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남북관계... 마침내 지옥문이 열렸다

김창현 2023. 9. 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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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의 대북정책 및 대외정책 분석 및 전망①]

[김창현 기자]

▲ 축사 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루가 다르게 정세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최근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한미일 3각동맹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이 글을 처음 시작할 땐 학술논문으로 정리하고 싶었으나 써 가는 과정에서 마음을 바꿨다. 학문적 정합성보다 훨씬 분노로 터질 것 같은 생생한 감정을 담을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분들이 보다 더 정밀한 분석과 실천적 과제를 담아 릴레이로 써주기를 바란다.

1. 들어가며

윤석열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라는 명목으로 대북 적대정책과 대결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렇게 대화와 협상을 완벽하게 포기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후보 시절 안보 외교의 적극화, AI 과학기술 강군육성, 북핵 미사일 대응체계 구축 등을 주요 공약으로 20개의 외교 안보 공약을 발표하였고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비핵화 달성 시 평화협정 체결을 약속한 바 있다.1)

집권 후 권영세 통일부 장관을 앞세워 '담대한 구상'2)을 발표하며 대화를 통한 화해 협력의 길을 열어보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 담대한 구상은 비록 이명박 시절 '비핵 개방 3000'3)의 복사판이라는 평가를 받긴 하였으나 나름대로 협상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의지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공약과 달리 집권 후 단 한 번도 북과 대화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도리어 집권 1년을 지나 2년 차에 접어든 지금, 대북 대결론자로 유명한 김영호의 통일부 장관 임명에 나타나듯 대화보다 대결을 추구하고 노골적으로 북 체제 붕괴를 운운하며 맹목적인 강경일변도로 흐르고 있다.

물론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이런 조짐을 보이긴 했다. 그는 대통령 당선 후 아직 취임 전 첫 외신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 그때 차기 정부의 외교 안보 원칙을 제시하며 '한국의 주적은 북한'이라고 규정하였다. 그 이유로 장거리 미사일 시험유예 파기 및 극초음속 미사일 실험 등 핵무기 운반 능력의 고도화와 한국에 대한 핵 위협 고조를 들었다.4)

뿐만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공연히 대북 선제타격을 언급해 북의 강렬한 반발을 불러오기도 하였다.5) 선제타격은 침공에 의한 전쟁 개시를 의미하는데 이런 발언이 여과 없이 쏟아지면 많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할 뿐 아니라 실제 안보 상황 또한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정치지도자도 함부로 할 말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술핵의 재배치, 나아가 나토 식 핵 공유와 공동 핵공격 기획을 언급하기도 하였다.6) 윤석열 정부의 대북 대결 정책은 한미 연합훈련 강화 및 한미동맹 최우선 외교정책과 함께 동전의 양면처럼 한 묶음으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현재 미중 갈등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향후 30년 이상 진행될 패권 경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90년대 냉전이 끝난 후 오랜 세월 미국은 무소불위의 단일패권을 누려왔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다. 강력한 중국의 등장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달러 단일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무너져 내리는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들을 가치와 이념을 내세워 줄 세우는 소위 신냉전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동맹을 구축하여 나토, 오커스7)와 연결시키기 위해 무던 애를 쓰고 있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군사동맹으로 얽혀있고 중국과 경제적으로 크게 묶여 있다. 미국 일변도의 외교와 한미일 동맹 추구는 중국과 관계를 악화시키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남북관계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망가졌다.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및 대외정책의 본질을 고찰하고 균형 잡힌 외교정책과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남북평화와 통일의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가만히 있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마음으로 8회에 걸쳐 연재하려고 한다. 많은 독자들의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소망한다.

2.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
 
흔히 이 영역을 다룰 때 '대북정책', '통일정책' 또는 '한반도 평화정착 정책'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통일을 추구하는 정책이나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은 조금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이 분야는 "대북정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1)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의 목표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안보 핵심 참모들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추구하는 바는 한마디로 말해 "6.15 공동선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남과 북이 맺은 공동선언과 합의 모두를 무효화하고 백지화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적대적 대결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윤석열 정부는 왜 그동안의 남과 북이 만들어 온 화해와 협력을 위한 모든 노력을 완전히 무로 돌리는 적대적 대결을 대북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일까.

첫째, 윤석열 정부는 '남북의 화해 협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도리어 북핵 개발을 도왔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만나 오고 가는 동안 대북 적대의식은 이완되고 통일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갖게 되었을 뿐 아니라 다양하게 진행된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이 북의 핵개발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8)

지난 7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은 새로운 통일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통일부는 그동안 북한 지원부 역할을 해왔다는 강한 비판을 한 바 있다. 통일부가 대북 퍼주기를 하며 시간과 돈을 갖다 바친 격이라는 것으로 극우 유튜버 일각에서 나오는 문재인 종북 주사파 논리와 맥을 같이 한다 할 것이다.

대북 대결론자들은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앞서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민의 힘 대선후보 본경선 제주 합동토론회에서 홍준표 당시 후보로부터 대북 인도적 지원 수단과 관련한 질의를 받고 "인도적 지원에 있어 현금이나 쌀은 위험"하다면서 "쌀을 지원하면 한 5년 정도를 군량미로 축적을 할 수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 북은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이후 10년간 핵 개발을 중단했고 IAEA의 사찰을 수용한 바 있다.9) 미국의 합의 불이행과 일방적 파기 이후 다시 핵 개발이 이뤄진 점을 애써 눈감아 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경우, 북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 때문에 이남의 기업들이 많은 이익을 얻었다는 것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모두 인정하는 주지의 사실이다.10)

둘째, 태극기 부대를 비롯한 윤석열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 대북적대 대결정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원래 정치인이 아닐뿐더러 지지기반과 이념적 스펙트럼이 불분명한 인물이었다. 대선 기간 중, 철지난 멸공 논란에서 드러나듯 윤석열 대통령은 친미 반공 극우세력과 결탁하여 자신의 튼튼한 지지기반으로 삼았던 것이다.

광운대의 김희교 교수는 자신의 저서 '짱깨주의의 탄생'에서 한국의 보수주의는 대략 세 세력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하나는 안보보수주의세력으로 친미주의와 반공주의를 바탕으로 국가안보를 최우선과제로 내세우는 언론, 검찰, 사법부, 거대교회, 재향군인회, 군사주의 세력의 카르텔로 형성되어 있으며 또 하나는 경제적 보수주의로 자유 시장 경제를 중시하고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력으로 이해관계에 따라 친미반공주의와 결탁하거나 혹은 결별할 수도 있는 세력이며 마지막 세력은 극우집단인데 이들은 군사주의, 기독교 극단주의, 인종혐오주의를 바탕으로 일부재벌, 보수언론, 보수기독교 등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11) 윤석열 정부의 모든 대북정책이 갈수록 반이성적 광기를 띠게 되는 것에 대한 설명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윤 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을 결정짓는 핵심 참모들의 이념적 기반도 상당히 극우적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안보실의 김태효 제 1차장과 같이 대화보다 전쟁을 내세우는 친미 반북 성향의 참모들의 득세,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유연한 기조를 갖고 있던 권영세 장관의 퇴장, 그 자리에 남북 대결 정책과 북 체제 붕괴 및 흡수통일을 주장해 온 대표적인 극우 유튜버 김영호 기용도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셋째, 문재인 정부가 펼쳤던 모든 정책의 부정과 반대를 정책기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교체된 신정부는 전임 정부의 정책을 대부분 뒤집으려는 욕구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미국에서도 이런 모습은 드물지 않게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후 첫 취임 일성은 '워싱턴 정치 청산'이었다. 그는 집권당인 공화당을 포함한 기존 정치 질서를 혁파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한 바 있으나 그의 혁파 대상은 사실상 오바마 유산을 청산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ABO(Anything But Obama)였다.12)

윤석열 정부는 집권 후 사사건건 전임 대통령이 진행했던 모든 정책을 백지로 돌려왔다. 어느 정부나 100% 잘할 수 없고 100% 못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태도는 여러 문제를 낳기 마련이다. 특히 남북교류 협력이나 합의사항 이행 문제에 가면 더욱 그러하다.

알다시피 평화와 통일정책은 상당한 인내와 끈기를 갖고 꾸준하게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우리 민족의 생존과 미래가 걸려있는 문제일 뿐 아니라 주변국들과 지정학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눈앞의 지지율이나 정권 유지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남북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에 대한 지향이나 가치관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 등을 통해 북과 고위급 실무회담의 지속,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및 전쟁 위험성 실질적 해소,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의 평화수역 지정, 불가침 합의 및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역사적 합의를 한 바 있다.

이것은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했던 업적이기도 하다. 물론 이 모든 합의는 미국의 반대에 부닥치면서 어느 한 가지도 이행하지 못함으로 도리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아픔을 안고 있지만 차기 정부는 이 성과와 한계를 넘어 어떻게든 풀어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작년 9월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를 가리켜 '북한에만 집착하는 학생'이라고 비난하며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며 선을 긋는 수준에서 벗어나 아예 깊은 적대감을 드러내었다. 더 나아가 올해 1월 외교부. 국방부 새해 업무 보고 자리에서 그는 만반의 전쟁준비 태세를 강조하며 상대의 선의에 의한 평화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월 1일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그리고 반국가 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된 한미일 협력 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에 가운데 나온 언급이라 더욱 그의 정신세계와 대북정책의 목표는 보다 확실해졌다. 북과 이뤄놓은 모든 합의를 지우는 것이다. 이를 언급하는 자체가 반국가세력이요 기회주의적 추종세력이 될 것이다. 향후 극단적인 국가보안법 광풍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1) 김은지기자, "윤석열, 외교안보 공약 발표 "한반도 비핵화...한미동맹 재건", 뉴스핌, 2022.1.24
2)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①초기 조치+포괄적 합의 → ②실질적 비핵화 → ③완전한 비핵화라는 3단계로 이뤄져 있다. 요약하면 '일괄타결 뒤 단계·동시 이행' 접근법이다.
3)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한반도 신평화구상', 2009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비핵개방3000구상
4) "There are two reasons I call North Korea the main enemy, wp. 2022.4.14
5) 조의준,"윤석열"北 극초음속미사일 도발 조짐 땐, 막을 방법은 선제타격 뿐"조선일보,2022.1.11.
6) 윤석열신년 인터뷰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Joint Planning-Joint Exercise' 조선일보2023.1.2
7) 오커스(AUKUS) 호주(A), 영국(UK), 미국(US)의 삼각동맹, 2021. 9. 15 공식 출범
8) 윤,"북한이 핵 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1원도 줄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라" YTN,2023.3.28
9) 임채욱,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서" 1994년 10월 21일
10) 김진향, 개성공단사람들. "5만 3,000명의 북측 근로자 임금과 세금을 합쳐 1년 약 1억달러 정도가 북에 들어가고 우리는 그곳에서 최소 15억-30억 달러 이상 생산액을 올린다." 54p
11) 김희교, 짱깨주의의 탄생, 62P 출판사 보리.
12) 박종현 [세계는 지금] 'ABO 행보'·인사 난맥…트럼프 '불통의 리더십', 세계일보, 2017.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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