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르스 마거스가 제안하는 가능한 세계들 #요즘전시
독일 베를린 기반 갤러리로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에 지점을 두고 동시대미술에서 괄목할 만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스푸르스 마거스(Sprüth Magers)가 프리즈 위크를 앞둔 8월의 마지막 날 서울에 상륙했다. 두 명의 설립자 모니카 스푸르스(Monika Sprüth)와 필로메네 마거스(Philomene Magers)의 성을 한데 조합해 지어진 이름은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그 시작은 5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83년 쾰른에서 공간을 오픈한 스푸르스 마거스가 함께해온 작가군에는 안드레아스 거스키, 토마스 데만트 등 독일의 거장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존 발데사리, 조지 콘도 등 거장부터 신디 셔먼, 바바라 크루거, 제니 홀저를 비롯해 시대를 이끈 여성 작가는 물론, 시프리앙 가이아르, 차오 페이 등에 이르는 젊은 작가까지 약 70여 명의 작가와 함께 협업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의 역사가 시작된 도시인 쾰른에서 1989년 개최된 이래 예술과 디자인 간의 상호작용을 발견하고 탐구해온 〈Mondi Possibli(가능한 세계들)〉 전시의 네번째 에디션으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도 처음 선보이는 전시다. 스푸르스 마거스는 예술가의 작품에서 디자인 혹은 가구적인 요소가 교차하는 지점에 주목했다. 때로는 화이트 캔버스 내에서 때로는 이를 탈피한 재료와 기술의 실험을 통해, 삶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일상적인 오브제들을 새롭게 조명하거나, 유머와 상상력을 발휘하여 다양한 ‘가능한 세계들’로 우리를 인도한다. 갤러리와 오래 함께해온 예술가들과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두루 선보여 미니 비엔날레를 방불케 하는 전시는 평범한 물건과 때로는 보잘것없이 보이던 장면에 가능성을 불어넣어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관찰하도록 초대한다.
서울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신작을 작업한 헨니알프탄은 일상의 장면을 파편화하고 단순화한 회화 속 소파 깊숙이 숨은 듯 앉은 인물의 모습을 그려, 그가 바라보고 있는 풍경에 대한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담아냈다. 역시 2023년작을 출품한 안드레아스 슐츠는 창문 풍경을 추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을 공개했다. 수소문한 끝에 어렵게 구한 것으로 알려진 바바라 크루거의 90년대 희귀한 카펫 작품 또한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가장 현대적인 독일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토마스 데만트는 조각과 사진을 결합해 만드는 작가의 작업 시리즈 중 하나인 ‘캐노피’도 전시장 한 켠에 자리한다. 얼핏 보기에 실제 풍경을 찍은 사진 같지만 사실은 작가가 발견한 기존의 이미지의 실내 공간을 색종이와 판지로 세심하게 재구성하고 재현한 것을 촬영한 결과물로, 실물 사이즈로 제작된 모델은 촬영 종료 후 파괴된다. 현실과 허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데만트의 작품은 그 작품 제작 과정을 알고 난 뒤에 더 놀랍게 다가온다.
〈가능한 세계들〉은 우리가 매일매일 스치듯 살아가는 일상과 놓치고 지나치는 환경에 영감을 선사하는 순간들을 조망하는 전시다. 친밀하고 흔한 물건들이 흥미롭게 드러내는 모습을 포착한 작가의 창작력은 세련된 시노그래피와 만나, 관람객을 맞이한다. 9월 14일까지 단 2주간만 팝업 형태로 진행되니 리움, 페이스 갤러리, 혹은 프리즈 필름(FRIEZE FILM)이 개최되는 아마도 예술 공간(AMADO ART SPACE) 혹은 마더 오프라인(MOTHER OFFLINE)를 찾아 한남동을 들렸다면 이 전시, 필히 놓치지 말자.
주소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52 3F
관람시간11:00 - 19:00 (화요일 - 일요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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