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태 아부지' 항소심에서 검찰 징역 5년 구형 "선의 피해자 만 명 넘어"

'경태아부지' 김모씨가 자신의 SNS에 올렸던 경태희 사진.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전 여자친구가 2013년부터 키워온 개를 ‘유기견’으로 속여 후원금을 받고 잠적했던 이른바 ‘경태 아부지’의 항소심에서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서울동부지법 1-3형사항소부(재판장 소병석)는 5일 오전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직 택배기사 김모(34)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범행에 사용된 대포 계좌 거래 내역을 추가 증거로 제출하며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김씨는 1심에서 징역 2년, 그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전 여자친구 A씨는 7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2020년 12월 몰티즈 견종 ‘경태’를 조수석에 태우고 다니며 유명해졌다. 차량에 경태를 두고 택배를 배송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며 학대 의혹이 제기되자 그는 온라인에 해명 글을 올렸고, 안타까운 사연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김씨의 소셜미디어(SNS) 계정 ‘경태아부지’ 팔로워 수는 약 22만명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김씨는 A씨와 지난해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경태와 경태의 동생으로 들인 ‘태희’의 병원 치료비가 필요하다며 SNS를 통해 신고하지 않고 모금을 진행했다. 이들은 총 1만 명이 넘는 팔로워들로부터 약 6억1000만원을 챙겨 잠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이들은 후원금을 인터넷 도박, 생활비 등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기부금이 도박에 사용된 정황이 담긴 대포 계좌 3개를 제출하면서 “택배견 경태를 돕고자 했던 선의의 피해자가 1만명이 넘는 만큼 원심을 파기하고 구형대로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씨는 “전 여자친구인 A씨의 도박에 관여한 적이 없고 돈을 쓰지도 않았다”며 “저녁 늦게까지 택배 일을 했기 때문에 도박에 관여할 수 없었다는 점을 탄원서로 주장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