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200억 빚잔치” 잼버리 실패 예고한 아태 마스터즈
“잼버리 사태는 올해 5월 전북에서 실패한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즈’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수진 전북도의원(국민의힘)이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198억원이 투입된 아태 마스터즈는 잼버리의 성공 개최를 위한 이벤트였다”며 “예행연습이 엉망이 됐는데도 자화자찬만 하다 똑같은 실패를 반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태 마스터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인한 국제 생활체육 대회다. 2017년 8월 ‘2023 잼버리’ 유치 당시 송하진 전북지사가 유치 의지를 밝히면서 추진됐다. 송 전 지사는 “잼버리 개최 전 국제대회의 운영 노하우를 쌓겠다”며 2019년 10월 ‘2022 아태 마스터즈’를 유치했다. 2018년 말레이시아 페낭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전북 대회에는 70개국 1만4000여 명이 참여했다.
잼버리를 80여일 앞둔 지난 5월 12일 개막한 대회는 참담했다.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됐지만 준비는 미흡했다. 썰렁한 경기장 안팎에선 연일 예산 낭비와 참가자 부풀리기, 경기장 운영 미숙, 마케팅·홍보 부족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이중 참가자 부풀리기 의혹은 예산 과잉집행 논란으로 퍼졌다. 전체 참가자 중 1899명의 참가비를 면제해준 게 대표적이다. 당시 대회 등록비는 국내 12만원, 해외 25만원인 데다 일부 참가자에만 혜택을 줘 형평성 논란도 일었다.
이 의원 등에 따르면 아태 마스터즈는 유치 당시 75억원이던 예산이 198억원까지 늘어났다. 4년 전 1회 대회를 치른 말레이시아(23억원)에 비해 8.6배 많은 돈을 썼다. 이 중 58%(116억원)는 전북도를 비롯한 지방비가 투입됐다. 전북도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최하위인 24.62%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북도는 아태 마스터즈 후 대외적인 평가와는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대회의 진행이 원활했고, 외국인 만족도가 63.3%에 달한다는 성과 보고였다. 전북도 안팎에선 “200억원만 쏟아부은 엉터리 동네행사를 치러놓고도 반성은커녕 생색만 낸다”는 말이 나왔다.
이 의원은 “아태 마스터즈가 끝나자마자 ‘잼버리 야영지 내 화장실과 샤워시설 등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으나 전북도 등은 외면했다”며 “한국의 8월을 고려한 폭염과 태풍 대책을 그때라도 세웠다면 새만금 엑소더스라는 국제적인 망신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잼버리 파행 후 정부의 대응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크다. 잼버리의 진상 규명에 앞서 ‘전북도 책임론’만 커지는 분위기여서다. 앞서 김관영 전북지사가 잼버리 후 “(이제는) 정쟁을 멈추고 교훈을 찾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호소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와 전북도가 잼버리라는 쓰디쓴 경험만큼이나 값진 교훈을 얻어낼 수 있을까.
최경호 광주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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