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야구가 더 하고픈 ‘데뷔 20년차’ 야전사령관 김재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38)는 요새 “회춘했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기량이 조금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30대 후반이 됐지만, 오히려 공수에서 핵심적인 활약을 하면서 전력에서 뺄 수 없는 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성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올 시즌 기록은 65경기 타율 0.340 타점 25득점.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해 타격 순위권에는 들지 못했어도 후배들을 압도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의 맞대결이 있던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김재호는 “요새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추위보다 더위가 나와 잘 맞는다. 날이 추우면 몸이 움츠러들게 되는데 여름에는 정반대다. 그런 점이 최근 좋은 기록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사실 올 시즌 출발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내야수 경쟁에서 밀려 대수비나 대타로 겨우 그라운드를 밟았다. 두산은 새로운 유격수를 키우기 위해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다. 김재호는 “지난 2년간 내가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초반 상황은 받아들여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물론 섭섭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음을 준비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반전은 여름 들어 일어났다. 확실한 주전 유격수가 나오지 않으면서 다시 김재호에게 기회가 왔다. 제 자리를 찾은 김재호는 6월과 7월 계속해 3할 타율을 기록하더니 지난달에는 21경기에서 타율 0.435 2홈런 12타점 19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이 활약을 앞세워 8월 월간 MVP 후보로도 선정됐다.
후보 8명 중 나이가 가장 많은 김재호는 “아직 월간 MVP를 타본 적이 없다. 후보가 된 적조차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수상 가능성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나이로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남정초와 중앙중, 중앙고를 나온 김재호는 2004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1차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인 뒤 2014년 손시헌이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면서 붙박이 유격수가 됐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세워진 두산 왕조의 중심에는 내야 야전사령관 김재호가 있었다.
김재호의 최대 장점은 역시 수비력이다. 2004년 데뷔한 김재호가 지금까지 뛸 수 있는 배경에는 타고난 안정감이 있다. 특히 글러브에서 공을 빨리 빼 정확하게 던지는 능력만큼은 KBO리그에서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김재호는 “일단 글러브가 중요하다. 나는 길이 많이 든 글러브는 쓰지 않는다. 그런 글러브는 포켓이 깊어서 공을 바로 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조금은 딱딱한 느낌의 새 글러브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라면 어떤 그립으로 공을 잡더라도 이를 정확하고 빠른 송구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을 잡자마자 던지는 연습을 어릴 적부터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은 김재호를 두고 “베테랑답게 상황을 잘 읽는 선수다. 진루타가 필요할 때는 진루타를 쳐주고, 희생타가 절실한 시점에선 희생타를 기록해준다. 지금 두산에서 꼭 필요로 하는 선수가 바로 김재호다”고 말했다.
칭찬을 접한 김재호는 “팀플레이를 신경 쓰면 장점이 하나 생긴다. 바로 몸에서 힘이 빠진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원하는 결과를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노하우를 이야기했다.
일단 올 시즌이 끝나면 두산과의 3년짜리 FA 계약이 마무리되는 김재호는 “20년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간 느낌이다. 연말 들어 재계약이 어떻게 이야기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야구가 더 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부산=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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