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31% 복숭아 24% 비싸졌다…추석 앞두고 물가 불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복귀했다. 6월부터 2%대로 떨어지면서 물가상승률이 본격적으로 둔화하는 듯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폭우에 이어 폭염까지 덮치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다 국제유가까지 오른 탓이다. 다만 물가상승률 둔화라는 기조적인 흐름은 변하지 않은 만큼 10월 이후에는 다시 안정세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올랐다. 지난 4월(3.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3%대를 기록했다. 7월 물가상승률(2.3%)과 비교하면 한 달 새 1.1%포인트 올랐는데 이는 2000년 9월 이후 최대 폭이다.
과일을 비롯한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상승이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에 제동을 걸었다. 농산물은 1년 전보다 5.4% 올랐다. 그중에서도 과실 물가가 13.1% 상승했다. 사과(30.5%), 복숭아(23.8%), 수박(18.6%) 등 국민 선호도가 높은 과일 가격이 줄줄이 상승했다. 올해 7월 비가 쏟아지다가 지난달 들어서는 폭염이 덮치는 등 기후 영향으로 농작물 피해가 커졌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 장바구니 물가 상승은 가계에 큰 부담이다. 이에 정부는 20대 성수품 가격을 지난해보다 5% 이상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격 상승 폭이 큰 닭고기·사과·배 등은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체 물가상승률이 2.3%에서 3.4%로 오른 데는 석유류의 기여도가 80%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이전까지는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면서 물가상승률 둔화세를 주도했다. 그러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이 전월 대비 8.1% 오르면서 3%대 전체 물가상승률을 견인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석유류 가격은 11% 하락했다. 전월의 전년 대비 석유류 가격 하락률(-25.9%)과 비교해 하락 폭이 줄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5월 들어 배럴당 70달러(두바이유 기준) 선을 유지하다 7월 중순 이후 80달러를 넘어섰다. 통상 국제유가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휘발유 가격 등에 반영된다.
지난 4일 국제유가가 89.5달러를 기록하는 등 올해 들어 최고치로 치솟은 만큼 물가 상승이 또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1년 전보다 21.1% 올라 전달과 같은 상승 폭을 유지했고, 개인서비스 물가는 4.3% 올랐다. 이 중에서도 외식물가 상승률은 5.3%를 기록했다. 외식물가는 2021년 12월(4.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높았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국제유가 변동성이 크긴 하지만, 8월 중순 이후로는 배럴당 80달러대에서 등락하고 있고 농산물 가격은 기상 여건이 개선되면서 점차 안정되는 상황”이라며 “일시적 요인들이 완화하면 10월 이후부터 (물가가) 다시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3%를 기록했다.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낮았다. 지난달 물가가 튀어오르긴 했으나 둔화 흐름 자체를 바꿀 정도로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는 뜻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분기 중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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