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하이엔드] 하이 주얼리 업계의 신흥 강자된 샤넬, 트위드로 승부수 걸었다

윤경희 2023. 9. 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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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한계는 어디일까. 패션과 주얼리, 시계의 세계를 넘나들며 쿠튀르 정신과 독보적인 감각을 자유자재로 보여줘 온
샤넬이 이번엔 하이 주얼리의 신세계를 우리에게 선사했다. 하이 주얼리 컬렉션 ‘트위드 드 샤넬(Tweed de Chanel)’을 통해서다. 3년 만에 찾아온 두 번째 컬렉션은 더욱 쿠튀르적인 모습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냈다.

샤넬 트위드 로열 네크리스. 18K 옐로우&화이트 골드 소재를 사용해 마치 진짜 직물처럼 정교한 트위드 하이 주얼리를 만들어냈다. 시선을 잡아 끄는 페어 컷 다이아몬드는 10.17캐럿으로, 작은 크기의 다이아몬드로 교체할 수 있다. 네크리스의 사자 머리 팬던트는 분리해 브로치로 활용한다. [사진 샤넬]


세계 하이 주얼리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샤넬이 본격적으로 하이 주얼리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샤넬은 패션을 기반으로 주얼리와 시계 분야로 새로운 영역 확장을 해왔다. 이번엔 하이 주얼리다. 2020년에 이어 올해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으로 샤넬은 그 어떤 브랜드보다 시장을 흔드는 강자로 부상했다. ‘샤넬’ 그 이름만으로도 압도되는 브랜드 파워와 패션적 사고를 확장해 보여주는 컬렉션은 구매층이 정해져 있는 하이 주얼리 업계에 바람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쿠튀르 하이 주얼리 세계를 열다


샤넬과 트위드. 이들은 오랜 역사와 창조적 혁신성으로 연결돼 있다.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은 여성에게 편안함을 선사하기 위해 당시 남성복 소재로 사용되던 직물 트위드를 과감하게 선택했다. 이후 트위드는 여성에게 해방의 시간을 선물했고, 지금까지 샤넬의 상징으로 전승되며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존재가 됐다.
트위드는 이제 샤넬을 통해 패션의 영역을 넘어 예술적 경지의 하이 주얼리로 재탄생했다. 샤넬 화인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패트리스 레게로(Patrice Leguéreau) 디렉터가 창의적이고 직관적인 디자인과 메종의 기술을 더해 트위드 직조물을 하이 주얼리 ‘트위드 드 샤넬’ 에 담아냈다.
페트리스 레게로 디렉터가 직접 그린 트위드 그림들. 직물 트위드에서 얻은 영감을 주얼리를 만들기 전 먼저 그림으로 그려 시각 이미지로 만들었다. 이것만으로도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했다.[사진 샤넬]
직물 트위드의 특징을 하이 주얼리로 구현한 '트위드 드 샤넬' 컬렉션의 '트위드 깡봉 네크리스'. 다이아몬드, 옐로 사파이어, 락 크리스탈을 사용했다. [사진 샤넬]


“트위드에 헌정한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위해, 가벼우면서도 부드러운 귀금속 직물을 제작해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다.”
패트리스 레게로 디렉터는 이 말로 이번 컬렉션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켰다. 이들이 얼마나 품질에 몰입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만들어낸 이번 트위드 드 샤넬 컬렉션은 총 64점이다. 샤넬은 지난 7월 서울에서 이번 컬렉션을 주요 고객과 미디어에 공개하는 ‘트위드 샤넬 하이 주얼리’ 행사를 가졌다. 트위드의 고향과 같은 영국 런던에서 컬렉션을 세상에 처음 공개한 뒤 두 번째로 서울에 온 것. 게다가 아시아 에선 처음 공개하는 것이라 더 의미가 깊었다.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트위드 드 샤넬 하이 주얼리’ 이벤트 현장. 가브리엘 샤넬에게 트위드에 대한 영감을 준 장소 스코틀랜드의 자연을 서울로 가져왔다. [사진 샤넬]


트위드 드 샤넬 컬렉션의 영감에는 한 폭의 풍경이 있었다. 바람과 햇살이 스치고, 샘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가득하며, 밤에는 별이 가득한 벨벳 같은 칠흑으로 뒤덮이는 스코틀랜드의 완만한 언덕과 계곡. 가브리엘 샤넬에게 이 모습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이런 풍경을 발견한 것은 그의 연인이었던 웨스트민스터 공작과의 시간을 가지던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브리엘 샤넬은 웨스트민스터 공작의 트위드 재킷을 빌려 자신의 컬렉션으로 재해석했다. 샤넬은 우아하면서도 스포츠를 좋아하는 현대적인 여성이 가장 편안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는 옷을 만들었고, 그렇게 트위드는 샤넬 스타일 언어의 가장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패션, 하이 주얼리로 예술이 되다


“내 꿈은 보석으로 세팅한 트위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패트리스 레게로 디렉터는 이 말로 트위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그는 2020년 트위드에 헌정한 45점의 아름다운 작품으로 구성한 첫 트위드 드 샤넬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만들어냈다. 분절을 능숙하게 활용해 트위드의 유연성과 섬세함을 재현했다.

올해의 컬렉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자수, 프린지, 오픈워크 레이스, 풍부한 디테일이 담긴 직조법, 천의 움직임 등 패션 요소를 주얼리의 세계로 가져왔다. 또 섬세하고 정교한 세공을 통해 직물의 정교한 짜임새를 고스란히 보석에 담아냈다.
이번 컬렉션은 5가지 새로운 트위드 주얼리 직조를 가브리엘 샤넬이 좋아했던 5가지 컬러와 5가지 아이콘으로 보여준다. 화이트 리본, 핑크 까멜리아, 푸른 배경의 꼬메뜨, 노란빛 태양, 붉게 타오르는 사자가 그 주인공들이다. 5개의 챕터를 통해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브로치, 링, 이어링으로 트위드의 매력을 재현하고 각 상징을 잠금장치 안에 혹은 주얼리 위에 강렬하게 표현했다.

트위드 로열 네크리스. [사진 샤넬]
다이아몬드와 루비로 이루어진 트위드 로열 브레이슬릿. 위아래 부분을 분리해 따로 착용해도 된다. [사진 샤넬]


그중에서도 ‘트위드 로열 네크리스’는 컬렉션의 핵심이 되는 작품이다. 체인으로 트리밍을 장식한 복잡한 세공의 프래스트런(가슴 장식) 네크리스로, 샤넬 하이 주얼리의 노하우와 독창성을 잘 보여준다. 네크리스는 마치 천을 직조한 것 같은 옐로 골드 트위드에 다이아몬드와 37개의 루비를 세팅했다. 중앙에 자리 잡은 사자 머리는 플래스트런 위에 달아 네크리스의 장식물로 사용하거나 따로 떼어 브로치로 단독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네크리스를 장식하는 커다란 10.17캐럿의 페어 컷 다이아몬드(D FL 타입)도 분리해 반지로 착용할 수 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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