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양극재 수출 늘었지만...번 돈 90%는 중국산 원료 샀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빠르게 세계 시장을 선점하면서 양극재 수출도 크게 늘어났지만 정작 벌어들인 돈의 90%가량은 다시 원료 수입을 위해 중국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2차전지 핵심 원료로 꼽히는 수산화리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가 5일 발간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지침이 우리나라 배터리 공급망에 미칠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미(對美) 양극재 수출 규모는 12억4000만 달러(약 1조6500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191.4% 늘었다.
양극재 수출국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전체 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1.7%, 2023년 상반기 16.6%를 기록했다. IRA 시행 이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공장을 증설하면서 배터리 원료인 국내 가공 양극재 수출이 탄력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르면 소비자가 구입하려는 전기차가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경우, 배터리에 포함한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했거나 재활용한 경우 등의 요건을 갖추면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정작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전구체와 리튬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양극재 수출액은 74억9000만 달러, 무역수지는 58억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전구체와 리튬에서는 각각 21억7000만 달러, 50억9000만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벌어들인 돈의 90% 가까이가 다시 중국산 원료를 사느라 상쇄된 셈이다.
특히 전구체와 리튬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올해 상반기 각각 21억1000만 달러와 30억 달러에 달하며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적자 규모에 근접했다.
무역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양극재와 전구체의 생산 내재화와 리튬 등 주요 광물의 조달처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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