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찾은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스피릿' 느꼈다" 말한 순간
Q : 서울대 학생: 삼성전자가 1000조원 가치의 기업이 되려면 메모리 비중을 낮춰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 :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테크놀로지를 제대로 해야 하고, 한 해만 잘하는 게 아니라 계속 잘하는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사장)이 5일 모교인 서울대 반도체계약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GAA 기술의 창조자로서 경쟁사에 앞선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동안 20년 넘게 잘해왔지만 인재 확보에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강연은 ‘삼성 반도체의 꿈과 행복: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진행됐다. 경 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7월 미국 출장에서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을 만났다”며 “1년 전 허허벌판이었지만 현재 공장 건물이 많이 지어졌다. 내년 말에는 이 공장에서 4나노미터(㎚·1㎚=10억 분의 1m)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테일러 공장서 4나노 제품 만들 것”
이어 경 사장은 “삼성전자는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부터 쌓아온 노하우로 ‘홈’ 경기를 하고 있고, 경쟁사는 ‘어웨이’ 경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직원들의 스피릿(정신)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경 사장이 말하는 경쟁사는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를 가리킨다.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최근 가동 시기를 내년에서 2025년으로 연기했다.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질문에는 “300명쯤 되는 조직이 변화를 느끼려면 1년~1년6개월 정도 걸리고, 7만 명 조직은 3년 정도 걸려야 (변화가) 시작된다”며 “다행인 것은 변화가 시작되는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반도체 적자 규모가 크지만 투자를 안 줄이고 있다”며 “지금 줄이면 3~5년 뒤 먹고살 게 없다. 미래를 보고 일하는 게 내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강연 전, 최근 주목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꾸준히 투자를 이어온 파운드리 사업 상황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강연 후에는 “분위기 느끼셨죠?”라는 짤막한 답변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이날 강의실 앞에는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섰으며 300명 규모의 강의실이 꽉 찼다.
경 사장은 앞서 KAIST와 연세대에서도 같은 주제로 특강을 한 바 있다.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반도체계약학과를 운영하는 국내 대학 4곳에서 강연할 계획이다. 남은 대학 특강에는 경 사장이 아닌 다른 임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연 소감 묻자 “분위기 느끼셨죠?”
업계는 경 사장의 대학생들과 소통 확대를 인재 확보 활동의 하나로 봤다. 반도체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전문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앞다퉈 미래 인력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날 경 사장은 “삼성전자 DS부문에서 서울대 출신 직원은 박사 50%, 석사 30%, 학사 20%인데 여러분이 함께 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2~31일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성균관대·서울대·연세대·포항공대에서 연 글로벌 채용 설명회 ‘테크&커리어(T&C) 포럼’을 열었다. 지난 4일 미국 현지 인력 양성을 위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둔 오스틴의 텍사스대 오스틴 코크렐(UT) 공대에 370만 달러(약 49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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