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펀드런’ 인도·베트남 펀드로…중국 증시 부진이 가져온 나비 효과
중국이 부동산발(發)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신흥국 펀드의 자금 유입 양상이 차별화하고 있다. 중국 증시 부진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베트남과 인도 펀드로 투자자들이 밀려들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신흥국 통화 가치 변동성이 완화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월 30일 기준 국내에서 운용 중인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 가운데 중국·중화권 펀드 설정액은 최근 1개월 3276억원 줄었다. 순유출 규모는 해외 지역별 펀드 가운데 가장 많다. 손실 위험이 커진 데다 단기간 회복을 낙관하기 힘들어지자 상당수 투자자가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인도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25%로 발군이다. 이 펀드는 인도의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발굴해 투자한다. 대체로 인도 중소형주는 산업재와 소비재 등 인프라 투자와 연관된 종목 비중이 높다. 인도는 내수 중심으로 사업이 전개되므로 중소형주가 큰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미래에셋 측 설명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기준 101~250위 중형주의 전체 시가총액은 최근 7년간(2016년 5월~2023년 5월) 약 2.8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인도 대형주로 구성된 MSCI India지수가 약 1.7배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중소형주 성장률이 두드러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인디아인프라섹터’ 펀드도 같은 기간 22%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산업재 업종 비중이 절반 정도로 높다. 인도는 높은 경제성장률이 기대되는 만큼 기반 인프라 관련 사업을 벌이는 종목의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 라센&투브로(8%), 인터글로브 에이비에이션(7%) 등 비중이 높다. 운용설정액 규모는 ‘KOSEF 인도 Nifty50(합성)’ ETF가 915억원으로 가장 크다. 올 들어 수익률은 8%다. 이 펀드는 글로벌 1위 인구 대국으로 부상 중인 인도 내수 기업 성장의 수혜가 기대된다. ‘KODEX 인도Nifty50’와 ‘TIGER 인도니프티50’ 등의 ETF도 최근 증시에 상장됐다.
베트남 개별 펀드 중에는 ‘한국투자ACE블룸버그베트남VN30선물레버리지’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42%로 돋보인다. 지난 2020년 11월 상장된 이 펀드는 VN30지수의 일간변동률을 2배로 추종한다. VN30지수는 베트남 호찌민거래소 상장 종목 중 시가총액과 유동성 등 시장 대표성을 갖춘 대형주 30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베트남 펀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상품이기도 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06년 국내 자산운용사 중 처음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소를 열고 지속적으로 리서치 업무를 해왔다. 2020년에는 현지 리서치사무소를 베트남 법인으로 전환해 30여명의 인력으로 베트남 공모펀드를 운용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측은 “오랜 기간 현지 경제와 증시 부침을 지켜보며 운용 역량을 다져왔다”고 밝혔다.
이어 ‘HDC베트남적립식’ 펀드(28%)가 뒤를 잇는다. ‘HDC베트남적립식’ 펀드는 베트남 종목에 투자하면서 베트남 당국 민영화 계획에 따라 우량 기업 지분 매각 입찰에도 참여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편다. 베트남외환은행(10%), 호아팟그룹(9%) 등 업종별 우량 기업에 분산 투자한다. 이외 베트남 펀드 중에서는 ‘유리베트남알파(25%)’ ‘삼성베트남(24%)’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22%)’ 등이 20%대 수익률로 준수하다.
시장에서는 베트남과 인도 증시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짝 랠리’에 그치지 않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중국에 진출했던 글로벌 기업 상당수가 생산설비를 중국 외 인접 국가로 옮기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인도, 베트남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니어쇼어링 효과를 노린 외국 기업의 투자가 늘며 해당 국가의 환율 강세가 이어지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인도는 ‘차이나플러스원(China+1)’ 전략 수혜국으로도 수년 전부터 주목받았다. ‘차이나플러스원 전략은 중국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 인도네시아 등 중국 이외 국가로 투자를 늘리는 전략을 말한다.
두 국가의 정책 지원도 뒤따른다.
인도 정부는 2021년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공개하고 보조금 1조6000억루피(약 26조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베트남도 정책금리 인하, 소비 부양을 위한 부가가치세율 인하 등 적극적인 경기 지원 정책을 편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인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인구 구조를 갖췄으며 14억 인구의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장기 성장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베트남에 대해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 정책으로 금융 환경이 양호한 데다, 대기업 실적도 큰 폭 개선됐다”며 “베트남 당국이 소비 부양을 위한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으며 기업 실적도 개선되고 있는 만큼 베트남 증시의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기대감은 주요 경제지표에서도 엿보인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인도 대표 지수인 니프티50지수 소속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3개월 전보다 4% 상향됐다. 베트남 VN지수의 12개월 선행 EPS 전망치도 3개월 전보다 7% 개선됐다.
특히 인도 시장의 큰 장점은 낮은 인건비다. KB증권에 따르면 인도 월평균 인건비는 230달러에 불과하다. 중국(1176달러)의 5분의 1 수준이다. 인도 시장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소비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박수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인도가 생산기지로 주목받는 이유 중 핵심은 낮은 인건비와 더불어 제조업과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IT 분야에 영어 가능 인력이 많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도와 베트남 시장의 서로 다른 특징을 유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인도 증시는 신흥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침이 덜한 편이다. 인도 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80%로 글로벌 펀드 중 1위다. 2위 베트남 펀드(50%), 3위 미국 펀드(36%)와 격차가 크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등에서 중장기 수익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투자자가 많다. 반면, 베트남 증시는 변동성이 다소 높다.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 특성상 정책 리스크가 상수로 존재하는 데다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작아 증시 변동성이 크다. 2020년 초부터 2022년 초까지 베트남 VN지수는 두 배 넘게 올랐지만 그 뒤로는 30% 이상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인도, 베트남 펀드에만 집중 투자하기보다 미국 등 선진국 펀드에도 분산 투자해 전체 자산의 변동성을 낮추는 전략을 권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5호 (2023.09.06~2023.09.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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