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필요 있나” 코로나19 새 변이 확산 조짐에 커지는 우려

신대현 2023. 9. 5.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검사비 부담 갖는 시민들…“자가검사키트 쓰면 될 일”
“검사 강제 못해…고위험군만이라도 검사·치료 독려”
면역체계 무력화 우려 ‘피롤라’…“최악 시나리오 배제 못해”
방역당국, 60세 이상 고령층 등 무료 검사 지원 지속
서울 마포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사진=임형택 기자

지난달 31일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2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후 증상에 따른 검사를 받으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돈을 낼 바엔 검사를 받지 않겠다는 시민이 적지 않다. 기존 면역체계를 뚫어낼 가능성이 큰 새 변이 바이러스가 출몰한 가운데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발생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의료계에 따르면 일반 환자군이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경우 신속항원(RAT)검사 2만~5만원, 유전자증폭(PCR)검사는 6만~8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다만 60세 이상 고령층과 감염 취약시설 종사자, 입원 환자와 보호자 등은 선별진료소에서 PCR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일반적 비용이 추가되면서 검사에 등을 돌리는 시민들은 줄을 잇는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이현성(29) 씨는 “지난 8월 중순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어 동네병원에서 진찰비 5000원을 내고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빠른 검사와 조치를 통해 크게 앓지 않고 잘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제부터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려면 최소 2만원 이상 내야 한다는데 솔직히 부담스럽다”며 “다시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을 테지만, 만약 또 걸린다면 검사를 안 받고 넘어갈 것 같다”고 했다.

대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기현(33) 씨 역시 “바빠서 병원 갈 시간이 없는데 돈까지 지불하며 검사받을 바에 의심 증상이 있어도 심하게 아프지 않은 이상 마스크를 쓰고 장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기 기사로 일하는 안동규(27) 씨는 “편의점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사서 검사하면 될 일을 비싼 돈을 내면서까지 벌리고 싶지 않다”며 “병원 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는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시민들이 검사를 꺼리는 분위기는 의료 현장에서도 체감되고 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이비인후과의원 A원장은 환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확신이 들어 검사를 권유했다가 거부당한 사례를 털어놨다. 당시 환자는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는다고 해서 처방약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굳이 받을 필요가 없다”며 돌아섰다.

A원장은 “시민들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 일상생활의 자유를 침범 받는다고 여기는 것 같다”며 “일선 의료인들 사이에서는 고위험군만이라도 검사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치료를 독려하자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비 유료화로 인해 검사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분명 생길 것”이라며 “조기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제때 치료받지 못하게 되면 위중증이나 사망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건강 불평등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기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보다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가 30여개 더 많은 새 하위 변이 BA.2.86, 일명 ‘피롤라’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무기로, 돌연변이 수가 많다는 건 백신 접종 등으로 형성된 면역체계를 쉽게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 감염·전파 전례를 돌아봤을 때 BA.2.86 변이가 우세종이 된다면 기존에 형성된 면역체계를 회피하면서 유행 규모는 커지고 그만큼 위중증 환자, 사망자가 늘어나 의료체계가 과부화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일어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다행인 점은 BA.2.86의 전염력이 빠르지 않다는 것”이라며 “이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안 되고 자연적으로 소멸할 수도 있지만, 겨울철에 호흡기 바이러스와 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환경 속에서 BA.2.86이 우세종이 된다면 홍역을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60세 이상 고령층과 응급실·중환자실 재원 환자 등에 한해 건강보험에서 코로나19 검사비를 지원하고 신속히 치료받도록 할 방침이다.

질병청 방대본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시 위중증 우려가 큰 60세 이상 노인과 응급실·중환자실 재원 환자 등이 의료기관에서 검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검사비 지원을 유지하고 있다”며 “고위험군과 감염취약층 보호를 위해 감염취약시설 종사자 등이 안정적으로 검사 받을 수 있도록 선별진료소를 지속 운영해 무료 검사를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