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집단 간언 들은 시진핑...측근에게 '내 탓이냐' 분노 표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최근 공산당 지도부 출신 원로 그룹의 호된 조언을 받은 뒤 측근들에게 분노를 표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나카자와 가쓰지(中澤克二) 편집위원 겸 논설위원은 '시(習)정권 워치'라는 기명 온라인 연재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나카자와 위원은 이 글에서 "수수께끼였던 올여름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의 분위기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시 주석 취임 후 지난 10년(2012년~2022년)과 올해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고 덧붙였다.
나카자와 위원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올여름 허베이성의 유명 휴양지인 베이다이허에 공산당 수뇌부 출신의 초거물급 원로는 한 명도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상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는 2주 동안 여름 휴가를 겸한 비밀회의인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국가정책을 논의한다. 그러나 올해는 초거물급 원로들은 참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후진타오(胡錦濤·80)전 주석은 지난해 10월 공산당 당대회 폐회식 자리에서 강제 퇴장한 후 행적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나카자와 위원은 "원래 실력 있는 원로가 베이다이허 회의에 오지 않는 상황은 시 주석에게 유리한 상황이지만 그보다 더 복잡한 일이 올여름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개혁개방이 본격화된 이래 미증유의 후퇴 국면에 있다"며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인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로 대표되는 부동산 불황과 청년 실업률 악화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군에서 지난 7월 핵미사일을 운용하는 로켓군 사령관을 교체하고, 전랑외교를 주도해온 외교부 수장 친강(秦剛)을 해임하는 등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원로들 시 주석에 '혼란 피하라' 조언"
나카자와 위원은 "중국 공산당을 지탱해온 원로 집단이 이런 현재 상황을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면서 "일반 민중의 마음이 당을 떠나면 통치 자체가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위기감이 높아지자 원로들은 지난달 베이다이허 회의에 앞서 독자적으로 회의를 소집해 현 지도부에 전달해야 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나카자와 위원은 "원로들의 '총의'를 모아 대표자 몇 명만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했는데 이들이 시 주석을 앞에 두고 '더 이상의 혼란은 곤란하다'고 다그치며 기존에 없던 강한 어조로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앞장선 원로는 전 국가부주석이자 장쩌민의 최측근이었던 쩡칭훙(曾慶紅·84)이라고 한다. 나카자와 위원은 "예상 밖의 호된 조언을 들은 시 주석은 다른 자리에서 측근들에게 분노를 터뜨렸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이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과거 3대가 남긴 문제가 모두 (내게) 덮어 씌워졌다"면서 "(집권 후)10년이나 노력했는데 문제 해결이 안 됐다. 이게 내 탓이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한다.
이를 두고 나카자와 위원은 "원로들이 지적한 '혼란'은 과거 3대의 '유산' 탓이지 시 주석 본인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릭스 원고 대독, 체면 구길까 봐"
이 밖에 시 주석이 오는 9일~10일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불참하게 된 배경에 대해 나카자와 위원은 경제의 실무 책임자인 리창(李强) 총리가 대신 가는 게 좋다는 측근들의 제안을 시 주석이 받아들였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시 주석은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난 직후인 지난달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신흥 5개국(BRICS·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비즈니스 포럼에서 예정된 연설을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이 대독하도록 해 배경을 두고 여러가지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나카자와 위원은 "회의장에서 좋지 않은 중국 경제에 대해 시 주석에게 직접 질문이 오면 체면을 구길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었다"고 했다.
나카자와 위원은 1987년 닛케이에 입사해 1998년부터 3년간 베이징 주재 특파원을 지냈다. 2012년부터 중국 총국장으로 베이징에서 근무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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