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명 수사 고비마다 위증죄…"사법방해 탓"vs"방어권 침해"

허정원 2023. 9.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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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소환 조사에 이목이 집중될 무렵,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이 대표가 대통령 후보 당시 대선캠프 상황실장을 지낸 박모씨와 서모씨의 주거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홍우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대장동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위조된 증거를 제시하고 거짓 증언을 했다는 혐의의 증거를 찾기 위해서다. 검찰은 일주일 후인 24일엔 의혹의 당사자인 이 전 원장과 김 전 부원장의 변호인 이모씨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5월3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현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 전 원장이 김 전 부원장의 알리바이를 제공하기 위해 위조된 휴대전화 일정표 사진 등을 재판부에 제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어 29일 이 전 원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원장은 검찰 수사와 영장심사 과정에서 위증과 자료조작을 인정해 구속을 면했지만, 이를 계기로 “검찰의 위증 수사가 피고인의 변론권·방어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에도 불이 붙었다. 민주당은 이 압수수색 당일 “재판을 하는 상대(김 전 부원장) 쪽에 유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검사가 증인과 가족·지인들을 무차별 압수수색하는 것이 공정한 수사인지 묻고 싶다”는 성명을 냈다. 압수수색을 당한 이모 변호사도 지난달 31일 참고 서면을 통해 “이런 식이면 누가 피고인을 위해 증언을 하며 어느 변호인이 증인과 연락을 하겠나”고 말했다.


‘이홍우’ 불 당긴 위증 수사 논란…대북송금·백현동에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 재판에서 위증을 한 혐의 등을 받는 이홍우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 전 원장은 검찰 수사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위증과 증거조작 사실을 시인했고, 재판부는 사안의 중대성에도 이를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뉴시스.
검찰은 지난해 7월 이 대표 관련 수사에 착수한 이후 고비마다 위증·위증교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원지검은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이 구속 일주일여 전인 지난해 9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구속 기소)에게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안 회장을 연결한 것이 자신이 아니라는 취지로) 김 전 회장과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하자”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대북 브로커인 안 회장과 이 전 부지사, 그리고 김 전 회장의 삼각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수사의 관건이던 국면이었다.
김주원 기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에서 검찰은 2019년 이재명 대표의 검사사칭 사건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있었던 위증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백현동 사업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측근 김모씨가 해당 사건 관련 재판에서 “고소인(김병량 전 성남시장) 측이 이 대표를 주범으로 몰아가려 해 이 대표가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증언했는데, 이것이 이 대표의 직접 요청에 따른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런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김 전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입수했다.


피고인 중 2.3%만 구속…까다로운 위증수사 왜


검찰이 핵심 피의자 주변 인물들의 위증 혐의를 파고드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누군가의 법정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사람 자신의 기억에도 배치된다는 것을 입증해야해 수사에 품이 많이 들지만, 유죄가 인정돼도 처벌은 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유죄가 확실하게 예상되지 않는 경우라면 위증 사건은 기소 자체도 매우 신중한 편”이라고 말했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위증과 증거인멸 사건 피의자 2171명 중 기소에 이른 건 512명(23.6%)이고 이중 구속된 사람은 12명(2.3%) 정도다. 대부분은 불구속(261명) 기소나 구약식(239명)으로 끝났고 기소유예·혐의없음 등 불기소 처분에 그친 것도 254명이나 됐다.
정근영 디자이너

그럼에도 최근 검찰이 키맨의 주변 인물들의 위증 혐의에 대해 수사 하는 건 증거인멸 우려를 드러내 키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감시용 변호사’ 논란 등에서 보듯 먼저 수사 대상이 된 이 대표 주변인물들의 진술을 관리하려는 조직적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그나마 검수원복(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으로 위증죄에 대한 직접수사가 가능해진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선임됐던 변호인 일부가 이 대표 측이 두 사람의 진술의 통제하기 위한 붙인 감시용이라고 보고 있다.

수사 자체가 위증 혐의에 대한 검찰 직접 수사의 근거가 되는 검수원복 시행령에 힘을 싣는 차원도 있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과된 검수완박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자 민주당은 “검찰 위증 수사의 대부분은 인지가 아닌 고소·고발”이라며 검수원복 시행령의 원상복구를 요구해 왔다. 대검은 “지난해 9월 시행령 개정으로 올해 1~7월 위증사범 인지 인원이 전년 동기 대비 63.9%, 범인은닉·도피사범 인지 인원이 80.6% 대폭 증가했다”(지난달 27일 보도자료)고 대응 중이다.

최근 법무부가 허위진술 및 증거 수집을 방해하기 위한 이익 제공 등 시도를 처벌하는 사법방해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도입에 적극적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무부는 “현행 무고·범인은닉·위증·증거인멸죄나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만으로는 수사기관에서의 허위 진술, 허위 증거제출이나 증인의 출석·진술 방해행위에 대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말 잘 못하면 수사받겠네…증언 독립성 침해”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우측 두번째)이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법원 삼거리 부근에서 열린 검찰의 로펌 압수수색 및 법원의 영장발부 규탄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일단 사건의 핵심 인물을 기소한 뒤 증인 등 주변 인물을 위증죄로, 피고인을 위증교사죄로 재판 내내 압박하는 상황이 전개되며 새로운 수사 패턴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위증교사의 배후로 피고인들의 변호인이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되자 대한변호사협회는 “검찰이 수사 편의를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제공한 법률자문 내역을 입수하는 사태가 빈번해지고 있다”며 “국민 기본권을 엄연히 침해하는 수사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수원지검의 위증 수사 착수 당시에도 이화영 전 부지사 측 서민석 변호사는 “(증인이) ‘내가 말 잘 못 하면 수사받는구나’ 싶은 게 없겠느냐”며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소환 조사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이는 법정 증언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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