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뜨거워지는 지구···탄소 데이터 회사는 웃는다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 PE 트렌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등 특정 기관과 단체가 만든 기준과 보고 체계 등을 이행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요구에 직면했다.
정부의 기후 규제 방향도 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공장이나 발전소 등을 운영하면서 ‘직접’ 뿜어내는 탄소를 문제 삼는 경우가 많았지만, 향후에는 기업의 생산 밸류체인상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탄소를 보고·관리해야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기후변화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투자업계도 이런 흐름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에너지 전환 분야에 몰린 투자금은 1600억달러(약 214조원)에 달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열어젖히고 있음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공격 전략’과 ‘수비 전략’을 모두 갖춘 포트폴리오 확보(Playing offense and defense in the portfolio)가 요구된다. 불확실성이 아직은 매우 큰 분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모색하면서도 위험을 줄일 수비 전략도 필요하다. 단순히 에너지 전환에 대한 광범위한 노출을 증가시키기보다는, 가치 창출에 대한 고유한 접근 방식을 활용하기 위해 신중하게 조정된 명확한 전략 기반 투자가 요구된다.
우선, 투자 대상을 고르는 시각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무작정 눈에 띄는 승자를 찾기보다는, 모든 기업들에 데이터와 자원을 제공하는 업체를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테슬라와 GM 사이의 전기 자동차 시장에서 누가 이기든지 간에 전지·저장 기술에 대한 혁신이 요구되듯이, 에너지 전환 환경 내 모든 기업들에 요구되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혁신적인 업체에 대한 투자가 더 바람직하다.
이 중 한 분야가 바로 탄소 데이터 회사다. 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것만큼이나, 탄소 배출 원천을 측정하고,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감축하는지 그 과정을 투명하게 데이터로 수집할 수 있는 과정도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탄소 테크 업체인 펄세포니(Persefoni)와 워터셰드(Watershed)는 최근 각각 1억달러, 7000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해 전체 가치사슬 내 탄소 배출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데이터를 분석해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업체에 투자했다.
같은 맥락에서, 재생 에너지 기업에 무작정 투자하는 것이 최선의 투자 전략은 아니다. 대체 에너지 시장의 대표 주자인 풍력 발전을 예로 들어보자. 풍력 발전의 핵심 부품인 발전용 터빈 시장은 부침(浮沈)이 매우 심하다.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수익성도 큰 타격을 입는다. 풍력 발전 시장이 대체로 우상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최근 터빈 시장은 주요국 정부가 보조금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투자 실사(實査) 과정에서 이런 부침을 극복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예컨대, 엔비전(Envision)그룹은 터빈이 주력 상품이었음에도 최근의 시장 부침을 이겨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에너지 저장장치(ESS)와 풍력발전단지(Wind farm) 등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 역풍을 이겨낼 포트폴리오를 갖춘 덕분이다. 고객들이 대체로 거래처를 쉽게 바꾸지 않아 향후 수년간 수익성에 큰 타격이 없다는 점도 재생 에너지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다.
탄소 감축 계획을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기업도 좋은 투자 대상이다. 탄소 감축은 모자이크처럼 큰 프로젝트와 작은 프로젝트를 실타래처럼 아름답게 엮어 내야 한다.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수단을 찾아내는 한편, 장기적으로 탄소 감축을 확 줄일 수단을 강구해내는 전략이다. 예컨대, 운반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 모든 운반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기보다는, 스케줄 알고리즘, 스마트 루트 등 기존 운반 루트를 효율화해 운송 거리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으로 단숨에 모든 것을 바꾸기 보다는 체계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은 사모펀드 등 투자 업계 전반에 광범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 지역주의, 규제 불확실성 등 너무나도 복잡한 사안들이 뒤엉켜 있는 탓에 그 과정이 매우 난해하다. 그러나 이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를 가져올 것이다. 미래에도 부(富)를 쌓고 싶다면, 이 분야에서 끊임없이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낼 역량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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