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순종적인 아시아계 미국인?"…영화로 깨는 편견, 할리우드 흥행 코드로 부상 [D:영화 뷰]

류지윤 2023. 9. 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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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고 발칙한 여성 캐릭터들과 필터링 없는 29금 유머, 현지서 호평

과거 비주류로 분류되던 아시아계 미국인의 이야기가 또 한 번 메인 스트림에서 존재감을 한껏 발산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아델 림이 연출하고 배우 애슐리 박을 필두로 스테파니 수, 셰리 콜라, 사브리나 우 등 할리우드가 가장 주목하는 아시아계 스타가 뭉친 '조이 라이드'가 로톤 토마토 신선도 지수 93%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의 코미디 영화로 꼽혔다.

'조이 라이드'는 성공 가도를 달리던 알파걸 변호사 오드리(애슐리 박 분)가 초고속 승진을 위해 어릴 적 헤어진 생모를 찾아오라는 황당한 미션을 받고, 친구들과 함께 중국에 이어 서울을 향하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는 자신의 아시아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지만, 결국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깨닫는 성장 드라마로 귀결된다.

미국에서 R등급(17세 이하는 부모 등 성인을 동반해야 관람 가능)을 받은 코미디물로, 성적으로 수위가 높은 대사들의 향연이다. 과거 아시아 이민자 여성 캐릭터들과 달리 그들은 성적으로 자유롭고, 주체성을 박탈 당하지도 않는다. 그저 모든 인물들과의 상호작용 평등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이에 '조이 라이드'는 순종적이고, 성에 관해 보수적일 것 같다는 편견을 매번 전복시키며 현지에서 "아슬아슬한 수위의 R등급 코미디와 아시안 프라이드를 스크린에 완벽히 담아내다"라고 평가 받았다.

코미디의 남성적 시선 전통을 여성적 시선으로 대체했을 뿐인데 영화평론가 잭슨 머피는 이 영화가 "저속함을 위한 저속함, 백인을 대상으로 남성을 대상화해 당황스럽고 매우 불편하다"라고 트위터에 글을 쓰기도 했다. 이 트위터 글은 림 감독이 "'남성을 대상화하고 백인을 표적으로 삼자'라고 적힌 티셔츠가 필요해"라고 맞받아쳤다. 이 에피소드만으로도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이 어떤 시선 속에 갇혀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델 림 감독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투영했다. 림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서 아시아계 여성들은 항상 이국적인 수동적 성적 대상으로 제시되며, '포르노 웹사이트의 첫 번째 카테고리이자 정욕을 부정 당하는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조이 라이드'는 아시아 여성들에게 가장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수위 높은 코미디 장르를 처음으로 지배하고, 착취적인 성적 시선에 맞서 싸우며, 억압된 주관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아시아 여성들을 전례 없는 위치에 올려 놓았다.

'조이 라이드'는 중국, 한국, 아시아에서 뿌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오드리와 같이 이민자 2세들의 뿌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극 중 오드리가 상상했던 것처럼, 언젠가 사람들이 그녀를 더 이상 중국인이나 아시아인이라는 배경을 지우고, 그저 친절하고 재미있는 소녀처럼 보게 됐으면 하는 아델 림 감독의 바람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 '엘리멘탈' 등이 아시아 이민자를 소수자로 바라보며 납작하게 그렸던 것과 달리, 이민자들의 삶과 정서를 입체적으로 그려내 찬사를 받았다.

A24가 제작한 이 작품은 이성진이 감독과 각본을 맡았고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이 주연을 맡았다. 이외에도 제작진들 대부분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서구권에서 아시아인이 내향적이며 소극적이라는 시선 속에 있어, 모든 것을 수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하나의 특성으로 바라보고는 했는데, '성난 사람들'은 이런 편견을 기분 좋게 뒤집어버렸다. 주인공들 외에도 각 계층의 이민자들의 삶을 여러가지 모양으로 보여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공개 후, 넷플릭스 글로벌TOP10 TV 시리즈 영어 부문 3위까지 올랐으며 올해 에미상 11부문 13개 후보로 선정됐다.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이 연출한 '엘리멘탈'도 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 간 자신의 부모님의 이야기를 녹여냈다. 주인공 앰버는 물·불.흙·바람 등 4원소가 함께 세계 속에서 자신의 꿈을 감추고 아버지의 소원대로 가업인 식료품 가게를 물려 받으려다가 화병이 난 캐릭터다.

'엘리멘탈'은 자식이 모험을 하기 보다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라는 부모의 기대에 눌린 이민자 2세의 고충을 담음과 동시에, 이를 보기 좋게 극복해나가는 앰버의 모습을 그렸다. '엘리멘탈'은 전 세계 흥행 수익 4억 6954만 8240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흥행도 성공했다. 이는 할리우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중 최초의 4억 달러 돌파작이다. 국내에서도 '겨울왕국2' 이후 4년 만에 700만 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이 됐다.

이 같은 맥락에서 '조이 라이드'는 최근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다루는 시선들이 다양해지고 있는 현상을 확장시켰다. 또한 할리우드에서 잘 만든 코미디 영화가 부재중인 상황 속, 아시아인들의 이야기로, 아시안들이 또 한 번 흥행 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반갑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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