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 보디캠 달고 악성민원 뒤집어쓰라는 정부[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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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공무원들도 교사 못지않은 욕설받이입니다."서이초 교사 추모집회를 바라보는 행정기관 민원 공무원들은 동병상련을 느끼면서도 속이 끓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악성민원인 대응을 위해 지난 4월 공무원이 신체에 휴대용 영상음성기록장비, '보디캠'을 달 수 있도록 개정된 민원처리법 시행령을 시행했다.
민원 담당 공무원들은 보디캠 녹화로 악성 민원인에게 소송이라도 걸면 소속 기관에서 "눈치 없이 조직에 곤란한 일만 골라서 한다"는 손가락질이 날아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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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공무원들도 교사 못지않은 욕설받이입니다."
서이초 교사 추모집회를 바라보는 행정기관 민원 공무원들은 동병상련을 느끼면서도 속이 끓고 있다. 전국 각급 관공서 민원 공무원들은 교사들과 마찬가지 악성민원에 1년 내내 하루종일 시달린다. 경기 동화성세무서 강윤숙 민원봉사실장은 지난 7월24일 고성을 지르던 민원인을 상대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지난달 16일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정부가 교사 사망에는 발 벗고 대응하면서 민원 공무원은 순직해도 꿈쩍하지 않는다는 원성이 거세다.
정부가 악성민원 피해를 아예 방치하지는 않는다. 행정안전부는 악성민원인 대응을 위해 지난 4월 공무원이 신체에 휴대용 영상음성기록장비, ‘보디캠’을 달 수 있도록 개정된 민원처리법 시행령을 시행했다. 이후 지자체별로 주민센터 등에 보디캠이 지급됐다. 하지만 민원 공무원들은 냉소한다. 시행령 규정상 보디캠은 ‘폭행이 발생할 것 같거나 발생했을 때 불가피한 조치로써 운영’해야 한다. 전북도 민원 담당 공무원은 "악성 민원이 보디캠을 달 만큼 예상 가능한 순간에 발생하느냐"며 "이성을 잃은 민원인 앞에서 보디캠 달다가 더 큰 봉변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원 담당 공무원들은 보디캠 녹화로 악성 민원인에게 소송이라도 걸면 소속 기관에서 "눈치 없이 조직에 곤란한 일만 골라서 한다"는 손가락질이 날아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차가운 눈초리는 악성 민원인 행패보다 더 피하고 싶다고 이들은 말한다. 서울시 일선 공무원은 "공무원 조직은 민원 이슈가 발생하면 하급 실무자에게 떠넘기고 나 몰라라 회피하는 게 다반사다. 보디캠 꺼내 달고 녹화해서 상급자에게 보고해봤자 달라질 건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일선 공무원들은 탁상행정 대신 실질 대책을 요구했다. 취재 중 만난 민원 담당 공무원들은 보디캠을 착용하게 하려면 상시 착용하게 해 주고, 행패가 심한 상습 악성민원인은 일정 기간 해당 관공서에 출입할 수 없게 하라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민원 창구 말단 공무원을 상급자와 기관장이 책임지고 보호하도록 공무원법에 규정하기를 원했다. 공무원은 속성상 규정에 명시돼야 움직이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우리 몸에 보디캠 하나 달아주고 악성 민원인 처리를 우리에게 떠넘기지 말아 달라."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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