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분명 잊혀진다 했는데"…이틀에 한번꼴 SNS '훈수' 두는 文

김준영 2023. 9. 5. 12: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나서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전직 대통령이 지나치게 나서는 게 문제다.”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가 지난 4일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전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이 정도 논란이 커졌으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쓴 걸 직격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회관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생명 위령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여권은 전직 대통령의 ‘훈수’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논란을 키워놓곤 ‘논란이 됐으니 현 대통령실이 책임지라’는 유체이탈 화법이 반복되고 있다”(국민의힘 관계자)는 것이다. 여권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 교정에 설치한 것 자체가 현재 논란의 씨앗이 됐다고 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참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9일 퇴임하며 “잊혀지고 싶다”고 공언했지만, 여권은 “잊혀지기보다는 오히려 이슈메이커가 되길 원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권에선 그런 판단의 근거로 “문 전 대통령의 SNS 활동량이 본인 홍보에 목을 매는 현역 국회의원에 못지않고, 일반인 기준에서 보면 헤비 유저급”이란 이유를 대고 있다. 지난해 퇴임 후 5일 오전 현재까지 484일간 문 전 대통령이 올린 SNS 게시글은 ▶페이스북 114건 ▶X(옛 트위터) 103건 ▶인스타그램 52건으로 모두 269건이다. 이틀에 한 번꼴로 게시글을 업로드한 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초기만 해도 문 전 대통령의 게시글은 대부분 비정치적인 얘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현안 언급이 잦아지는 추세다. 홍범도 장군 논란 외에도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나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며 “현 정부의 대응이 아주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문재인 정부 외교부 장관은 ‘IAEA(국제원자력기구) 결론을 따르겠다’고 했다. 대통령 문재인과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다른 사람인가”(하태경 의원)는 반발이 나왔다. 지난달 13일엔 새만금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잼버리 대회로 국격을 잃었고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고 썼는데, 이걸 놓고도 국민의힘에선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김영식 의원)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문 전 대통령이 간간이 추천하는 책도 현실 정치와 무관치 않은 게 많았다. 한국전쟁 73주년인 지난 6월 25일 “6·25는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었다”고 주장하는 『1950 미중전쟁』추천이 대표적이다. 당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6·25전쟁을 ‘국제전’으로 부각하며 전쟁 책임을 모호하게 한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X(옛 트위터) 계정. 사진 트위터 캡처


지난 2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선고를 받은 직후엔 “한국 사회의 법과 정의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며 조 전 장관 저서 『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선 “굳이 이 타이밍에 조 전 장관의 책을 추천한 것은 국민과 한판 붙자는 의미”(장예찬 청년 최고위원)라는 평가가 나왔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정운영의 중심축은 현 정부인데, 전직 대통령이 말을 보태는 건 국민 통합에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본인이 한 공언처럼, 정치 일선은 현직 대통령에 맡겨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