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챙기고, '조직' 다지고…김기현 대표의 투트랙

김민석 2023. 9.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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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 與 지도부 이끌고 '민생 현장 찾기'
노동·경제·산업 등 현장 찾으려 민생버스·
해결사 시리즈 확대…조직 챙기기도 '방점'
'촛불 집회·단식 투쟁' 등 野전략과도 대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3년도 당원협의회 사무국장 연수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9월 정기국회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의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촛불집회와 단식투쟁으로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하는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생과 조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민생 정책과 조직 강화를 향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투자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같은 시도가 유의미한 여론반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4일 체불임금 문제를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상습적인 악덕 사례에 대해선 무관용의 원칙에 입각해 단호하게 대응해달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소규모 제조업장과 건설 업체 등 취약 현장에서 여전히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단 얘기를 듣고 강경 대응을 요청한 것이다.

정기국회 첫 행보로 김 대표가 이날 노동청을 찾은 이유는 고용노동부가 추석을 앞두고 27일까지 운영하는 '체불 예방·청산 집중 지도기간'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김 대표에게 '임금체불 예방 및 조기청산 대책'을 보고한 노동부 역시 임금체불을 '반사회적 범죄'라고 규정하며 퇴출에 전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김 대표가 노동현장을 찾은 건 갑작스러운 이유에서가 아니다. 지도부 출범 이래 월 1회성으로 진행하던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 시리즈의 일환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달 14일엔 강원도 원주를 찾아 교통정책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 규정 개선'이란 해법을 도출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7일에는 서울 마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찾아 수 차례 발생한 '묻지마 흉기난동'으로 극심해진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조속한 추진을 약속했다. 지난 5월 8일에는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를 찾아 가족돌봄청년들과 만남을 갖고 애로 사항을 청취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모든 활동이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 시리즈다.

김 대표는 민생 정책 마련을 가시화하기 위해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를 매주 1회 이상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추석을 앞둔 3주간을 '민생·경제 올인 기간'으로 삼고 취약계층 고충을 점검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지도부가 결정한 '민생버스' 운영과 무관치 않다. 민생버스는 주 2회 운영되며 노동·경제·산업 등 애로사항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직접 보고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마련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제2차 윤석열 정권 폭정 저지 민주주의 회복 촛불문화제에서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총선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당 조직을 챙기는 일에도 전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도 당원협의회 사무국장 연수'에서 "국민들은 입에 발린 말에 속지 않는다. 괴담, 가짜뉴스에 속지 않을 만큼 충분히 성숙된 역량을 갖고 계신다"며 "거짓말하고 보여주기쇼를 하더라도 우리 진심을 알아주는 국민들이 우리를 밀어주는 방법으로 선택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윤재옥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민생을 내팽개치고 정기국회 목전에 당대표 단식으로 정상적인 국회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가 해야 할 일과 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정하고 민심을 얻기 위해 국회의원, 사무처 당직자들이 다 같이 한시도 허투루 쓰지 않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 마음을 모아서, 정말 원팀이 돼 선거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고당협을 제외한 전국 209개 당협을 대상으로 지난 2020년 이후 3년 만에 정기 당무감사를 실시해 조직 정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방 뿌리조직인 당원협의회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통해 총선 경쟁력을 재점검한다는 취지다.

이 같은 국민의힘의 행보는 정기국회와 총선을 앞두고 대여 투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민주당과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도 윤 정권 폭정 저지를 기치로 '민주주의 회복 촛불 문화제'를 실시했다. 해당 행사를 위해 민주당은 전국 17개 시·도당에 각 200명씩의 인원을 지원하라는 동원령을 내리기도 했다. 아울러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하며 사법 리스크와 정기국회 극한대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당협 사무국장 연수에서도 이 대표를 향해 "국회본청 앞에 텐트를 쳐놨던데 일해야 할 곳은 텐트가 아니라 민생현장"이라며 "밤에 어디를 가는지 모르겠지만 답답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수많은 이야기와 프레임, 이념들이 왔다갔다하는 곳이 정치판이지만 결국 투표권을 쥔 국민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먹고사는 문제"라며 "접근 방식이 투박할 수는 있지만 실제 현장을 찾아가는 지도부의 모습이 울림을 줄 수 있을 때까지 계속된다면 여론을 움직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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