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베즈다 입단' 황인범, 빅리그행 아쉽지만 이게 '차선'이다…UCL 활약 기대

김현기 기자 2023. 9. 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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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이 1990년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차지했던 동유럽 세르비아 명문 구단 츠르베나 즈베즈다에 입단했다.

자신이 꿈꿨던 서유럽 빅리그는 아니지만 즈베즈다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전통의 팀이고,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출전한다는 점에서 차선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즈베즈다 구단은 5일 "미드필더 황인범과 4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여룸 K리그1 FC서울을 떠나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서 1년간 뛰었던 황인범은 동유럽 최고 구단 중 하나인 곳에서 축구 인생 새 장을 열게 됐다.

황인범 2023/24 프리시즌에 거의 존재감을 잃어버린 채 이적과 잔류의 갈림길에 놓여 있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이적설을 필두로 최근엔 이탈리아 세리에A 아탈란타 영입설도 흘러나왔으나 진전 없이 유럽 빅리그 이적시장 기한이 끝났다. 이대로 현 소속팀인 그리스 1부 올림피아코스에 남는가 싶을 때 즈베즈다가 손을 내밀었다.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티켓을 획득한 즈베즈다는 구단 역사상 최고액인 550만 유로(78억원)를 들여 황인범을 사들이기로 확정했다. 황인범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이 뛰고 싶어하던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황인범 입장에선 전소속팀 올림피아코스와 상당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고전을 면치 못했던 올림피아코스에서 제 몫을 해낸 거의 유일한 선수였음에도 이번 시즌 이적 이슈가 생기자 자신을 푸대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그리스 매체들은 황인범과 올림피아코스의 계약 상황에 대해 선수는 1년+2년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지만 구단은 3년 계약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적료에 대해서도 선수 측은 300만 유로(약 44억원)의 바이아웃 조항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구단은 이를 부정하며 1000만 유로 수준의 이적료를 받아야 선수를 다른 팀으로 보낼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이러다보니 양측이 국제축구연맹(FIFA) 제소를 통한 사태 해결 전망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와 더불어 올 시즌을 앞두고 올림피아코스 사령탑에 오른 디에고 마르티네스 감독은 황인범을 핵심 선수로 판단하지 않았다.

올림피아코스는 2023/24시즌 그리스 1부리그 3경기 UEFA 유로파리그 예선 4경기를 치렀으나 황인범은 단 1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일각에선 올림피아코스가 올 여름 이적 추진한 것에 대한 괘씸죄를 물어 황인범의 이적을 허락하지 않고 훈련만 시킬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까지 내놓기도 했다.

다만 황인범과 올림피아코스가 막판 타협점을 찾아 동유럽으로 가기로 했다. 즈베즈다도 구단 사상 최고 이적료를 3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방식으로 한국 최고의 미드필더를 받아들였다.



세르비아를 대표하는 강팀인 즈베즈다는 세르비아 1부리그 역대 최다 우승 팀이며, '레드 스타'라는 별명으로 유럽 축구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특히 1990/91시즌엔 UEFA 챔피언스리그(당시 명칭 유러피언컵)에서 레인저스(스코틀랜드), 디나모 드레스덴(동독), 바이에른 뮌헨(서독), 올랭피크 마르세유(프랑스) 등을 격파하며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과거 유고슬라비아 축구가 동유럽은 물론 전세계에서 다크호스로 주목받을 때 유망주들의 젖줄이었던 팀이 바로 즈베즈다였다.

이런 전통은 소련이 붕괴되고 유고슬라비아가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코소보 등으로 조각난 뒤에도 유지돼 이번 2023/24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에 직행한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RB라이프치히(독일), 영보이스(스위스)와 함께 G조에서 16강 진출을 다툴 예정이다.

황인범은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거액으로 자신의 영입을 준비한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도 흔들리지 않고 유럽에서의 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런 상황에서 즈베즈다 이적은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의 결과로 꼽을 만하다.



황인범은 지난해 11월 카타르 월드컵 직전부터 묀헨글라트바흐와 프라이부르크 등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들의 타깃으로 조명받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올림피아코스에서 1년을 잘 보내면 꿈에 그리던 유럽 빅리그 진출이 이뤄질 것으로 여겨졌다.

지난 4월엔 김민재 전 소속팀인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 그리고 이탈리아 3대 명문 중 하나로 꼽히는 인터 밀란에서 그를 원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황인범이 그리스 1부리그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로 주목받고 있던 터라 이들의 관심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최근엔 세리에A 복병 아탈란타 러브콜 소식도 있었다. 하지만 황인범과 올림피아코스간 분쟁이 이미 이슈가 된 상황이었고, 시간이 계속 흘러도 조정이 쉽지 않자 앞서 관심을 드러냈던 구단들이 하나 둘씩 이적시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

올림피아코스가 황인범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는 뜻이다. 다행히 즈베즈다가 나타나 문제를 풀고 황인범을 확보한 것은 황인범의 커리어, 2026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나 내년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국가대표팀에 다행인 것으로 보인다.

황인범은 즈베즈다와 4년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계약 기간을 다 채울 수도 있지만 550만 유로라는, 그렇게 많지 않은 이적료에 새 팀에 안착한 만큼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등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하면 이르면 내년 여름 자신이 고대하는 빅리그에 안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국가대표팀 A매치 2연전을 치르기 위해 영국으로 향한 황인범은 클린스만호 일정을 소화한 뒤 17일 추카리츠키와 세르비아 시즌 7라운드 원정 경기를 통해 데뷔할 예정이다. 이어 사흘 뒤인 20일엔 영국으로 떠나 유럽 최강 맨체스터 시티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즈베즈다는 2023/24 세르비아 1부리그에서 5승1패(승점 15), 20골 5실점을 기록하며 2위를 달리는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대한축구협회, 즈베즈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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