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하이엔드] 우리만의 길을 가련다...시계 명가 오데마 피게가 남다른 길을 가는 이유
올리비아 크루그 인터뷰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어디 보자. 두바이에서 공개한 마블과의 협업 컬렉션이 있었고…(중략) 12월 마이애미 아트 바젤까지 쉴 틈이 없을 것 같네요.”
지난달 한국에 온 오데마 피게의 최고 브랜드 책임자(Chief Brand Officer) 올리비아 크루안(Olivia Crouan)에게 올해 오데마 피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묻자 꺼낸 말이다. 그는 20여 년간 헤네시·돔 페리뇽·크루그가 속한 주류회사 모엣 헤네시에서 일하다, 2018년 고급 시계 제조 분야에 눈을 돌려 오데마 피게에 합류했다.
오데마 피게는 1875년 창업한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다. 오늘날까지도 창립자인 줄 루이 오데마와 에드워드 오귀스트 피게의 후손이 직접 이끄는 몇 안 되는 회사다. 1970년대 출시 이후 지난 50년간 시계 애호가의 수집 대상 영순위로 꼽히는 브랜드로, 팔각형 케이스가 특징인 '로열 오크'가 대표 제품이다. 한국 시장에 발들인 건 2007년이다. 그리고 지난해 오데마 피게 코리아 법인을 설립하고 직진출했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한 곳의 정식 매장이 있다.
크루안 CBO의 말처럼 2023년 오데마 피게의 직원들은 숨 가쁘게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몇 개월 사이 행보를 봐도 그렇다. '로열 오크 오프쇼어'의 론칭 3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세계 주요 도시에서 벌였다. 서울에선 지난 5월에 열렸다. 1993년 처음 출시된 로열 오크 오프쇼어는 로열 오크의 DNA를 가져가되, 크기를 키우고 크라운 가드 장착 등 디자인에 변화를 줘 더 강인한 느낌을 주는 시계다.
지난 5월에는 마블사와 두 번째 협업을 통해 완성한 '로열 오크 콘셉트 스파이더맨 투르비용 모델'을 공개했다. 250점만 만든 한정판으로 스파이더맨 3D 미니어처 피겨를 얹힌 오픈 워크 투르비용 무브먼트가 매력적인 시계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아래 매달린 것처럼 보인다. 커팅부터 조각, 채색 등 피겨 하나를 만드는데 50시간이 필요하다.
“두바이에서 열린 행사에서 경매 이벤트가 진행됐어요. 단 한 점만 생산하는 유니크 피스(블랙 수트 스파이더맨 버전)를 포함해 총 3가지 경매분의 주인을 찾는 자리였죠. 수익금은 전 세계 젊은 사람들이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 단체 '퍼스트 북'과 '아소카'에 기부합니다. 저는 스파이더맨처럼 누구나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데마 피게는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해 영웅이 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돕고자 합니다.”
두바이에서 열린 경매로 얻은 수익금은 무려 850만 달러(약 113억원)였다.
7월엔 음악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다이얼 위 10가지 색을 사용해 이퀄라이저를 표현하고, 하이테크 블랙 세라믹으로 케이스를 만든 로열 오크 오프쇼어 뮤직 에디션을 공개했다. 무엇보다 수년째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는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은 중요한 일정이었다. “오데마 피게는 유서 깊은 이 축제의 마지막 밤을 멋진 공연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마크 론슨과 그의 친구들이 함께 모여 공연을 펼쳤죠. 한국 아티스트 씨엘도 페스티벌에 초청되었습니다. 그는 공연 전날 프라이빗 디너에서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맞춰 즉석에서 노래를 불러 큰 호응을 얻기도 했죠.”
오데마 피게는 전통과 혁신을 융합한 시계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아트·골프·음악·미식 등이 브랜드의 관심 분야다. “오데마 피게는 경험을 중시하는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저희의 이러한 생각이 고객을 포함해 여러 사람에게 흥미롭게 다가가길 바라죠. 저희가 다채로운 분야에 눈길을 주는 이유입니다. 고객들은 이미 저희가 선보이는 시계의 우수함을 믿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홍보마케팅 전략도 비슷한 방향으로 짭니다.”
크루안의 공식 직함은 ‘최고 브랜드 책임자’다(보통 브랜드 대신 마케팅을 쓴다). 오데마 피게라는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치를 키우는 일을 하고 있다. 브랜드 뿌리부터 혁신적 기술력, 그리고 다양한 활동을 알리는 것도 그녀와 각 나라에 포진한 팀의 임무다. “오데마 피게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와인·스피릿 분야에서 시계 업계로 직장을 옮기며 느낀 점이 있어요. 양쪽 모두 장인정신을 중시한다는 점이에요. 전문성이 필요하고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죠. 올해 발표한 '코드 11.59 바이오데마 피게 울트라-컴플리케이션 유니버셀(RD#4)' 모델은 25년 전에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연구·개발 기간만 해도 15년이었고요.”
참고로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컬렉션은 로열 오크와 함께 오데마 피게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아이콘이다. 다이얼은 원형이지만 이를 감싼 케이스 옆면은 팔각형으로 디자인해 브랜드 디자인 DNA를 잇는다.
“코드 11.59 바이오데마 피게는 브랜드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시계입니다. 우리의 철학과 자유로운 정신, 젊은 감성을 좇는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오데마 피게는 최근 흥미로운 시계 컬렉션을 발표했다. 디자이너 매튜 윌리엄스가 이끄는 브랜드 1017 ALYX9SM(이하 앨릭스)와의 협업 모델이 그것이다. 매튜 윌리엄스는 본인의 브랜드 이외에 현재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우리가 앨릭스 브랜드와 협업하는 이유는 명확해요. 브랜드 철학, 최고 품질을 향한 장인정신이 뒷받침됐죠. 그리고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로 윌리엄스가 이끄는 앨릭스는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크루안 CBO는 오데마 피게가 여러 분야 전문가·회사와 협업하는 이유는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계 브랜드의 오랜 전통에 전혀 새로운 것을 접목해 평소 경험하지 못한 걸 창조할 수도 있고, 또 지금 상황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도 말한다.
“다이얼에 로고·시곗바늘 외에 아무런 장식을 넣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기능을 과감히 뺐다고도 할 수 있죠. 시간은 개인의 지각에 따라 달라진다(Time is a matter of your perception)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는 이 시계처럼 오데마 피게가 "사람들에게 다양한 생각을 선사하고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브랜드"라고 덧붙였다. 이어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의 계획을 물었다.
“내년 서울에 플래그십 부티크와 AP 하우스를 엽니다. 19번째 하우스입니다. 기대해주세요.”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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