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128만명 먼저?…소득기준 보니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아주 좋은 재원이 된다고 생각해요.”
국민연금공단이 2021년 기초연금 수급자 2000명을 설문조사 했을 때 이런 답변이 나왔다. 기초연금은 65세 노인 70%에게 지급한다. 노인들은 "생활의 안전판" "자녀 같다" "보험이다”라고 표현했다. 어떤 노인은 "기초연금이 안 나오면 엄청난 타격이 와서 자녀에게 손을 벌려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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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계산위 기초연금 개선안
16년 간 상황 변화 반영 못해
같은 금액으론 빈곤 개선 미약
"하위 계층에 우선 인상해야"
」
올해 기초연금은 32만 3180원이다. 부부는 20% 깎여 51만 7080원이다. 올해 656만명에게 23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2014년 도입돼 노인 상대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 노인의 비율)을 44.5%에서 37.6%(2021년)로 6.9%p 낮췄다. 하지만 저소득 노인이나 중간층 노인이나 금액이 같아서 노인 빈곤 해소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해결 못해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이하 재정위)가 1일 공청회에서 개선안을 내놨다. 국민연금 개혁 18개 시나리오에 묻혔지만, 핵심적인 내용이 들어있다. 재정위 21차례 회의 중 기초연금을 두 차례 논의했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빈곤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분명해 기초연금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재정위 위원 A씨는 "공청회에서 기초연금 개선안을 상세하게 공개하려 했으나 국민연금 개혁안이 묻힐까 봐 피했다. 정부가 10월 국민연금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자세히 담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정위는 기초연금을 인상할 때 저소득 하위 계층에 먼저 올리는 방안을 주문했다. 이 주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과제와 닿아 있다. 현 정부는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40만원으로 올리기로 약속했다. 기초연금은 2007년 시행한 기초노령연금을 확대한 것이다. 당시 지급 대상이 노인의 70%였고, 이걸 16년 동안 유지하고 있다. 재정위는 "노인의 경제 상황이 개선됐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면 시의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한다. 과거 노인과 달리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소득·재산이 올라간 점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초고령 노인, 여성, 독거노인의 소득이 훨씬 낮아 빈곤율이 높다. 그래서 재정위가 '저소득 노인 우선 인상'을 제안했다. 저소득의 기준은 뭘까.
소득인정액 0원 노인에 집중 지원
지난 2월 재정위 7차 회의에서 국민연금연구원 최옥금 선임연구위원이 공개한 안에 힌트가 있다. 재정위 A씨는 "위원회에서 검토한 개선안이 최 박사 발표 안과 별로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소득인정액이 0원인 노인에게 40만원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128만 4208명이다. 기초연금 수급자의 19.1%에 해당한다. 소득에다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게 소득인정액이다. 이게 0원이라고 해서 소득·재산이 없는 건 아니다. 근로소득에서 108만원, 이자소득에서 4만원, 재산에서 1억3500만원 등을 빼고 산정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수입(월 27만원) 같은 건 소득으로 잡지 않는다. 최 박사는 5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저소득 노인에게 먼저 인상하되 최대치를 지급하고 그 위 계층은 감액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40만원으로 올리면 빈곤갭이 32.1%에서 27.6%로, 50만원으로 올리면 23.6%로 크게 줄어든다. 빈곤갭은 상대 빈곤선(중위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금액을 상대 빈곤선으로 나눈 값이다. 이게 작은 게 바람직하다. 40만원으로 올리려면 1조4800억원, 50만원은 2조97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기준중위소득으로 선정방식 변경
재정위는 또 대상자 선정 방식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지금은 '소득 하위 70%'가 기준이다. 여기에 맞춰 소득인정액이 얼마인지 추출해 이 기준 이하 노인에게 지급한다. 노인 증가 속도가 빨라 소득인정액 기준도 가파르게 올라왔다. 1인 수급자의 월 인정액이 2008년 40만원(부부 64만원)에서 2018년 131만원, 올해 202만원(부부 323만 2000원)으로 뛰었다. 소득이 월 300만원 넘는데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하나, 이런 의문이 제기된다. 또 집값이 비싼 분당·과천 등지에 살면 못 받다가 서울 외곽으로 이사하면 받는 모순을 안고 있다.
그래서 재정위는 노인의 70% 대신 선정기준을 먼저 정할 것을 권고한다. 최 박사는 기준중위소득(1인 가구 207만7892원)이 1인 수급자 소득인정액(202만원)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이걸로 고정하거나 물가상승률만큼 올리면 된다. 이렇게 하면 수급자 증가 폭을 낮춰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대신 저소득 노인의 빈곤 완화 효과는 커진다.
기초연금 수급자 설문조사에서 소득 하위 20% 이하 저소득 노인의 4.9%가 연금액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20.7%는 "보통"이라고 했다. 소득 하위 20% 노인의 62%가 생활비 조달 창구로 기초연금을 1순위로 꼽았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저소득 불안정 취업자는 국민연금으로 적절한 노후소득을 준비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저소득 노인에게 더 많이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며, 그러면 빈곤 개선에 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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