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거래소 이례적 견학갔다…열공 나선 남부 판검사들

김홍범, 하준호 2023. 9. 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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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상자산 범죄 수사·재판이 집중된 서울남부지방법원·검찰청 판·검사들이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기관 현장학습에 나섰다. 남부지검에는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수단은 물론, 국내 검찰청에선 유일하게 금융조사부 2개 부서가 설치돼있다. 이에 따라 남부지법에서도 금융범죄 관련 판결이 타 법원에 비해 현저히 많다.

5일 법조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판사들은 지난 4일 한국거래소를 견학했다. 여의도 증권가를 관할하는 법원의 판사들이 유관기관을 단체로 찾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적어도 2010년대 중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내부의 모습. 지난 4일 서울남부지법 판사 등 30여명이 이곳을 찾아 금융범죄 조사 일선을 견학했다. 연합뉴스

이날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판사들은 남부지법 증권금융재판실무연구회 소속 29명이다. 황정수 법원장도 연구회 회원 자격으로 참가했다. 증권금융재판실무연구회는 남부지법 소속 판사면 자동으로 가입되는 연구회다, 전통적으로 남부지법 민사11부(부장 김정민)가 회장단을 맡는다. 이날 견학도 서울남부지법이 아니라 연구회 차원의 방문이었다고 한다.

앞서 남부지법은 지난 6월 1일부터 지난 7월 19일까지 6차례에 걸쳐 자본시장법과 가상자산 전반에 관한 집중 강의를 편성했다. 점심시간을 쪼개 진행한 강의였는데도 적지 않은 판사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고 한다. 이후 연구회는 법 이론에 더해 실제 금융·증권범죄의 수사의 단초가 되는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 행위 적발 관련 실무도 공부해보자는 제안에 따라 유관기관 방문을 추진했고, 금융증권범죄중점청인 서울남부지검의 주선으로 한국거래소 견학이 성사됐다고 한다.

이날 연구회 소속 판사들은 오전 10시부터 약 3시간가량 자본시장역사박물관을 둘러보고 시장감시본부 관계자의 불공정거래 적발 실무 강의를 들었다. 시장감시본부가 과거 불공정거래 문제가 불거졌던 기업 사례를 자료로 준비해 설명했고, 판사들의 질의응답도 이어졌다고 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적발 시스템의 작동 방식부터 이후 조사 과정까지 실무 전반에 대한 공유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견학에 참가한 한 판사는 “종이 기록 이상의 현장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 신정동 서울남부지검 본관 로비에 금융범죄중점검찰청 현판이 붙어있다. 뉴스1

이웃인 서울남부지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도 ‘현장 학습’에 한창이다. 서울남부지검 검사 9명, 수사관 17명, 파견직원 3명은 지난달 격주로 2회 4시간씩 금융위원회가 주최하는 ‘자본시장법 체계 및 불공정거래 관련 법규·판례’ 강의를 수강했다. 남부지검과 금융위가 “수사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유관기관 사이 협력을 제고하겠다”며 추진한 교육 교류 프로그램이었다.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 단성한) 산하 수사과장 등 경력 수사관과 금융위 등 유관기관 직원들은 지난달 7일부터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을 활용해 회계원리·가상자산·불공정거래를 주제로 ‘브라운백 미팅’(간단한 점심식사를 겸한 회의) 형식의 스터디 모임을 열고 있다. 여기엔 합수부에 새로 전입 수사관 14명 등이 참여하고 있다.

남부지검은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소속 특별사법경찰이 기존 법무연수원 교육뿐 아니라 남부지검에서 일정기간 실무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동일한 목표 지향점인 자본시장질서 교란 사범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건전한 질서 확립과 같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준호·김홍범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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