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가전, 대우 '탱크주의'를 추억하며[기자수첩-산업IT]
그 시절 풍미했던 기업, 30년 만에 조우한 소비자들 "아쉽다"
'글로벌 투톱' 삼성 ·LG, 中 추격 맞서 '100년 기업'으로 가야
독일에서 5일자로 폐막하는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23'. 행사 개최 이래 최대 규모인 150개국 2097개 기업이 참가한 올해의 주인공은 단연코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참가 기업들중 과반 이상에 달하는 1296개 중국 업체들이 삼성·LG를 바짝 추격하며 각종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 기업은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첨단 기술을 탑재한 가전과 초연결 등을 표방하며 그 위상을 뽐냈다.
메세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23 전시장에 업계 최대 규모인 1820평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초연결을 선보인 삼성전자, 그리고 전시 공간 규모와 별개로 '스타일러', 'OLED TV' 등 독보적인 프리미엄 가전을 글로벌 시장이 쫓아오도록 만든 LG전자의 부스는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기에 충분했다는 평이다. 각각 모바일부터 영상 디스플레이, 생활 가전 등 다양한 제품이 마련됐다.
특히 올해 전시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추억의 기업'인 대우와 현대전자의 출몰이다. 2021년 터키 가전 업체 베스텔이 대우전자 상표권을 인수하면서 새롭게 가전 사업을 출범시킨 대우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IFA에 참가해 OLED TV, 세탁기, 냉장고 등 다양한 제품을 전시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대우를 여전히 한국 브랜드로 오해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파란색 부채꼴 로고로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대우전자는 한창 국내 시장을 휩쓸던 1993년 튼튼한 내구성을 표방하며 '탱크주의'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치며 대우그룹이 해체된 이후론 종적을 감췄다. 그룹이 와해되며 상표권이 매각됐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터키 기업이 돼버린 대우는 베스텔 부스 바로 옆에 전시관을 차려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현대전자도 함께 등판했다.현대전자는 SK하이닉스의 전신인 옛 현대그룹 가전 계열사의 사명이다.현대전자 제품을 수입 및 유통하던 현대코퍼레이션이 해외 가전 사업 유지를 위해 2007년 SK하이닉스로부터 'HYUNDAI' 해외 상표권을 인수했다. 한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제품에 브랜드 사용권을 부여하는 라이선스 방식과 주문자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운영 중인 점이 특징이다.
추억의 전자기업인 양사는 올해 IFA에서 삼성·LG전자 못지않는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기사 제목에는 일제히 '추억의 이름', '추억의 기업', '응답하라' 등의 문구가 따라붙었다. 해당 기사를 접한 대다수의 독자 사이에서는 '아쉽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90년대 잘나가던 한국 기업이 공중분해 되어 30년 만에 글로벌 전시회장에 나타나 국내 브랜드와 경쟁하는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조금 다른 양상이긴 하나 현재 국내 및 글로벌 투톱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역시 사실상 수십년 후의 생존을 무조건적으로 장담하긴 어렵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인해전술 격으로 밀고 나오는 중국의 거센 추격은 위협적이다. 그간 중저가 보급형 제품군에 주력했던 중국이 첨단 기술을 탑재한 프리미엄급 제품을 잇달아 선보인 점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의 글로벌 경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최근 중국 전자·부품 기업들은 과거 '체면없는 한국 제품 베끼기' 수준을 넘어 죽기살기로 '테크 굴기'에 나섰다. 중국 BOE와 한국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가 벌이고 있는 OLED 소송전은 이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건이다. 이번 IFA 현장에서도 중국 측의 기술 탈취 의심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IFA 전시회에서 마주한 대우·현대전자를 보는 아쉬움과 중국 테크 굴기는 서로 직접적인 연관성은 낮지만, 장기적인 한국 전자산업을 고려했을 땐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전을 포함한 반도체·디스플레이·2차 전지 등은 단순한 산업 기술이라고 표방하기엔 나라 경제를 이끄는 국가핵심기술이 됐다. 기업 스스로 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 및 정부 차원의 고민 확대가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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