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오피스텔 관리비 세부 내역, 내일부터 중개 플랫폼에서 본다

네이버부동산·다방 등 서비스 순차 개시
공인중개사 부당 처분 없도록 후속 조치

'제2의 월세'로 악용되기도 하는 소규모 주택 관리비의 세부 내역을 오는 6일부터 네이버부동산 등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청년들이 많이 거주하는 원룸, 오피스텔 등은 대개 관리비가 정액으로 부과되는데 내역을 확인할 수 없어 발생하는 문제들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관리비에 전가하는 꼼수 등이 대표적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서울 용산구 한국인터넷광고재단에서 열린 '소규모 주택 관리비 투명화 방안 이행상황 점검회의'에서 청년 공인중개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노경조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5일 서울 용산구 한국인터넷광고재단에서 열린 '소규모 주택 관리비 투명화 방안 이행상황 점검회의'에서 "중개 플랫폼에 관리비 세부 내역이 공개되면 (관리비) 고무줄 문제, 사실상의 임대료 인상을 관리비 명목으로 덮어쓰는 문제들이 대거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관리비 세부 내역 공개가 의무화돼 있고, 50가구 이상 공동주택도 내년부터 공개 대상이다. 하지만 50가구 미만 공동주택, 원룸, 오피스텔 등은 별도의 관리비 규정이 없다. 이런 소규모 주택은 각호에 계량기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전기료 등은 실비 부과하되 수도료, 인터넷, TV 등은 매달 일정 금액을 관리비로 내도록 하고 있다.

일부 임대인은 전월세신고제 등을 피하고자 이를 악용해 월세 대신 관리비를 대폭 올렸다. 낮은 월세를 보고 계약한 세입자들이 관리비 폭탄을 맞는 사례가 적잖이 발생했다.

이에 원 장관은 지난 5월, 청년과의 대화에서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50가구 미만 주택의 관리비 부과 실태를 점검한 뒤 '소규모 주택 관리비 투명화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전·월세 물건 광고 시 정액 관리비 표시 내역을 세분화하고 중개 플랫폼에 표준화된 관리비 입력 기능을 추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네이버부동산과 직방, 다방, 한방, 피터팬의좋은방구하기, 부동산114 등은 공인중개사나 집주인이 중개 플랫폼에 매물을 올릴 때 관리비를 세부적으로 입력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기존에 '관리비 15만원(청소비, 인터넷, TV 포함)'으로 총금액과 포함 항목만 쓴 것과 달리 '관리비 15만원(①일반관리비 8만원 ②사용료 4만원 *수도료 2만원 *인터넷 1만원 *TV 1만원 ③기타관리비 3만원 *전기료, 가스 사용료 별도)'으로 세분화해 명시하도록 했다.

업체별로 시스템 개편 완료 시기에 따라 네이버부동산과 다방은 오는 6일부터, 직방은 8일부터 표준화된 관리비 양식을 적용한다. PC·모바일 모두 해당한다. 만약 집주인이 관리비 세부 내역을 주지 않아 공인중개사가 입력을 못 한 경우에는 그 내용(사유)을 명시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이달 말 정액관리비 표시 내역 세분화를 위한 고시 개정 후 3개월간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또 올해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대학가 원룸 수요에 맞춰 기획조사(온라인·유선 병행)를 실시한다. 서울을 먼저 하고 필요시 인천, 수원 등으로 범위를 넓힌다.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위반 의심 사례가 확인되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처분한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부당 광고는 500만원 이하, 명시 사항 누락은 5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가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과실이 임대인에게 있지는 않은지, 고의성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지기로 했다. 계도기간은 약 6개월로 잡았다.

원 장관은 "법령 개정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는데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협조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청년 중심 세입자들을 위한 과제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