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주범, 한국 바다도 덮쳤다…"전세계 560조 피해"

천권필 2023. 9. 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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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 외래종인 검은 쥐. Ewa Studio/Shutterstock

전 세계적으로 외래종의 침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10년마다 4배씩 늘어나면서 4230억 달러(560조 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무역과 여행 등 인간 활동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 외래종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역시 아무르 불가사리와 유령 멍게 등의 외래종이 연안을 잠식하면서 양식장에 피해를 주고 있다.

생물다양성 관련 유엔 기구인 IPBES가 4일(현지시각)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3만7000종 이상의 외래종이 유입됐으며 매년 200여 종의 외래종이 새롭게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침입 외래종은 3500종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전 세계 과학자 등 전문가가 참여해 4년 반에 걸쳐 작성했으며 각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공개됐다.


토착종 멸종시키고 전염병 퍼뜨려


뎅기열 등을 매개하는 외래종 모기. Frank60/Shutterstock
무역과 여행 등 지역과 국가를 넘나드는 활동이 늘어나면서 외래종의 확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침입 외래종은 토착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병원균을 퍼뜨리는 등 인간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준다.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퍼진 외래종인 검은 쥐의 경우 도시뿐 아니라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갈라파고스 섬까지 침입해 토종 쥐들을 멸종시켰다. 외래 모기종들은 뎅기열 등 각종 전염병을 새로운 지역에 퍼뜨리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기후변화와 맞물려 산불 등 재난 유발


지난달 13일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외래종은 기후변화와 상호작용하면서 심각한 재난을 유발하기도 한다. 지난달 하와이에서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산불 참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니그래스 등 가연성이 높은 외래종 식물이 하와이로 유입되면서 건조한 날씨, 강한 바람과 맞물려 산불을 확산시키는 땔감 역할을 했다.

보고서는 “외래종의 수는 모든 지역에서 수 세기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침입 외래종으로 인한 전 세계 경제적 비용은 1970년 이후 10년마다 4배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9년을 기준으로 외래종 침입으로 인한 피해 비용은 4230억 달러(560조 원)를 초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역 활동 많은 한국도 외래종 피해 심각


외래종인 아무르 불가사리.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무역 활동이 활발한 한국 역시 외래종으로 인한 피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보고서도 침입 외래종으로 인한 대표적인 경제적 피해 사례로 한국 연안을 잠식한 아무르 불가사리와 유령 멍게를 언급했다. 외항선에 붙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무르 불가사리는 조개 등의 어패류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등 포식성이 강해 바다의 해적으로 불리기도 한다. 유령 멍게 역시 왕성한 번식력으로 양식 시설에 달라붙으면서 피해를 주고 있다.

육지에서도 새로운 외래종들이 발견되고 있다. 지난 5월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외래종 흰개미의 경우 마른 나무를 닥치는 대로 갉아먹어 목조 건물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외래종인 중국 꽃매미. Jana Shea/Shutterstock

IPBES 공동의장이자 생태학자인 헬렌 로이는 “침입 외래종의 증가와 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후변화 역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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