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사전규제’ vs ‘사후규제’…머리 맞댄 세계 경쟁당국
‘사후규제’ 가닥…선진국과 다른 방향성
플랫폼 규제 속도내야…올바른 분석 필요
폭발적인 온라인 플랫폼 성장과 함께 불공정 현상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전세계 경쟁당국이 사전에 규제 대상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게 맞을지, 사후에 처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제12회 서울국제경쟁포럼’을 열고 주요 선진국 경쟁당국 고위급, 학계, 업계 전문가 등과 함께 디지털 시장 경쟁법 규율 방안을 논의했다.
고병희 공정위 상임위원은 이날 세션1(디지털시장에서의 경쟁법 규율방안)에서 “전 세계적으로 사전 규율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쟁당국이 사후 규율 위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당국이 불공정행위를 파악한다고 했을 때 분석·평가하고 그 효과를 모니터링하는 데 시간이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도 효과적으로 공정 사례를 디지털 시장에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현재까지는 일단 여러 연구 자료와 해외 사례를 평가하는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프레데릭 제니(Frédéric Jenny)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의장이 고 위원에게 사후규율이 필요한지에 대해 묻자 “사후규율은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며 “어떤 방식으로 규율할지 논의하고 있으며 여전히 굉장히 갑론을박 이어져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율 개선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지난 1월 구성해 지난 6월 활동을 마쳤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전문가 논의를 바탕으로 한 규제방안을 곧바로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활동 종료가 3개월이 지났음에도 현재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 서울포럼에서 공정위는 사전규제와 사후규제 도입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규제 대상 기업을 정해놓고, 지켜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사전규제와 달리 사후규제는 불법행위가 드러나야만 제재를 가할 수 있어 기업 부담이 감소한다.
최근까지 유럽연합(EU)에서 시행 중인 디지털시장법(DMA)와 닮은 사전규제 내용을 담은 법안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경쟁당국과 반대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유럽에서는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하고, 자사우대 등 시장 지배력 남용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사전규율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EU DMA와 독일 제10차 개정 경쟁제한방지법, 영국 디지털시장·경쟁·소비자 법안도 비슷한 맥락의 사전규제 방식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올리비에 게르센(Oliveier Guersent) EU 경쟁총국장은 “내년 초부터 EU는 사전규제가 적극적으로 집행이 될 것”이라며 “과거 사후규제 방식은 디지털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기엔 시대에 뒤떨어진 입법체계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 시장에서 공정하고 경쟁 가능한 새로운 디지털 마켓법이 필요하다”며 “기반산업 및 핵심 플랫폼 분야 독점력 남용 행위 시정, 플랫폼 관련 개선 추진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나 고틀립(Gina Cass-Gottlieb)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 위원장도 “디지털 플랫폼의 경우 사후 법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사전에 디지털 플랫폼을 차단할 수 없고, 추후 조사하는 것도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보통법을 적용하는 호주는 한국 공정위와 달리 직접적인 결정을 내리거나 벌금을 매길 수 없다”며 “결국 나중에는 법원가지 가야하기 때문에 호주 정부 차원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이 소비자나 경쟁에 미치는 피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사전 경쟁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봤다.
콘라드 오스트(Konrad Ost) 독일 연방카르텔청 부청장은 “독일은 중요한 성격을 가진 기업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며 “(이 안에)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등과 같은 사업자로 분류될 경우 각종 행위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체계 보면 최초로 디지털과 관련된 조항을 만들었고 지난 2017년 소폭 개정이 있었다”며 “자세한 기준을 정해 상황별로 올바르게 법률을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경쟁당국은 디지털 시장의 성장과 혁신이 건설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디지털 기술이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지 않고 시장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낳는 자양분이 되도록 공정한 경쟁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오늘날 경쟁당국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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