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계열사 ‘메탈’ 합병 꿩 먹고 알 먹고?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9. 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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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회피 ‘꼼수’인가 신성장동력 ‘묘수’인가

DB그룹 지주사 격인 DB Inc(이하 DB)가 합금철 제조 계열사 DB메탈을 흡수합병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흡수합병 배경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DB, DB메탈 흡수합병하기로

IT·무역 사업과 시너지 효과 기대

DB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DB메탈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DB가 비상장법인인 DB메탈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번 합병은 오는 12월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인할 예정이다. 합병 비율은 1 대 0.32로 결정됐다. 합병은 내년 2월 마무리된다.

DB가 갑자기 DB메탈과 합병하는 배경은 뭘까. DB 측은 “IT, 무역, 브랜드 사업이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지만 지속 성장하려면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가능하고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사업 포트폴리오 확보가 필요하다”며 합병 목적을 설명했다.

기존 IT, 무역, 브랜드 사업 등에 더해 DB메탈 전문 분야인 합금철 사업을 합쳐 성장성을 더하고 경영 효율성도 높이겠다는 의미다. 두 회사가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 결합으로 주요 사업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DB메탈은 합금철 분야 국내 1위, 정련합금철 분야 세계 2위의 합금철 전문 기업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6436억원, 영업이익 1493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다. 4751억원 수준의 넉넉한 자산도 보유했다. DB메탈 최대주주는 지분 28.83%를 보유한 반도체 업체 DB하이텍이다. DB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4013억원, 영업이익 236억원을 기록했다. DB가 DB메탈과 합병하면 단숨에 매출 1조원대 회사로 커진다.

다만 이번 합병을 두고 재계가 바라보는 시각은 회사 측 설명과 조금 다르다. DB의 지주사 강제 전환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자산이 5000억원을 넘고, 자회사의 지분 가치가 전체 자산의 50% 이상인 기업은 지주사로 강제 전환된다. 이때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의 30% 이상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DB는 시가총액이 2조원 넘는 자회사인 DB하이텍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지주사 강제 전환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DB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은 12.42%에 불과한데, 지주사로 강제 전환될 경우 보유 지분 30% 선을 맞추기 위해선 수천억원대 추가 자금이 필요해진다.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대규모 차입이 쉽지 않은 데다 주력 계열사인 DB하이텍 지분을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DB가 DB메탈을 흡수합병해 총자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회사 지분 가치 비율을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 펀드 KCGI는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을 통해 DB 자산을 늘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강제 전환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가가 저렴할 때 DB하이텍 지분을 추가 매입하거나 자사주 소각을 통해 DB하이텍 지분율을 높여 지주사 전환을 대비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상적 방법이다. 그런데 이번 합병은 DB하이텍 지분 추가 매입 부담을 잠시 피해 가기 위한 근시안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불과하다.” KCGI의 지적이다.

KCGI는 최근 DB그룹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중이다.

KCGI는 DB하이텍 주가 저평가 원인으로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 불투명한 경영과 내부통제 미비, 무시되는 주주 권익을 지적하는 등 본격적인 주주행동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KCGI는 투자목적회사(SPC)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를 보유했다.

DB그룹 지주사 격인 DB가 합금철 제조 계열사 DB메탈을 흡수합병한다고 밝히면서 재계가 시끌시끌하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 DB 사옥. (DB그룹 제공)
오너 지배력 강화 포석도

합병 이후 DB 지분 52% 넘어설 듯

잇따른 논란에도 두 회사가 합병에 나서는 배경은 또 있다. 이번 합병으로 김남호 DB그룹 회장 일가의 DB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을 비롯해 김준기 창업회장, 김주원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현재 DB 지분 43.82%를 보유했다. 또한 김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은 DB메탈 지분 95.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DB그룹은 이번 합병 이후 김 회장과 오너 일가의 DB 지분이 52.47%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재계 관계자는 “DB와 DB메탈 합병을 통해 김남호 회장과 오너 일가 지배력이 강화되면 자연스레 2대 주주인 KCGI의 발언권을 약화시킬 수 있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DB와 DB메탈 합병이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 낼지는 의문이다. 올 들어 DB메탈 실적이 하락세라 DB와의 합병 이후 DB그룹 전체의 재무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DB메탈의 주력 제품인 페로망간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DB메탈은 올 상반기 25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DB와 DB메탈이 순조롭게 합병 작업을 마치더라도 ‘상호·순환출자 해소’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된다. 합병 신주 발행으로 계열사 간 출자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상호·순환출자가 생기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DB메탈 최대주주인 DB하이텍이 DB 신주를 받아 DB와 DB하이텍이 상호출자하는 구조로 바뀐다.

순환출자 고리는 ‘DB 합병법인DB하이텍동부철구DB 합병법인’ 형태로 이어진다. 공정거래법상 합병으로 상호·순환출자가 발생하면 회사는 주식 취득, 소유일로부터 6개월 내에 이를 해소해야 한다. 합병 마무리 시점이 내년 2월인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8월 이전에는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합병이 성사될 경우 DB하이텍이 이번 합병으로 보유하게 된 DB 지분 5.83%를 처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소액주주 반발도 변수다. DB하이텍은 지난 5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설계 사업을 담당하던 브랜드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했다. 보통 물적분할 후 신설 회사가 상장하면 기존 회사 기업가치가 하락해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소액주주와 갈등을 빚었다. 소액주주들이 이번 DB-DB메탈 합병을 두고서도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액주주 반발이 커질 경우 DB그룹과 경영권 분쟁에 돌입한 KCGI가 소액주주연대와 손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DB하이텍은 소액주주 비중이 70%에 달한다. 최대주주인 DB 지분율이 12.42%에 그치고 김남호 회장이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은 전무하다. 김준기 창업회장 보유 지분도 3.61%로 미미하다. 특수관계인 등 우호 지분을 모두 합쳐도 17.82% 수준이라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다. KCGI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7.05%)은 2대 주주 국민연금(7.94%)과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실상 소액주주가 DB 경영권 분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남호 회장이 이끄는 DB그룹이 각종 악재를 딛고 지배구조 개편을 순조롭게 마무리할지 재계 관심이 쏠린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5호 (2023.09.06~2023.09.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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