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정경유착, 불편해져야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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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가 1961년 출범 당시의 명칭인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삼성 준법 감시위원회는 정경유착이 발생하면 즉시 탈퇴한다는 조건부로 재가입을 승인했다.
새로 출범하는 전경련에 많은 주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역시 가장 우선하는 요구는 정경유착의 근절이다.
그러나 선언으로 정경유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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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가 1961년 출범 당시의 명칭인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명칭 변경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정관 개정을 승인한 이후부터 이뤄진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계기로 전경련을 탈퇴했던 4대 그룹도 자연스럽게 복귀하는 모습이다. 삼성 준법 감시위원회는 정경유착이 발생하면 즉시 탈퇴한다는 조건부로 재가입을 승인했다.
새로 출범하는 전경련에 많은 주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역시 가장 우선하는 요구는 정경유착의 근절이다. 당연한 주문이지만 빠진 고리가 있다. 정경유착을 끊는 일은 경제단체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정경유착의 통로라며 전경련 해체를 말하는 건 타격점이 잘못됐다. 권력은 필요하면 어떤 단체든 이용할 수 있고 권력이 요구하거나 바라지 않는데 유착이 일어날 수는 없다. 정경유착을 끊으려면 먼저 권력이 바뀌어야 한다. 정경유착 근절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 권력이 유착에 대한 시도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를 키우는 것은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 그리고 불투명한 절차다. 정경유착의 일반적 형태는 기업이 정치 권력에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대신 정치 권력은 기업에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정부와 경제단체는 한쪽은 목소리를 내고 다른 한쪽은 들어야 하는 관계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때도 있지만, 실제로는 합법적인 활동과 정경유착 행위가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을 경우가 많다. 구분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투명성이다.
잼버리 대회의 파행에 구원투수 역할을 한 것은 기업이었다. 구호 물품과 음료는 물론, 숙소를 지원하고 사업장을 개방해 행사를 마련했으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직원들이 동원됐다. 기업의 잼버리 지원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과정과 절차가 모두 합리적이었으며 투명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정부의 협력 요청이 있었을 것이고 온전히 자발적인 지원은 아니었을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잘못한 행사에 기업들이 부담을 져야 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절차가 없었다는 점이다. 기업과 정부의 협력을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 정부와 기업의 협력은 많은 경우에 필요하고 때로는 바람직하기도 하다. 다만 합리적인 수준에서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정부가 기업의 지원을 요청하면 전경련이 나서 이를 구체적으로 조직하는 일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잼버리 대회의 파행을 기업이 나서서 도운 것은 공개적으로 절차를 밟았어도 많은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일만 하면 된다. 반대로 밝히기 어려운 일이라면 하지 않는 게 옳다. 신문 1면에 나왔을 때 부끄러운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른바 '뉴욕타임스 원칙'(New York Times Rule)은 정경유착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전경련은 윤리 헌장도 발표했다. 윤리 헌장에는 정치와 행정 권력 등의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배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선언으로 정경유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변화를 촉구하고 의지를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유착이 불편해져야 한다. 적극적인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 정경유착을 끊는 데 제도의 견제와 국민의 감시보다 나은 장치는 없다. 아쉽게도 전망이 밝다고는 할 수 없다.
당장 전경련 부활과 4대 그룹 복귀에 정치 권력의 영향은 없었을까. 따져보면 회장의 선임과정부터 안개 속이었다. 전경련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강제동원 배상 3자 변제방안’을 일본 경제계와 손잡고 이를 도울 예정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부터 전경련은 본격적인 투명성의 시험을 받게 될 것이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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