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약품 “공급”vs“제재”…약사·수의사 신경전
수의사회 “오남용 우려, 부작용 대처도 불안” ‘약사 예외조항’ 헌법소원 검토
동물의약품의 약국 판매 여부를 놓고 수의사와 약사 단체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약사 단체는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판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수의사 단체는 부작용 우려가 있다며 공급을 제한해야 한다고 맞선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고발인 조사를 위해 지난주 경찰서를 찾았다. 담당 수사관이 탄원서를 접수 받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약사회에 따르면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 2021년 말부터 심장사상충예방약 일부 제품과 외부기생충약 등을 동물병원에만 공급하고 있다. 동물약국 약사들과 약사회가 수차례 요청을 했지만 공급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제약사가 약국에 동물의약품을 공급하지 않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다만 동물의약품은 2012년 약사법 제85조 7항(수의사처방제 약사 예외조항)이 추가된 이후 일부 제품에 한해 약국에서도 처방전 없이 판매가 가능해졌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동물병원에서 직접 동물을 진료하고 발행한 처방전이 약국에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약을 공급받지 못해 조제, 투약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불만이 잇따른다”며 “동물의약품은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아 약국에서 수십여 년 전부터 판매해왔다. 몇몇 제약사의 공급 제한 행위는 차별이며, 약사 직능을 무시한 약사법 위반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병원에서 판매하는 동물의약품과 일반 약국에서 판매하는 약의 가격 차이가 큰데, 일방적으로 약국에 의약품 공급을 제한하면 이는 소비자 선택권 침해에 해당하고 경제적 부담 또한 높이는 것이다. 접근성 확대를 위해서라도 공급을 풀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반면 수의사 단체는 심장사상충약 같은 일부 동물의약품의 경우 약국 판매에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의미래연구소 관계자는 “약대의 교육과 수의대의 내과학 등이나 약리학, 독성학에서 배우게 되는 내용은 다르다. 정확한 진단으로 먼저 동물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난 이후 약을 쓰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 약에 대해 잘 알더라도 동물에게 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떻게 배설되는지 등을 이해하는 것은 별개 문제인데, 약사들은 이런 내용을 자세히 배우지 않는다. 즉, 진단 이후의 치료와 더불어 동물의약품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히 심장사상충약을 처방하려면 반려동물이 심장사상충에 걸린 상태인지, 다른 질환은 없는지 검사를 통해 알아봐야 하는데 약국에서 진료 없이 약만 사서 복용하게 된다면 그 부작용에 대한 대처가 미흡할 수 있다. 피부질환약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수의미래연구소 관계자는 “수의계와 제약업계에서는 부작용 우려가 높은 동물의약품에 대해서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물의약품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약국과 동물병원 사이 직역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형 제약사들의 경우 수년 전부터 동물병원으로만 약품을 공급해왔고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업계에서 보기에는 이번 약사회의 대응이 당황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심장사상충약은 동물병원에서 처방·판매되고, 소비자들도 동물병원에 대한 신뢰가 더 큰데 약사회가 말하는 소비자의 접근성 확대가 실효성 있는 이유인지 의문”이라며 “약사회가 지목한 동물의약품들이 약국에서 판매될 경우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섣불리 입장을 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약사회 소송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수의사회는 약사 예외조항 철폐를 위한 헌법소원 청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열린 대한수의사회 이사회에서는 변호사 3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사 예외조항 관련 헌법소원에 대한 법률 검토가 이뤄졌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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