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념 논쟁에...국민 다수 “지금 이럴 때냐”

황인성 2023. 9. 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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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으로 촉발된 정치권 이념 논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자신이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30대 남성 시민 박현태씨는 쿠키뉴스에 "경제 위기 속에 국민 다수는 매일 전쟁과 같은 삶을 살면서 힘들어하는데 정치권은 한가하게 본인들의 이념이 맞다며 싸우고 있는 것이냐"며 "철 지난 이념 얘기는 그만하고 시급한 경제 문제나 먼저 해결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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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이던 與, 태도 바꿔 이념론 전면적 대응 “홍범도 뼛속까지 공산당”
조총련 행사 참석한 윤미향 향해선 “사퇴하라”
“철 지난 이념 논쟁 그만…경제 좀 챙겨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으로 촉발된 정치권 이념 논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민 반감을 우려해 그간 말을 아끼던 여당은 얼마 전부터 태도를 바꿔 “홍범도는 뼛속까지 공산당”이라는 다소 급진적인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도 이에 질세라 맞대응 중이다. 

하지만 다수 국민은 정치권의 때아닌 이념 논쟁에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민생 챙기기에 힘써주길 당부하고 있다.

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의 이념 대결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육사가 ‘공산당 이력’을 문제 삼아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을 외부로 이전한다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야당의 거센 공세에 그동안 숨죽이던 여당이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맡은 이철규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홍범도 장군은 공산주의 이념에 충실하였음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제국주의에 항거하여 투쟁한 사실은 사실대로 평가해 독립유공자로 예우는 존중하나 볼셰비키즘을 신봉하고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동족도 적으로 돌렸다면 국군의 사표로 삼을 수는 없다”며 “자유시참변이 일단락된 후인 1921년 9월 스스로 고려공산당 간부라고 밝히고 ‘우리 고려 노동 군중에게’라는 문건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사료를 제시하면서 “(홍범도 장군은) 우리의 적은 일본 침략주의자뿐 아니라 동족 내부의 관료 및 유산자, 외홍내백(外紅內白, 겉만 붉고 안은 하얀)의 가면 공산당원들이다’라며 뼛속까지 붉은 공산당원이 아니면 우리 민족까지도 적으로 돌렸다”고 강조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   사진=임형택 기자

정부여당은 지난 1일 일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주최 행사에 참석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향한 이념 공세도 전개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행위에 대해 정치진영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상을 명시적으로 지칭하진 않았지만 친북 조총련 행사에 참석한 윤 의원을 향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국민의힘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남조선 괴뢰도당’이라 부르며 진행된 추도식에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참석하는 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윤미향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다만 때아닌 이념 대결에 다수 국민은 정치적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경제지표가 부진한 상황에 민생 챙기기에도 여념이 없어야 하지만, 이와는 거리감이 있는 이념적 대결을 주장하는 게 국민을 섬기는 정치권이 할 일이냐는 주장이다. 

자신이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30대 남성 시민 박현태씨는 쿠키뉴스에 “경제 위기 속에 국민 다수는 매일 전쟁과 같은 삶을 살면서 힘들어하는데 정치권은 한가하게 본인들의 이념이 맞다며 싸우고 있는 것이냐”며 “철 지난 이념 얘기는 그만하고 시급한 경제 문제나 먼저 해결해달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인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정권의 성향에 따라 우경화될 수 있지만 이번에 촉발된 이념 논쟁은 다소 뜬금없고, 무계획적인 측면이 있다”며 “오른쪽으로 가더라도 국민적 공감을 얻고 명분을 쌓아가면서 가야 하는데 너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조언했다.

이어 “국익은 물론이고, 여당 입장에서는 총선에도 유리할 것이 없다”며 “당장 이념 대결 국면으로 가기보다는 국민을 생각하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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