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그룹의 ‘퀀텀점프’…이유 있었네
코스모신소재와 코스모화학이 주축인 코스모그룹이 증시에서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코스모신소재는 최근 1년 만에 주가가 약 3배 올랐다. 모회사인 코스모화학 역시 이 기간 주가가 2배 올랐다. 코스모그룹은 2차전지 핵심 원료인 양극재 사업 후발 주자로 평가되지만 수직계열화를 기반으로 이익 성장률이 가파르다. 다만, 올 들어 주가 상승폭이 가팔랐던 데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등 주가 변동성은 확대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코스모그룹은 범GS가(家)로 분류된다.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은 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故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 장남이다. 코스모신소재 전신은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차남인 故 이창희 회장이 세운 새한미디어다. 새한미디어는 코스모그룹 편입 후 코스모신소재로 사명을 바꾸고 사업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쳤다. 코스모그룹 지배구조는 그룹 오너인 허경수 회장 → 코스모앤컴퍼니 → 코스모화학으로 이어진다. 코스모앤컴퍼니는 코스모그룹 지주회사 격이다. 코스모화학은 그룹의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코스모신소재와 코스모촉매 지분을 갖고 있다. 허 회장의 코스모앤컴퍼니 지분율은 100%로 확고하지만 각 계열사 간 지분을 통한 연결고리는 그리 강하지 않다.
코스모그룹 핵심 계열사는 코스모신소재와 코스모화학이다. 2차전지에 탑재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는 코스모신소재가 생산한다. 코스모화학은 전구체(양극재의 원료) 원료인 황산코발트를 생산하면서 폐배터리 사업도 벌인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자산, 매출 규모 면에서 가장 앞선 곳은 코스모신소재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말 별도 기준 자산(5148억원)이 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다. 연간 매출 역시 지난해 기준 4856억원으로 가장 많다.
코스모신소재 주가는 지난해 말 5만1800원에서 최근 15만원대로 3배가량 올랐다. 지난 6월에는 장중 24만원까지도 올랐으나 최근 단기 조정을 받았다. 코스모신소재 모회사인 코스모화학은 2배가량 올랐다. 두 회사 모두 올 상반기 에코프로를 비롯한 양극재 기업 주가가 강세를 보인 덕을 봤다.
생산능력 확대 위한 설비 투자
2차전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 통제력인데, 코스모그룹은 이런 관점에서 경쟁사 대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룹 차원에서 ‘황산코발트 → 전구체 → 양극재 → 폐배터리’로 이어지는 2차전지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구체에서 양극재로 이어지는 공급망 벨트는 코스모신소재가 맡는다. 코스모신소재는 과거 노트북과 스마트폰용 리튬코발트산화물(LCO) 양극재를 만들다 2018년 뒤늦게 2차전지용 NCM 양극재 사업에 진출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2차전지 양극재 비중은 86% 정도다. 주요 매출처는 삼성전기, 삼성SDI, LG화학 등이다. 코스모신소재는 양극재 제조원가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전구체 생산능력도 강점이다. 양극재 생산량 확대로 안정적인 전구체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 회사는 연간 2400t 규모 전구체 생산공장을 최근 완공했다.
황산코발트와 폐배터리 사업은 코스모화학 몫이다. 코스모신소재 모회사인 코스모화학은 전구체 원료인 황산코발트를 주력으로 만든다. 코스모화학은 폐배터리를 수거해 다른 2차전지 소재도 추출할 계획이다. 현재 니켈과 리튬, 코발트가 그 대상이지만 향후 망간 등으로 범위를 넓힌다. 정리하면, 코스모화학이 폐배터리에서 니켈과 코발트를 추출해 공급하면 코스모신소재가 다시 전구체와 양극재를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정재헌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전구체 내재화와 모회사의 배터리 재활용 등 수직계열화 추진은 주가에 플러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후발 주자지만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췄고 이익 상승폭이 가파른 점은 코스모그룹 주가의 상승 동력이다. 전체적인 이익 규모는 대형사 대비 작더라도 성장 속도가 가파르고 그 과정에서 수직계열화를 기반으로 원가 통제력을 확보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모신소재 영업이익은 올해 424억원에서 내년 884억원, 2025년 1547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수직계열화를 기반으로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점차 강화하는 구조다. 영업 레버리지 효과는 고정비가 존재하는 비용 구조 아래 매출 증대에 따른 이익률 개선을 뜻한다. 이는 비용 구조가 변동비로만 이뤄져 있을 때보다 고정비가 존재함으로써 매출액 증가율보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더 큰 현상을 뜻한다. 매출액 상단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다른 양극재 기업에 견줘 높은 밸류에이션도 부담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5년 예상 실적 기준 코스모신소재 주가수익비율(PER)은 45배에 달한다. 포스코퓨처엠(40배), 에코프로비엠(33배), 엘앤에프(14배) 등 국내 주요 양극재 업체들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증시 유동성 등 전반적인 수급이 2차전지에서 반도체 등으로 옮겨 가는 점도 단기적으로는 주가 상단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코스모그룹은 중장기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설비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룹 주력사 코스모신소재는 고객사 수요 대응을 위해서는 현재 설비능력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배터리 소재를 생산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한국의 양극재 수요는 확대될 전망이다. 코스모신소재는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2021년 결의한 신규 투자 금액 1500억원을 25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2024년까지 충주공장에 연 10만t의 양극활물질 생산능력을 갖춘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IRA 영향으로 국내 양극재 업체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15만t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투자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5호 (2023.09.06~2023.09.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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