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맞수]소통·협업으로 시장 선도하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편집자주 - 한국 통신 시장을 3분하고 있는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1등 정보기술 강국 코리아를 향해 같이 달리는 동료이자 서로 뺏고 뺏기는 시장 쟁탈전을 벌이는 경쟁자, 적이다. KT가 새 대표이사를 정하지 못해 한동안 3사 CEO들은 제대로 협력도 경쟁도 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김영섭 KT 신임대표의 등장으로 상황이 변했다. 통신 기업을 넘어서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3사의 공통과제다. 누가 더 좋은 성적으로 과제를 풀 것인가, 다시 치열한 경쟁의 신호탄이 올랐다. 동료이자 맞수인 3사 CEO를 심층 분석해봤다. 이번 회차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편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1970년 경남 산청군 태생이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88학번으로 과 직속 선배로는 통신업계 선배이기도 한 구현모 전 KT 대표(81학번)와 벤처 1세대로 불리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86학번)가 있다. 1994년 동 대학원 석사를 취득했으며, 이후 미국 워싱턴대 MBA 과정을 밟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ETRI 시절 경영전략연구팀, 기술전략연구본부 모바일사업전략연구팀 등에서 근무하며 수십 개의 논문을 작성했다. 2000년 SK텔레콤 입사 후 2009년 사업개발팀장, 2014년 사업개발본부장, 2016년 전략기획부문장, 2018년 코퍼레이트센터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직원들은 유 대표가 "회사나 자신에게 필요한 일만 묵묵히 해 나가는 스타일"이라고 평한다. 언론에 나가는 등 외부와 소통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부에서는 차가워 보일지 몰라도 회사 내부에서는 그 누구보다 '소통'에 진심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을 재직 중 목표로 세웠다. 구성원들 사이에 말랑말랑한 소통이 흐르는 유쾌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본사 31층에 마련된 소통 공간 ‘더 라운지(The Lounge)’를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소통·휴식·교류하고, 때로는 유 대표와 만나 격식 없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굳이 대표실 같은 층에 이러한 공간을 마련한 것만 보아도 유 대표의 소통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직원들과 소통 문턱을 낮추기 위해 평소 대표실 방문도 열어두고 다닌다고 한다. 그러나 유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평직원이 대표실을 찾은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오히려 유 대표가 엘리베이터나 라운지 등에서 직원들을 보면 먼저 말을 걸어 “난처했다”는 애교 섞인 하소연을 하는 직원들이 꽤 있다.
그래도 유 대표를 향한 후배들의 신뢰는 두텁다. 대표실 책상 뒤편에 있는 한 트로피가 이를 방증한다. 2019년 CFO(최고재무책임자) 자리에서 떠날 때 당시 부서원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 이 트로피에는 ‘오 캡틴, 마이 캡틴 제임스(Oh Captin, My Captin James)’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제임스는 유 대표의 영어 이름이다. 대표, 사장이라는 직함보다 영어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는 그를 위해 부서원들이 나름의 센스를 발휘했다. 유 대표는 자산이 가진 많은 트로피 중 이 트로피를 가장 아낀다고 한다.
유 대표의 소통 역량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시기는 2012년 SKT가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기 위해 프로젝트팀을 가동할 때였다. 당시 사업개발실장 이었던 박정호 부회장이 프로젝트 리더였고, 사업개발팀장이었던 유 대표는 프로젝트 팀장으로서 실무를 총괄했다.
반도체가 지금은 그룹 내 핵심 사업이 됐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사업 성장 가능성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과감한 인수 전략을 펼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유 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당시 그는 직원들과 수평적 소통문화를 구축하고 소규모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문화를 이식해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그의 경영 최종 목표는 2026년까지 SKT의 기업가치를 40조원 이상으로 키우는 것이다. 현재 회사 가치는 11조원 수준이다.
유 대표는 이를 위한 핵심 키워드로 ‘인공지능(AI)’을 제시했다. 올 초엔 AI 시대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핵심 사업의 AI 혁신 ▲AI 서비스를 통한 이용자 관계 강화 ▲산업 전반의 AI 확산 등으로 전략을 구체화했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SKT는 AI 반도체 '사피온', 개인형 AI 서비스 '에이닷' 등을 내놓으며 AI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핵심 사업인 이동통신 서비스에 AI 기술을 적용, 초개인화한 서비스를 추진 중에 있으며, 미디어 영역에서는 B tv를 다양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통합 포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개인형 AI 서비스 '에이닷' 등을 통해 이용자 관계를 혁신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통신사에 특화한 데이터와 초거대 AI를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도 꾀할 것"이라며 "고객과 기술, 서비스를 중심으로 명실상부 대한민국 1등 통신사다운 자부심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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