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혈우병 치료제 신중하게 선택해야

2023. 9. 5. 10: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혈우병 진료를 보며 진보된 치료제들이 나올 때마다 늘 기대한다.

얼마나 효과가 좋고 안전할까? 환자분들은 편리하게 사용할까? 진료를 보는 의사들은 치료제가 갖는 효과와 안전성에 주목하고, 진료받는 환자들은 효과와 안전성은 의사에게 맡기기에 약제 투여의 편리성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감기·투여방식 다양한 개발
환자 활동량 따라 장단점

혈우병 진료를 보며 진보된 치료제들이 나올 때마다 늘 기대한다. 얼마나 효과가 좋고 안전할까? 환자분들은 편리하게 사용할까? 진료를 보는 의사들은 치료제가 갖는 효과와 안전성에 주목하고, 진료받는 환자들은 효과와 안전성은 의사에게 맡기기에 약제 투여의 편리성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렇기에 환자들이 좀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출혈을 조절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혈우병 진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혈우병 환자들의 출혈 조절을 위해선 치료 약물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면 혈우병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8인자 제제 중 표준 반감기(Standard Half-Life) 약제들의 반감기는 10~14시간 정도다. 이후 출시된 반감기 연장(Extended Half-Life) 약제들은 1.5~1.7배의 긴 반감기를 가진다. 최근 출시된 비응고인자 제제인 '헴리브라'의 경우 이보다 더 긴 반감기를 보이며 최대 4주 간격까지 처방이 가능하다. 혈우병 관리에 가장 중요한 예방 요법에 있어 헴리브라와 같이 반감기가 길고 투여가 편리한(피하주사) 치료제가 개발됐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나아가 더욱 진보된 치료제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환자의 출혈을 조절하고 그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진료를 하는 입장에선 당장의 편리함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치료 계획에 환자의 신체적 활동량이나 기저 질환 등 여러 가지 요건들을 고려해야 한다. 평생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처방돼 온 치료제들에 대해서는 국내외 수많은 효과와 안전성 자료가 확보돼 있고 나 역시 많은 임상적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치료제들은 확실한 믿음과 경험이 쌓일 때까지 사용에 신중을 기한다. 이는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환자를 지킬 의무가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혈우병 환자들의 출혈 예방을 위해선 혈중 응고인자 활성도 자체가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활동량이 많거나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신체 활동을 하는 환자들은 약제를 여러 번 투여하더라도 혈중 응고인자 활성도를 높게 유지해줘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관절 등에 손상을 덜 주는 방법이다. 2017년에 발표된 한 연구 논문(Res Pract Thromb Haemost. 2017;1:231-241)은 정상 수준의 혈전(clot) 안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혈중 응고인자 활성도가 약 25%는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를 근거로 소아나 청년과 같이 활동량이 많거나 고강도 신체 활동을 하는 경우 개인맞춤치료와 같이 활동 전 본인의 혈중 응고인자 활성도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이와 연계해 최근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둔 비응고인자 치료제는 투여 후 얻어지는 혈중 응고인자 활성도 환산값이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대신에 유지 시간이 길기 때문에 유아나 노인 등 활동량이 많지 않은 환자들에게 고려할만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치료제가 기존 치료제를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서는 기존 것의 장단점을 모두 커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각 치료제는 진료 목적에 따라 적절히 선택되고 사용돼야 하며, 환자들은 신구 치료제가 포함된 확대된 치료 옵션을 통해 보다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연구들은 더욱 진보된 치료제를 기대하게 하며, 이는 환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줄 것이다.

구홍회 한국혈우재단 원장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