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립학교법 교비회계 전용 금지·대통령령 위임 조항 합헌"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사립학교에 속하는 회계의 세입·세출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립학교법 조항이나 교비회계의 전용(다른 회계에 전출·대여하거나 목적 외로 부정사용)을 금지한 사립학교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고(故)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이 옛 사립학교법 제29조 2항과 6항, 제73조의2 등이 헌법을 위반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김 전 총장은 2014년 11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학교 관련 소송비용 5000여만원을 학교 교비회계에서 지출, 업무상 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19년 8월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혔지만 같은 형을 선고받은 김 전 총장은 상고심 도중 자신의 형사처벌 근거가 된 사립학교법 조항들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2021년 6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 심리 중 2021년 12월 김 전 총장이 사망하면서 그의 아들이 소송을 이어받았다.
김 전 총장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사립학교법 조항은 모두 3개였다.
첫 번째는 학교에 속하는 회계의 세입·세출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한 사립학교법 제29조 2항이었다.
김 전 총장이 기소될 당시 사립학교법 제29조 1항은 학교법인의 회계를 학교에 속하는 회계와 법인의 업무에 속하는 회계로 구분하도록 했다. 그리고 같은 조 2항은 이 중 학교에 속하는 회계를 다시 교비회계와 부속병원회계로, 교비회계를 등록금회계와 비등록금회계로 구분했는데, 김 전 총장은 이들 '각 회계의 세입·세출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되'라고 규정한 위임 규정을 문제 삼았다.
김 전 총장은 해당 조항이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김 전 총장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조항은 차입금의 원리금 상환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며 교비회계의 전용을 금지한 사립학교법 제29조 6항이었다. 김 전 총장은 실질적으로 학교의 운영에 관련된 사항이라도 법령상 교비회계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설정된 항목은 교비회계에서 집행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은 교비회계를 전용했을 때의 처벌 조항인 사립학교법 제73조의2(현행 사립학교법 제73조)였다. 교비회계 전용을 금지한 법 제29조6항이 포괄적 위임에 따라 내용이 모호하고 불명확한 법 제29조 2항을 구성요건조항으로 하고 있어, 결국 법집행 당국의 해석 여하에 따라 자의적인 형사처벌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였다.
헌재는 이 같은 김 전 총장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포괄위임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 헌재는 "교비회계의 세입과 세출 항목은 기술적이고 세부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 그와 관련된 사항을 하위법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이 사건 위임조항에서 위임하고 있는 항목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교비회계의 '세입' 항목은 등록금이나 기부금, 학교시설 대여료나 이자수익 등 학생으로부터 징수하는 각종 금원과 학교시설이나 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 등이 될 것이고, '세출' 항목은 학교의 운영이나 교육과 관련해 지출하는 비용 등이 됨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봤다.
교비회계의 전용을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것 역시 사립학교의 재정적 기초 확보를 통해 학교를 발전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 및 재산의 전용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강력한 제재는 사립학교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며 "처벌조항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우리나라에서 사립학교가 공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며 "이 조항은 사립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동시에 교육의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 재정적 기초를 보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립학교법이 특정한 경우 교비회계 자금을 전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 점, 다소 모호한 상황에서 법원이 개별 사안을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점 등을 합헌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헌재 관계자는 "이 사건은 사립학교법상 교비회계의 세입·세출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규정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고, 교비회계의 다른 회계로의 전용을 금지하는 규정과 위 금지규정을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첫 결정"이라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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