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태 HUG사장 “악성 임대인은 유예 없이 경매절차 개시”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악성 임대인에 대해선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해당 주택 경매를 통해 빠른 시일 내 채권을 회수할 방침”이라고 5일 밝혔다.
지난 6월 취임한 유 사장은 이날 첫 기자 간담회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과 주택 가격 하락에 따라 작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며 “적기에 전세보증금이 반환될 수 있도록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가 나면 임대인에게 자진 상환하도록 유예 기간을 부여한 뒤 경·공매를 진행한다”면서 “하지만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악성 임대인)에 대해서는 유예 기간 없이 곧바로 경·공매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악성 임대인은 신속하게 수사기관에 의뢰해 은닉 재산을 발굴하고 강제집행절차를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HUG 등에 따르면 악성 임대인은 지난 7월 말 기준 344명으로, 이들이 임차인에게 돌려주지 못해 HUG가 대신 갚아준 전세보증금은 1조5769억원이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을 운용하는 HUG는 전세금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두절되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사람을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233명이었던 악성 임대인은 7개월 만에 111명 더 늘어났다. 또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약 5년 7개월 간 HUG가 대신 지불한 전세보증금 누적액이 3조8629억원인데, 이 중 악성 임대인의 사고 금액이 40.8%를 차지한다. 그러나 악성 임대인의 변제액에 대한 HUG 회수율은 10%에 그치고 있다.
유 사장은 지난해부터 대위변제액이 급증하며 HUG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데 대해선 “경·공매 절차를 통해 대위변제액 70~80%는 회수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대위변제가 늘면 손실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시기적으로 늦어질 순 있지만 과거 데이터를 보면 경·공매가 완료되면 평균적으로 70~80% 정도 회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수 시기를 앞당기는데 주력해 재정 손실을 빠른 시일 내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보증사고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 비해 회수율은 떨어지면서 HUG의 재정건선성은 악화하고 있다.
HUG는 지난해 125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직전 연도에 49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전세 사기 등 지난해부터 보증사고가 늘며 1년 만에 적자 신세가 됐다. HUG가 영업적자를 낸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에는 적자 규모가 더 불어날 전망이다.
유 사장은 “구상채권 회수 강화, 경영효율화 등 재무 구조 개선을 통해 재무건전성 확보에 힘쓰겠다”며 “선제적으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증사업장 모니터링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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