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서 전기차로…윤활유 시장 대세가 바뀐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로 자동차 산업의 대전환이 이뤄지면서 윤활유도 ‘진화’를 선언하고 있다. 자동차 윤활유 기업들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속에 일제히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뛰어들었다.
자동차 윤활유 브랜드 ‘지크(ZIC)’로 유명한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엔무브는 전력 효율화 시장 선점에 나섰다. SK엔무브는 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미래 비전 발표회 ‘ZIC 브랜드 데이’를 열고 “내연기관 엔진오일 시장을 넘어 전력 효율화 시장을 이끄는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은 이날 “연료 효율뿐 아니라 전력 효율을 높이는 에너지 효율화 기업으로서 글로벌 윤활유 시장 1위 기업을 넘어 미래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2040년까지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로 올라서겠다고 밝혔다.
전력 효율화란 열 관리 등을 통해 전력 효율을 끌어올리는 기술을 말한다. 냉각유(油)를 사용해 전기차 모터, 배터리를 식히거나 자동차 기어 등 기계 마찰면에 윤활유를 써 전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앞서 내연기관 시대에 윤활유가 단순히 각종 기계의 마찰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배터리와 모터·데이터센터 서버의 열을 식히고 전력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임무를 맡은 셈이다. 글로벌 전력 효율화 시장은 2040년까지 54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기 사용량이 늘고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고성능 서버가 집중된 데이터센터가 등장하는 등 발열을 제어하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열 관리 기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 데이터센터 서버를 냉각유에 넣어 냉각하는 액침 냉각 기술이 상용화 단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어컨 등 찬 공기를 이용한 기존 공냉식과 비교해 전력 효율이 30% 이상 향상됐다.
SK엔무브는 엔진오일을 넘어 미래 에너지 핵심인 전력 효율과 관련된 윤활유와 냉각유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윤활유와 냉각유 모두 기유(베이스 오일·base oil)를 기본 원료로 쓴다. 이에 따라 전기차와 데이터센터, 배터리 등 전기 에너지가 쓰이는 모든 곳에 전력 효율을 높이는 제품을 ‘지크 e-플로’라는 브랜드로 출시할 계획이다.
그동안 정유 업계에서 윤활유 사업은 확실하고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꼽혀왔다. 정유 사업이 유가 변동에 따른 부침이 심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업계가 사업 재편에 돌입한 것이다. 업체별로 움직임도 치열하다. GS칼텍스는 2021년 전기차용 윤활유 브랜드 ‘킥스 이브이(Kixx EV)’를, 에쓰오일은 ‘세븐 EV’를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로 선보였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들어가는 엔진오일과 다르게 전기차용 윤활유는 기계의 마찰 저항을 줄이는 것은 물론 모터와 감속기의 효율을 높이고 배터리의 열을 식히는 데도 사용된다.
기존 윤활유 교환 주기는 1만㎞ 안팎이지만 전기차용 윤활유는 15만㎞ 이상으로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대부분의 전기차 전용 윤활유가 완성차 업체에 공급되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40년 전기차 비중은 전체 자동차의 4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 역시 2040년 1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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