청담국제고등학교〉나 〈뉴 연애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중년층 분들은 〈아씨두리안〉을 재밌게 보신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차이가 재밌게 느껴졌죠.
Q : 조선시대의 두 여인이 2023년 현재로 타임슬립한다는 내용의 판타지 드라마 〈아씨두리안〉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요. 따뜻한 성품을 지닌 톱스타 단등명 역으로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습니다
A : 오디션을 3차까지 봤어요. 감독님께서 등명이라는 인물을 찾기 위해 수개월에 걸쳐 오디션을 봤고, 캐스팅에 진심인 작가님도 배우 몇백 명의 영상을 모두 보셨대요. 감사하게도 두 분 모두 제 이미지와 등명이가 일치한다고 생각하셨고,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운 좋은 사람이 됐죠.
Q : 임성한 작가 특유의 꼼꼼한 지문 묘사나 행간에 숨은 의미를 연기로 표현하기는 어렵지 않았나요
A : 작가님의 대사가 일상적 어투는 아니라 어려운 면도 분명 있지만, 지문에 모든 디테일을 정확하게 쓰시는 편이라 캐릭터를 연구할 때 이 캐릭터가 이렇게 행동하는 게 맞나 헷갈릴 일은 없었어요. 물컵을 어느 타이밍에 짚는지까지 세세하게 표현돼 있거든요.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연기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Q : 단등명과 유정후가 닮은 점이 있다면
A : 저도 어른을 잘 따르고 좋아해요. 예의도 중요하게 여기고요. 선배님들께도 잘 다가가고, 학창시절 학교 선생님과 학원 선생님들을 아직까지 뵙고 연락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거든요. 다른 점이라면 등명이는 주관이 그다지 뚜렷한 것 같진 않습니다. 엄마 말을 잘 듣잖아요.
유정후는 엄마 말을 잘 듣지 않나 봐요
A : 엄마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 듣는데, 아니면 제 식대로 합니다(웃음).
Q : 부모님은 배우라는 꿈을 지지해 주셨나요
A : 처음에는 반대하셨어요. 제가 광고 활동하며 번 돈으로 연기학원비 내고, 생활비를 충당하고, 장학금까지 받으며 경제적 부분을 홀로 개척하는 모습을 보며 어느 순간부터 확실히 믿고 지지해 주셨어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단 걸 알게 되신 거죠.
Q : 몸소 열정을 증명할 정도로 꼭 배우가 돼야겠다 마음먹은 순간이 있나요. 학교생활도 꽤 충실히 해왔잖아요
A : 어릴 때부터 배우를 꿈꿨지만, 부모님께서 반대하기도 했고 저 역시 어른들 말이 맞겠거니 하고 마음을 접었어요. 유명인이라는 존재를 동경하는 건지 저 스스로도 불확실했거든요. 고등학생 시절, 본격적으로 배우를 하겠다는 친구들이 주변에 생기는 걸 보며 그게 제 삶과 마냥 동떨어진 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일단 군대를 다녀오고 전역해서도 계속 배우를 하고 싶다면 곧장 가보자 싶었는데 군대에서 여러 작품을 보면서 꿈이 더 커지더라고요.
Q : 제일 재밌게 본 작품을 꼽는다면
A : 〈도깨비〉. 진짜 재밌게 봤습니다.
Q : 당신에게 자극을 준 배우나 닮고 싶은 스타가 있었나요
A : 열 아홉 살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조니 뎁과 연기한 〈길버트 그레이프〉를 우연히 봤어요. 지적 장애인을 연기하는데, 어릴 때부터 연기에 진심이었던 배우란 걸 실감했죠. 작품마다 보이는 캐릭터의 특성도, 표현방식도 다르고 관객을 빨아들이는 독보적 매력을 가져서 연기 공부할 때 많이 참고했어요. 또 마일스 텔러. 〈위플래시〉에서 내달리는 청춘의 얼굴을 누구보다 잘 표현했잖아요. 그 열정과 피땀을 보고 바로 팬이 됐습니다.
Q : 연기를 “살면서 해본 것 중 가장 어렵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것”이라 표현했죠. 어떤 어려움과 재미를 발견했나요
A : 상황에 따라 어려움의 종류는 달라지겠지만, 요즘은 경험이 부족한 탓에 연습한 만큼 현장에서 100%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워요. 그럼에도 감독님이 연기가 괜찮았다고 칭찬하면 그날 기분이 거의 일주일을 가요. 물론 아직은 혼날 때가 더 많지만요.
Q :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A : 〈그해 우리는〉의 최웅(최우식) 역이나 〈연애의 온도〉의 이동희(이민기) 역이요. 오랜 연애를 하는 남자를 연기해 보고 싶어요.
Q :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음악 취향도 ‘7080’ 세대라죠. 왜 이 시기의 음악에 매력을 느끼나요
A : 힙합이나 트렌디한 팝도 자주 듣지만, 가요는 신기하게도 예전 노래를 자주 듣게 돼요. 서정적인 가사에서 오는 큰 울림이 있달까요. 사실 힙합도 올드스쿨을 좋아하고, 일본 노래도 7080 시티 팝을 듣습니다.
Q : 만약 오늘 소주 한잔한다고 가정하면 어떤 노래를 틀 건가요
A : 오늘은 무조건 이문세나 유재하죠.
Q : 스스로 생각하기에 사람들이 당신의 어떤 면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나요
A : 가끔 감독님들께서 제가 또래 같지 않다고 말씀하실 때가 있어요. 성격뿐 아니라 외모도 말이죠(웃음). 또래에 비해 성숙한 면이 있나 봐요.
Q :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유정후의 일상은
A : 주로 집에 있는 편인데, 대본이나 책 읽는 일 외에 제일 많이 하는 건 일렉트릭 기타 연주예요. 특히 메탈리카와 너바나, 건스 앤 로지스의 곡을 종종 연주해요. 헤드셋을 끼고 빠른 bpm을 따라가며 곡을 완주했을 때 전해지는 쾌감이 남다르거든요. 또 다음 작품 때문에 요즘 오토바이 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대형 바이크를 타야 해서 자격증을 준비해야 하거든요(웃음).
Q : 유정후가 정의하는 ‘멋’이란
A :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고집을 지켜 나가는 사람.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이어야겠죠. 최근 이태원으로 이사했어요. 개성 강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지내며 좋은 면을 보고 배우고 싶어서요.
Q : ‘나답다’ 혹은 ‘유정후답다’는 건 어떤 걸까요
A : 앞으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다양한 일이 펼쳐질 테죠.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고 싶어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해 감정의 균형을 지키는 것. 제가 지키고 싶은 모습입니다.
Q : 꼭 성취해 내고 싶은 게 있다면
A : 정착하거나 안주하지 않는 배우가 될 거예요. 당연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끔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지칠 때 ‘오늘 정도면 괜찮지 않았나’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더군요. 여전히 부족한 제가 그것에 안주해 버리기 시작하면 진짜 좋은 배우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마음으로 늘 자신을 다잡고 있어요.
추가 B컷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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