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염혜란 “연기 차력쇼란 말, 마냥 칭찬 같지는 않아” [IS인터뷰]

정진영 2023. 9. 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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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걸' 염혜란. (사진=넷플릭스 제공)
“연기 차력쇼라는 칭찬이 처음에는 연기를 잘한다고 하시는 말 같아서 기분이 무척 좋았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저게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차력은 마음 편히 보는 장르는 아니잖아요. 단순한 칭찬이라기 보다 안에 의미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로 또 한 번 ‘인생 연기’를 경신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배우 염혜란과 만났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자리. 그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연기 호평에도 들뜬 기색 없이 이 같이 말했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 염혜란은 이 작품에서 김모미에 의해 살해당한 주오남(안재홍)의 어머니 김경자를 연기했다.
'마스크걸' 염혜란. (사진=넷플릭스 제공)

김경자는 ‘마스크걸’의 3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평생 아들에게 감정적으로 의지해 살아온 경자가 아들을 잃은 뒤 흑화하는 과정이 밀도있게 진행된다. ‘마스크걸’ 공개 이후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진짜 주인공은 김경자’라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

염혜란은 그런 칭찬에 “듣기에 편하지 않은 말”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김모미는 극 속에서 몇 번의 커다란 변화를 겪는데, 그에 따라 배우가 이한별에서 나나로, 또 고현정으로 바뀐다. 염혜란은 “모미는 서로 다른 세 명의 배우가 연기를 하는데 나는 혼자 경자를 계속 연기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분량이 많아졌다”며 “아마도 분량 때문에 김경자의 극 속 비중을 크게 느껴주신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물론 김경자를 인상 깊게 봐주신 건 감사하죠. 그런데 아마 경자의 활약이 컸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분량 때문 아닐까 싶어요. 저는 ‘마스크걸’을 쭉 함께하면서 모미가 마음속에 크게 자리를 잡더라고요. 모미의 삶이 깊게 스며들어왔어요.”
'마스크걸' 염혜란. (사진=넷플릭스 제공)

김모미는 극에서 성형을 해 얼굴을 크게 바꾼다. 그에 따라 배우가 이한별에서 나나로 변경됐다. 김경자 역시 성형을 하고 얼굴을 바꾸지만 배우는 염혜란이 그대로 맡았다. 대신 특수분장을 했다.

염혜란은 “‘마스크걸’이 모미의 변화에 따라 크게 세 덩이로 나뉘는데, 나는 마지막 부분에서만 (13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특수분장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성형하고 난 이후부터 특수분장을 하라고 하더라”며 “처음에는 특수분장을 하고 내가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싶은 부담이 있었는데 막상 하고 거울을 보니 생각이 바뀌더라”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시도를 많이 해봤어요. 머리도 가발을 쓴 거고요. 잘 보시면 분장도 늘 같지 않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거예요. 분장팀에서 상황에 따라 경자의 얼굴에 디테일을 만들어 주셨거든요. 분장을 한 뒤 거울을 봤는데 ‘아, 김경자라는 가면이 내게 씌워졌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연기의 반은 분장이 다했다고 생각해요.”
'마스크걸' 염혜란. (사진=넷플릭스 제공)

앞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로 복수극을 보여줬던 염혜란. 그는 ‘마스크걸’과 ‘더 글로리’의 차이점에 대해 “굳이 차별화되는 지점을 만들지 않더라도 워낙에 다른 인물이었다”면서 “다만 두 작품 모두에서 시신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부분은 힘들었던 것 같다. 배우로서 해야 되는 일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고통스러운 장면들이었다”고 떠올렸다.

염혜란은 ‘마스크걸’ 속 김경자를 잘 표현하는 대사로 “내 아들만 아니면 되아부럿제”를 꼽았다. 아들을 염려하는 엄마의 마음이라 생각돼 공감이 되면서도, 또 한편으론 자신의 아들이 연루됐을 수도 있을 시체를 보고도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마음을 놔버리는 섬뜩함. 그 양면성이 잘 드러나는 대사다.

“김경자를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편협한 인물 아닐까요. 내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똑같이 소중한 건데 내 자식이 무사하기만 하다면 괜찮다고 하잖아요.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에 모미가 사랑받고 싶다고 하는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결국 ‘마스크걸’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 아닐까요. 사랑과 인정을 갈구하는 그 대사의 울림이 참 컸던 것 같아요.”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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