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핀이 뽑힌 남편, 왜 아내에게 그토록 분노했나
[이준목 기자]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과소비로 신뢰를 잃어버린 아내, 화가 나면 감정조절이 되지않아 극도로 폭발하는 남편, 시한폭탄같은 부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9월 4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터지는 카드값 VS 터지는 분노, 폭탄 부부' 편이 그려졌다. 결혼 3년 차로 2살 연상연하 임현규-신규미 부부는 댄스 동호회를 통하여 처음 인연을 맺었고, 1년 반의 연애 끝에 아이가 생기면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 MBC |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부부는 동대문구에서 거주하면서 맞벌이를 하며 3살 아들을 함께 키우고 있었다. 아이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자상해보이던 남편은, 아이가 쓸 컵이 제대로 설거지가 되어있지 않은 모습에 갑자기 표정이 굳었다.
남편은 아내가 집안일을 안 해도 너무 안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남편은 "설거지도 하나도 안 되어 있고 음식물 쓰레기는 모여서 벌레가 날린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에 아내는 "할 만큼은 했다"고 반박했지만 집안 곳곳에는 남편의 주장 대로 각종 잡동사니와 쓰지 않는 식기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아내는 성인 ADHD(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 진단을 받은 사실을 고백했다. 아내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고 정리정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남편은 가장 화가 났던 순간으로, 아내가 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자느라 아들을 어린이집에도 등원시키지 않았던 일화를 밝혀 충격을 안겼다.
오은영은 아내처럼 "상황에 따른 우선순위 판단이 어려운 것"을 ADHD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꼽았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ADHD 아내를 둔 배우자로서 남편이 조심해야할 부분으로 "성인 ADHD는 고쳐야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많이 좋아질 수 있지만 하루 만에 좋아질 수는 없다"고 설명하며 "잘하다가 못하는 것도 ADHD의 증상이다. 어떤 때는 일부러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럴 때 배우자에게 '넌 병이야', '할 수 있는데 마음을 안 먹어서 그래'같은 모진 말을 들으면 굉장히 아프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오은영의 설명을 듣고도 남편은 "아내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부의 또다른 갈등 원인은 바로 '금전 문제'였다. 남편은 아내에게 신뢰를 상실하게 된 이유로, 가계 관리를 맡겼다가 빚만 늘어났다며 "급여가 400만 원이 넘는데 용돈을 10만 원을 못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내도 남편이 자신 몰래 오토바이를 구입했던 일화를 폭로하며 자신에게만 금전적 개념이 없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내는 남편을 속이고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 는데 무려 900만 원에 이르는 거액을 사용했고 심지어 할부 개월수도 거짓말을 했던 전력이 있었다. 아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남편의 외모 지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게 원인이었고, 남편이 준 생활비를 줄여 할부금을 갚을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심지어 아내는 남편이 생일선물로 사준 고급 헤어드라이기 역시, 현금으로 일시불 구입하라는 남편의 당부를 무시하고 할부로 구입한 사실을 숨긴 상태였다. 아내는 이를 추궁하는 남편에게 그렇게 큰 잘못이었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알고 보니 부부는 결혼 당시 모든 혼수마저 할부로 구매해 빚으로 남은 상태였다. 아내는 이에 대하여 "혼수 장만할 때 체감가와 실제로 내는 돈이 다르다"고 설명하며 "체감가가 1000만 원이면, 실제로 긁는 건 1200만 원이다. 1200만 원을 결제하고, 포인트로 돌려주거나(페이백) 하는 방식이다. 1000만 원을 어떻게 일시불로 내나. 당연히 할부할 수 있으면 할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내는 돈의 정확한 사용처를 말하지 못하고 자꾸 횡설수설을 거듭했다. 부부는 이미 방송 촬영 전부터 카드 내역 공개문제로 실랑이를 벌였다고 한다. 남편은 가계가 왜 마이너스인지 정확히 알기 위하여 카드 내역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리저리 회피하던 아내는 남편의 거듭된 요구에 마지못해 공개했다.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 MBC |
반면 아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남편의 '과격한 모습'이었다. 부부는 남편의 친구와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다가 아내가 남편에게 과거에 서운했던 일을 털어놓으면서 언쟁이 시작됐다. 아내는 과거 남편의 친구가 자신에게 실언을 해서 화를 냈는데, 남편이 친구들 앞에서 아내를 감싸주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에게 언성을 높이고 막말까지 해서 상처를 받았다는 일화를 꺼냈다.
아내는 남편의 분노가 언제든 더 '폭력적인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남편은 화를 내게 만든 것은 아내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굳이 지난 이야기를 다시 들추려는 아내에게 감정적으로 반응했다.
친구의 중재로 잠시 분위기가 누그러지는 듯했으나 얼마 후 부부는 또다시 충돌했다. 화제가 우연히 '시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가자 갑자기 남편은 더욱 격하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부부는 바로 전날에도 시어머니 문제로 언쟁을 벌인 바 있었다. 남편은 부부간의 문제로 출연한 방송에서 부모의 이야기가 언급되는 데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남편과 시어머니는 서로 관계가 좋지 않았고, 아내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관계 개선을 제안했는데 이는 오히려 남편의 금기를 건드리는 결과를 낳았다.
급기야 남편은 아내에게 "(이 상황을) 뒷감당할 수 있냐"고 추궁하며 고성을 내지르고 욕설을 내뱉었다. 극도로 흥분한 남편은 의자를 발로 차며 폭력적인 행동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아내는 남편의 과격한 행동을 보고 공포에 질려서 눈물을 흘렸다.
결국 보다 못한 제작진이 투입되어 남편을 만류하고 아내를 떼어놓았다. 남편은 벌벌 떨며 자리를 뜨는 아내를 향해서 끝까지 거친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내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남편과 살 수 있겠냐"고 질문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편은 "평소에는 그 정도로 화를 내지는 않으며 당시는 감정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하며 많은 지원을 받고 있던 남편은, 부모님의 문제가 언급되면서 가족들과 척을 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지켜본 오은영은 남편에게 "신체적인 폭행을 안 했다고 해서 폭력을 행사 안 한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고 남편도 순순히 수긍했다. 남편은 분노한 이유에 대하여 "방송 촬영임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내가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려고 한다고 오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아내는 "남편이 오해를 잘한다. 자신이 받아들이는 거에 꽂혀서 이야기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부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이상한 방식으로 대화를 한다"고 지적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처음부터 의도를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거나 하고 싶은 표현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남편은 아내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오은영은 아내에게 "'나는 이런 것 때문에 이렇게 생각해'라고 처음부터 본인의 의도를 솔직하게 이야기하시라"고 조언했다. 또한 남편에게는 "대화에서 상대를 진정시키는 능력이 미숙하다.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감정이 앞선다. 중간 과정은 다 생략한 채 본인이 불안하고 걱정되는 상황으로 생각을 진행하면서 대화의 마지막은 자신이 주관적으로 받아들인 것을 토해낸다"고 분석했다.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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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남편은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는 모습이 어머니의 영향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남편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혼이 나서 속옷까지 벗겨져 집밖으로 쫓겨나 방치당했고, 깊은 상처와 굴욕감으로 잠시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던 일화를 털어놨다. 남편은 "어머니가 저를 많이 사랑해줬지만 표현 방식이 굉장히 잘못됐다고 느꼈다. 항상 보면 사소한 걸로 크게 혼나곤 했다"고 돌아봤다.
오은영은 남편의 상처에 공감하면서도 "화가 치솟을 때 중요한 것은 스스로 화를 다룰 수 있어서 자신이나 상대방을 진정시키는 능력이다. 남편은 그게 안 되고 있다"고 전문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당부했다.
아내에게 분노를 쏟아낸 그날, 만취하여 집에 들어온 남편은 자는 아내를 깨웠다. 남편은 지금 대화를 하지 않으면 이혼 소송을 하겠다고 협박하여 아내를 강제로 불러냈다.
남편은 아내에게 3개월 전 이혼 상담을 받았다는 폭탄 발언을 꺼내며 "나랑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냐. 이혼를 원하지 않다면 당신이 어떻게 노력할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그게 아니라면 이혼 소송을 해서 내가 아들을 데려가든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통보를 전했다. 이혼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던 아내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남편은 "아이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줄 바에야 이혼이 낫겠다고 생각을 깊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은 '이혼해도 아들은 못 데려간다. 내가 양육권을 90%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게 협박처럼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부부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내내 긴장되고 당황스러웠다며 안타까워했다.
솔루션에서 오은영은 남편을 설명하는 특징으로 '아들'과 '화'를 꼽았다. 남편은 아들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본인의 아픈 부분을 아들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다는 데 집착하는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오은영은 "나의 성장 과정과 받았던 영향에서 '나'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화에 대해서는 "남편은 감정을 수용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화를 낸다. 남편처럼 어린 시절에 수용받지 못한 경험이 많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두려움을 느낄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리검사에서도 남편은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 당하기 쉽고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는 이해와 공감을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는 복수하려는 마음이 공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오은영은 "화를 진정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타인이 안 건드리는 것 뿐인데, 인간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건드리고 산다. 남편처럼 '나를 안 건드리면 화낼 일 없어'라는 전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하며 "화나는 순간에 길게 생각하지 마시라. '내 감정은 내 거지'라고 생각하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아내에게는 "본인이 함부로 대해진다고 느꼈을 때 반응한다"고 분석했다. 심리검사에서 아내는 자신에게 일어날 일은 남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잘 수용하지 않는 성향으로 나타났다.
오은영은 부부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가 '돈'이라고 지적하며, 금전 개념이 부족한 아내에게 신용카드를 절단해서라도 완전히 끊으라고 조언했다.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남편에게는 고유의 '신호'를 만들어서 화가 폭발할 것 같은 순간이 오면 "나 핀 뽑힐 것 같아"라고 상대에게 자신의 상황을 전하고 서로를 진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모든 솔루션을 마친 남편은 "제가 화나는 포인트를 계속 찾고 있었는데 '수용'이라는 포인트를 들으니 한번에 정리가 된다. 정확히 짚어주셔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내는 "더욱 개과천선을 할 수 있도록 저희 부부에게 용기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상담을 끝낸 부부는 오은영과 패널들의 따뜻한 응원을 받으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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