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여학생 목숨 끊었다" 佛 잇단 학폭에 꺼낸 무서운 엄벌
이달 초 신학기가 시작된 프랑스에서 학교폭력을 행사한 가해 학생을 피해자와 분리해 강제 전학시킬 수 있게 됐다. 최근 몇 년간 피해자가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비극이 이어지자 도입된 조치다.
유럽연합(EU) 의장국인 프랑스가 집단 따돌림, 인터넷을 통한 괴롭힘(Cyber-bullying) 등 학교폭력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면서 다른 EU 국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확대될 지 주목된다.
5일 유로뉴스와 일본 매체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 온라인 등을 종합하면 프랑스에서 이번 학기부터 다른 학생의 안전과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는 가해자의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행위가 정식 확인된 경우, 교장이 가해자를 퇴학시킬 수 있다. 또 교장은 지자체장에게 의뢰해 지자체 내 다른 학교에 가해자를 등록시키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프랑스에선 피해자가 견디다 못해 전학 가는 사례가 상당수였지만, 이달부터는 교장과 지자체장의 판단으로 가해자 강제 전학이 가능해졌다. 다만 지자체 내에 공립학교가 한 곳밖에 없는 경우, 가해자 전학은 전학 예정인 학교가 있는 지자체장이 입학에 동의한 경우 이뤄진다.
가브리엘 아탈 교육부장관은 유로뉴스에 "올가을 신학기부터 학교폭력 해결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교장에게는 학교폭력을 끝내는 모든 교육 조치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썩은 토마토(가해자)를 들어내야지 멀쩡한 토마토(피해자)를 상자에서 옮길 순 없다"고 제도 취지를 설명했다.
13세에 세상 등진 소녀 "SNS로 괴롭힘당해"
강제 전학제도가 도입된 건 지난 5월 12일 프랑스 북부의 한 중학교에서 13세 여학생이 8개월간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현지 언론에 "아이가 학년 초부터 SNS에서 지속적인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딸에게 상처입힌 모두가 대가를 치렀으면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21년 3월에는 14살 소녀가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동급생 두 명에 의해 프랑스 파리 센강으로 추락해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속옷 사진을 무단으로 유포하는 등 괴롭힘을 지속해온 전력이 있었다.
현재 프랑스에서 학교 폭력은 '한 명 이상의 학생이 동급생(혹은 학교 내외의 학생) 한 명에게 가하는 반복적인 신체적·언어적·심리적 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2021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학생의 41%가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언어·신체·심리적 폭력으로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80%는 3개월 이상, 38%는 1년 이상 괴롭힘이 지속했다고 답했다. 프랑스 유네스코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초등·중학생의 22%가 왕따 문화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학폭 가해자에 최고 징역 10년, 벌금 2억
과거 프랑스에선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가해자도 미성년자이기에 범죄자 취급을 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학생까지 나오자 무관용 원칙을 도입하게 됐다.
지난해 3월 프랑스는 법 개정을 통해 학교폭력 피해자가 자살 혹은 자살 미수를 한 경우, 가해자에 최고 징역 10년, 벌금 15만 유로(약 2억1000만원)형에 처하기로 했다. 또 피해자의 등교 불가 일수가 8일 미만일 경우, 3년 이하 징역 및 4만5000유로(약 6400만원) 벌금형에 처하고 8일 이상의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 및 7만5000유로(약 1억원)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21년부터 인터넷 폭력 피해를 상담할 수 있는 무료 전화 '3018 콜센터'(매일 오전 9시~밤 11시 운영)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콜센터에 온 전화·문자 상담 건수만 2만5000건이었다.
프랑스 교육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교사 업무의 과중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적 심판을 받은 가해 학생과 그 부모가 되레 학교 측에 원한을 품을 것을 두려워하는 교사도 적지 않다고 도요게이자이 온라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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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사태' 한국, 2학기부터 강제 전학 규정 강화
세계 각국은 학교폭력 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13~15세 학생 가운데 1억3000만명이 학교폭력 피해자라는 연구도 있다. 미국 위스콘신주는 2016년 집단 따돌림을 주도한 학생의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뉴욕주 노스토너원더시에서는 자녀가 학교에서 다른 학생을 괴롭히면 부모를 최대 15일간 구금하고, 벌금 250달러를 부과하는 안이 2017년 통과했다.
한국도 '정순신 사태'를 계기로 이번 2학기부터 기존 강제전학 규정이 '선(先) 전학 후(後) 조치'로 강화됐다. 강제 전학과 다른 징계 조치를 함께 받은 가해 학생은 징계가 남아 있어도 전학을 먼저 가야 한다.
이는 정부가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 논란을 계기로 내놓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른 후속 조치다. 강제 전학 조치가 늦어지면서 피해 학생이 '2차 가해'를 당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이밖에 현재 고1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6학년도 대입부터는 수시뿐만 아니라 정시에서도 학폭 가해 이력이 평가에 반영된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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