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는 김정은…푸틴에 미사일 넘겨주고 '핵잠' 기술 받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2019년 4월 25일 러시아를 방문한 김 위원장이 러스키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린 북ㆍ러 정상회담 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는 모습. 타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르면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부 당국자도 이와 관련된 중앙일보 질의에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 무기 거래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정상급 접촉을 갖기를 기대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포탄과 대전차미사일을 북한에 요구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은 인공위성과 핵추진잠수함 등 핵개발기술 전수를 원하고 있다고 한다.

NYT는 이날 미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이달 러시아 방문 계획을 검토하고 있으며 평양에서 무장 열차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에 갈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첫 북ㆍ러 정상회담을 가진 2019년 4월에도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었다. 이번에 방러가 성사되면 4년 5개월 만의 만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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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김정은, 접촉 희망’ 정보 입수”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부는 북ㆍ러 정상 접촉 가능성에 대한 중앙일보 서면 질의에 “지난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북한에 포병 탄약을 판매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방북했다”며 “우리는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정상급 외교 접촉(leader-level diplomatic engagement in Russia)을 포함해 이러한 논의가 계속되기를 기대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공개적으로 경고했듯 북ㆍ러 간 무기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협상을 중단하고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ㆍ판매하지 않겠다고 한 공개적 약속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지난 7월 27일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오는 10일부터 13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극동연방대학교 캠퍼스를 함께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태평양 함대사령부 소속 해군 함정이 정박하고 있는 33번 부두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NYT는 전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 기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약 1500㎞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미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곳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형제국’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만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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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이구 러 장관 방북 때 제안

김 위원장의 방러 논의는 지난 7월 북한에서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7월 27일) 70주년을 맞아 이뤄진 쇼이구 장관의 북한 방문 때 제안된 것으로 미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쇼이구 장관에게 군사 협력 강화를 제의하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하자 쇼이구 장관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역제안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말 지도부 경호 인력 등 약 20명의 북한 대표단이 평양에서 기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뒤 비행기로 갈아타고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은 김 위원장 방러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분석되고 있다. NYT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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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중ㆍ러 연합훈련’ 거론 시점 주목

북ㆍ러 정상 접촉은 북ㆍ중ㆍ러 연합 군사훈련 가능성이 거론된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국가정보원은 3일 국회 정보위 브리핑에서 쇼이구 장관이 평양 방문 때 북ㆍ중ㆍ러 연합훈련을 공식 제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쇼이구 장관은 4일 러시아와 북한의 연합훈련 가능성에 대해 “왜 안 되겠는가. 우리는 이웃”이라고 했다. 지난달 18일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을 통해 3국 안보 협력 수준을 획기적으로 격상시킨 이후 북ㆍ중ㆍ러가 밀착하며 대응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어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무기 공급난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탄약 등 무기를 북한으로부터 조달하려 한다고 보고 관련 정황이 포착될 때마다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지난달 30일에는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이 쇼이구 장관의 지난 7월 방북 이후 북ㆍ러 정상이 친서를 교환했고 이후 무기 거래 협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백악관은 북한이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에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을 제공했다고 발표했고, 지난 3월에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식량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