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초대형 도크 꽉 찼습니다"…활기 되찾은 한화오션 옥포조선소
"조선소에서 현재 설계 중이거나 건조하고 있는 선박을 모두 합치면 50여척에 달합니다. 사명이 바뀌고 임직원들이 늘면서, 새롭게 단장한 사업장에도 다시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오후 거제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멀리 우뚝 솟은 노란색 초대형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이었다. 길이 530m, 폭 131m, 높이 14.5m에 달하는 이른바 '골리앗 크레인'이라고 불린다. 크레인 상단에는 'DSME 대우조선해양' 대신 '한화(Hanwha)' 영문 이니셜이 선명하다. 올해 5월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 한화그룹에 인수돼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변경하면서다.
골리앗 크레인이 설치된 옥포조선소 1도크(선박건조장)는 축구장 11개 면적과 맞먹는 세계 최대 크기로 유명하다. 도크 주변에서는 매캐한 용접 냄새와 사방에서 들려오는 굉음이 귀를 때린다. 이곳에선 현재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과 원유 운반선 등 대형선박 4척을 동시에 건조 중이다. 도크 주변에 설치된 타워크레인 10여대가 분주하게 작업 중이다.
건조부터 진수(새로 만든 배를 조선대에서 처음 물에 띄우는 작업)까지 평균 10개월, 빠르면 8개월 만에 완료할 수 있다. 빠른 건조 작업으로 업계에선 '배를 찍어낸다'고 말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화오션 직원은 "최근 해외 각국에서 LNG 수입이 늘면서 전세계에서 운반선을 가장 많이 건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포조선소는 현대중공업의 울산조선소,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와 함께 대한민국 'K-조선산업'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산실이다. 1973년 대한조선공사의 옥포조선소로 출범한 후 5년 후인 1978년 9월 대우그룹이 인수해 대우조선공업으로 이름을 바꿨다. 45년에 걸친 역사는 2000년 대우그룹이 해체하면서 2002년 독립기업으로 대우조선해양으로 명칭을 다시 한번 변경했다. 그동안 조선업의 역사를 써 내려간 옥포조선소는 2010년 조선업 불황기에 내리막길을 걸으며 본격적으로 매각 논의를 시작한 후 우여곡절 끝에 20여년 만인 올해 한화 품에 안기게 됐다.
새 주인을 맞은 옥포조선소는 10여년 만에 돌아온 조선업의 슈퍼사이클(초호황)로 활기가 돌았다. 한화오션의 올 상반기 수주잔고는 27조756억원으로 전년 동기(24조9600억원) 대비 11.2% 증가했다. 한화 인수 후 110여명의 생산 인력도 새롭게 충원했고 지속적으로 보강 중이다. 조선소 도크 주변 소부재 조립공장 역시 부품 생산이 한창이었다. 선박 건조에 투입하는 부품은 약 4만개로 자동차 생산에 투입하는 부품(약 2만개) 대비 두 배에 달한다. 선박은 크게 선미와 후미, 몸통 부분으로 나눠 각각 작업한 후 토크에서 조립하는 데 부품을 각각 생산한 후 도크로 이동해 작업한다.
옥포조선소가 살아나면서 거제 지역경제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거제시 한화오션 작업장 일대 상가는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조선소에서 온 손님이 늘어나면서 주변에 새롭게 식당을 준비하는 곳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조선소와 인접한 거리에는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새롭게 문을 연 백반집 등이 눈에 띄었다.
한화오션은 앞으로 선별 고가 수주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성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선박은 물론 해양플랜트, 특수선사에 집중해 글로벌 해양산업 변동에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총괄(사장)은 "고가 선박 수주 비중을 크게 높여나갈 계획"이라며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해가는 기업을 목표로 한화오션이 거제시, 나아가 경상남도에 공헌할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조선업의 글로벌 초격차 확보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강화하고, 무탄소·저탄소 선박개발을 위해 올해 113억원에서 내년 159억원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연내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가칭)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거제=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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