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어' 고현지, 엄마 뒤 이어 KB 유니폼 입는다
[양형석 기자]
'여고농구 최대어' 고현지가 어머니가 활약했던 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다.
KB스타즈 구단은 4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여자프로농구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182cm의 신장을 가진 수피아여고의 포워드겸 센터 고현지를 지명했다. 고현지는 1984년부터 1992년까지 KB의 전신인 국민은행 여자농구단에서 활약하며 1989-1990 시즌 농구대잔치 MVP를 수상했던 국가대표 센터 조문주의 막내딸이다. 이로써 고현지는 엄마가 청춘을 바친 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한편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해 미 대학농구(NCAA) 2부리그의 콘코디아대에서 슈팅가드로 활약했던 혼혈선수 케이티 티머맨은 2라운드2순위로 신한은행 에스버드에 지명됐다. 신한은행은 1라운드 지명 후 가드 심수현을 BNK 썸에 내주고 2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28명의 참가선수 중 12명이 프로지명을 받으면서 42.8%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 여고농구 최대어로 꼽히던 고현지(오른쪽)는 팀의 레전드였던 조문주의 대를 이어 KB에 입단했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KB는 팀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순간마다 1순위 신인 지명권이 운명처럼 찾아왔다. 만 24세의 젊은 나이에 2번의 챔프전 우승과 세 번의 정규리그 MVP, 두 번의 챔프전 MVP를 수상하며 WKBL 역대 최고의 센터로 군림하고 있는 박지수를 지명했던 2016-2017 시즌 신인 드래프트가 그 시작이었다. KB는 박지수 입단 후 평범한 중·상위권 팀에서 '절대강자'였던 우리은행 우리원을 위협하는 강 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박지수를 선발하고 3년이 지난 2019-2020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또 다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따낸 KB는 상주여고의 포인트가드 허예은을 지명했다. 허예은은 작은 신장(165cm)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3년 차 시즌부터 KB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했다. 허예은은 2021-2022시즌 어시스트 2위(5.64개), 2022-2023 시즌 어시스트 3위(5.23개)를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포인트가드로 성장했다.
2022-2023 시즌 팀의 기둥 박지수가 부상으로 9경기 출전에 그친 KB는 10승20패의 성적으로 6개 구단 중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하나원큐와 함께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절반의 확률을 얻었고 추첨 결과 2019-2020 시즌 이후 4년 만에 다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김완수 감독은 망설임 없이 팀의 레전드 조문주의 딸 고현지를 선택했다.
사실 '대를 이은 KB입단'이라는 명분이 없었더라도 고현지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강력한 1순위 후보로 꼽히던 선수였다. 수피아여고의 에이스로 활약한 고현지는 연령별 대표팀에 빠짐없이 선발된 여자농구 전체가 주목하던 유망주다. 고현지는 이날 오전에 열린 '드래프트 컴바인(드래프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체검사)'에서도 맥스 버티컬 점프 리치와 맥스 버티컬 점프 높이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운동능력을 과시했다.
물론 프로경험이 전무한 고현지가 부상선수가 없을 경우 2023-2024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팀으로 꼽히는 KB에서 곧바로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KB에는 박지수와 강이슬, 김민정 등 고현지가 롤모델로 삼을 만한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배들이 즐비하다. KB가 주요전력을 지켜낸 상태에서 고현지가 팀의 주전으로 성장한다면 KB는 조문주가 활약하던 시절을 능가하는 '왕조'를 구축할 수 있다.
▲ 하나원큐는 프로에서 10시즌을 보낸 가드 김시온을 영입하며 '현재'의 전력강화를 선택했다. |
ⓒ 하나원큐 |
KB가 1순위 지명권을 가져 가면서 하나원큐는 자동으로 2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하지만 하나원큐는 2순위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신인 드래프트에 앞서 BNK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가드 김시온을 영입하고 2023-2024 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과 2025-2026 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줬기 때문이다. BNK는 하나원큐로부터 받아온 2순위 지명권으로 효성여고의 포워드 김정은을 지명했다.
지난 시즌 6승24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하나원큐로서는 당장 경기에 내보낼 수 있는 즉시전력 선수가 필요했고 김시온 영입을 통해 가드진을 보강했다. 2013-2014 시즌 KDB생명 위너스에서 데뷔한 김시온은 지난 시즌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4.9득점2.4리바운드1.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안혜지와 이소희가 미스매치로 고전할 때 교체 투입돼 쏠쏠한 활약을 해준 만큼 하나원큐에서도 김애나(165cm)의 약점을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3순위 지명권을 가진 신한은행은 174cm의 신장을 가진 분당경영고의 왼손잡이 가드 허유정을 지명했다. 신한은행은 주전포인트가드 이경은이 30대 중반에 접어든 만큼 다음 세대를 키워야 하는데 허유정은 기존의 이혜미,강계리, 새로 영입한 김지영과 경쟁구도를 펼칠 전망이다. 4,5,6순위 지명권을 가진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BNK, 우리은행은 나란히 179cm의 좋은 피지컬을 가진 이예나와 박다원, 변하정을 선택했다.
드래프트 현장을 가장 뜨겁게 했던 선수는 지명권 트레이드 이후 2라운드2순위로 신한은행에 지명된 교포선수 케이티 티머맨이었다. 사실 티머맨은 NCAA 2부리그 출신으로 WNBA 소속으로 작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던 키아나 스미스(삼성생명)에 비하면 크게 주목 받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김소니아(신한은행)가 WKBL 무대에서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것처럼 티머맨 역시 신한은행에서 어떤 선수로 성장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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