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맞수]'찐팬'에 진심인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오수연 2023. 9. 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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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LGU+ 내부 출신 대표…통신·영업전문가
'빼어난' 고객 만족 추구에 가입자↑ 해지율↓
보안 강화·U+3.0 전략 추진 과제

편집자주 - 한국 통신 시장을 3분하고 있는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1등 정보기술 강국 코리아를 향해 같이 달리는 동료이자 서로 뺏고 뺏기는 시장 쟁탈전을 벌이는 경쟁자, 적이다. KT가 새 대표이사를 정하지 못해 한동안 3사 CEO들은 제대로 협력도 경쟁도 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김영섭 KT 신임대표의 등장으로 상황이 변했다. 통신 기업을 넘어서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3사의 공통과제다. 누가 더 좋은 성적으로 과제를 풀 것인가, 다시 치열한 경쟁의 신호탄이 올랐다. 동료이자 맞수인 3사 CEO를 심층 분석해봤다. 이번 회차는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편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LG유플러스에서 처음으로 내부 승진을 통해 대표에 오른 인물이다. 1991년 LG 회장실에 입사해 1997년 컨설팅 기업 PW&C로 옮겼지만 1999년 LG유플러스의 전신인 LG텔레콤 사업개발팀 부장으로 돌아왔다. 이후 2010년 LG 경영관리팀장을 맡은 것을 제외하면 쭉 LG유플러스에 적을 뒀다. 강남사업부장(상무), 영업전략담당(상무), MS(매스서비스) 본부장(전무), PS(퍼스널 서비스) 부문장(부사장), 컨슈머사업총괄(사장) 등을 거쳤다. 1962년생으로 인천광역시에서 태어났다. 부평고등학교와 한양대학교 산업공학과(80학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과 석사를 졸업한 이공계 출신 CEO다.

20년 넘게 LG유플러스에 몸담은 만큼 통신 전문가이자 LG유플러스 전문가다. 아무리 최고경영자(CEO)라도 자신이 줄곧 담당했던 사업 부문이 아니면 세세한 내용까지 모두 꿰고 있기는 어렵다. 그러나 황 대표는 전공인 영업이나 B2C(기업·소비자 거래) 외에도 통신 산업 전반에 걸쳐 이해도가 높고,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직원들은 “황 대표에게 보고하러 가면 복잡한 기술 관련 사안도 배경 등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보고 스타일에서 묻어나듯이 업무 전반에서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을 추구한다. 실사구시형 CEO다.

황 대표는 자타공인 콘텐츠 마니아다.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섭렵하고 있다. 주말에도 시간이 나면 영화를 본다. 특히 영화 '매트릭스1'은 7~8번씩 반복해서 봤을 만큼 좋아한다. 이를 통해 사람의 창의력에 대해 고찰했다. 잠수함을 배경으로 지휘관들의 갈등을 담은 영화 '크림슨 타이드'를 여러 차례 보며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인터넷TV(IPTV) 제휴에 성공한 배경이다. LG유플러스는 키즈 OTT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으며, 지난해 콘텐츠 브랜드 스튜디오 X+U도 론칭했다. 지난해 황 대표가 발표한 비전인 'U+3.0 전략' 4대 방안에서도 콘텐츠가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고객 중심 경영 철학도 그를 상징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이른바 '찐팬(진짜 팬)' 전략이다. 톡톡 튀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의 입에서 먼저 나왔을 것 같은 단어지만, 회사에서 찐팬이라는 단어를 맨 처음 사용한 사람은 황 대표다. 2021년 1월 취임 후 첫 신년사에서 "고객을 주변에 우리의 서비스를 알리는 '찐팬'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이후 수차례 공식 발언을 통해 찐팬 만들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그가 강조하는 '빼어남'도 차별화된 고객 만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황 대표는 LG유플러스를 '고객만을 생각하는 고객 중심의 회사'로 정의했다.

황 대표의 고객 경험 혁신 전략은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분기 10년 만에 분기 순증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황 대표 취임 첫해인 2021년보다 약 5배 늘어난 것이다. 또 2021년까지 1.4%대이던 해지율은 지난해부터 1.1% 안팎으로 떨어졌다. 한국통신 시장의 특성상 LG유플러스 가입자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다른 통신사 가입자가 줄었다는 말이다.

하반기 황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막판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난 30일 취임한 김영섭 KT 대표와 달리 황 대표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끝난다. 올해 연말 그룹 인사에서 유임되기 위해 하반기 동안 지난 2년여 동안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특히 올 초 발생한 보안사고 수습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CEO 직속으로 보안 조직을 두고 정보보호 투자액을 기존 대비 3배 늘린 1000억원으로 확대했다. 나아가 U+3.0 성장 전략을 본격 시행해야 한다. 황 대표는 지난해 9월 라이프스타일(통신·구독), 놀이(OTT·콘텐츠), 성장케어(아이들나라), 웹 3.0(미래 기술) 등 4대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U+3.0'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2027년 기업가치를 12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황 대표는“LG유플러스는 통신 영역을 넘어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고객 데이터를 점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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