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특수통과 극우의 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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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 80년대 검찰의 꽃은 공안이었다.
특수통이 장악한 검찰 20년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리지만 어느 쪽에서 바라보든 특수부 검사는 용공 수사에 특화된 구(舊) 공안과는 다른 집단이다.
공정·정의 같은 국민적 열망을 등에 업고 대선을 돌파해낸 전직 특수부 검사가 옛 공안은 꿈도 꾸지 못할 속도와 솔직함으로 극우의 품에 달려가 안긴 이 기묘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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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 80년대 검찰의 꽃은 공안이었다. 대공 수사와 학원·노동 사건 등을 다루는 공안 검사는 군부독재 시절 권력과 직거래하던 조직 내 로열패밀리였다. 문민정부 이후 판이 뒤집혔다. 공안통이 정권 수호 첨병으로 두들겨 맞는 사이 대형 사건을 캐는 특수부 검사들이 떴다. 분기점은 1995년 전두환·노태우 구속. 최고 권력을 잡는 특수통의 기개가 처음 주목받았다. 정점을 찍은 건 2017년 국정농단 특검이었다. 지금은 비리 혐의로 구속된 박영수 특검과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이 ‘레전드 공안 검사’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잡아들이고, 지난 대선에서 ‘특수통’ 윤석열 후보가 ‘공안통’ 황교안 전 대표를 꺾고 보수의 얼굴이 되면서 검찰의 세력 교체는 장대한 마침표를 찍었다. 그 이후는 지켜본 그대로, 특수통 전성시대다.
특수통이 장악한 검찰 20년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리지만 어느 쪽에서 바라보든 특수부 검사는 용공 수사에 특화된 구(舊) 공안과는 다른 집단이다. 이념적으로도, 법 기술로도 그렇다. 공안통에게 보안이 생명이라면 특수통의 거물 수사는 여론의 지지에 사활을 건다. 여론에 민감한 게 나쁜가. 현실에선 나쁜 일이 제법 있었다. 어떤 피의사실은 흘리고, 어떤 정보는 캐비닛으로 사라졌으며, 어떤 수사는 미심쩍은 결말을 맞았다. 그래도 반부패라는 명분은 강력했다. 권력 감시라는 시민적 요구가 부작용을 압도하는 동안 특수통은 공안을 누르고 검찰 주류로 승승장구했다. 결과는 특수통의 완승. 따지자면 민주화가 열어준 기회였다.
그러니 2023년의 상황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공정·정의 같은 국민적 열망을 등에 업고 대선을 돌파해낸 전직 특수부 검사가 옛 공안은 꿈도 꾸지 못할 속도와 솔직함으로 극우의 품에 달려가 안긴 이 기묘한 상황. 거악 척결을 명분으로 시민들이 모아준 정치적 동력이 한 보따리에 담겨 극우 세력에게 넘어가는 기막힌 현실 말이다.
최근 대통령 입에서는 전례 없는 강도로 극우적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 축사를 시작으로 8월 광복절 경축사, 국민통합위원회 보고회·국민의힘 연찬회·민주평통 간부 간담회를 거쳐 9월 국립외교원 기념식 축사까지 공산전체주의·반국가세력·허위 조작·선전 선동 같은 증오의 말이 정치판을 달궜다. 중간엔 역사 논쟁도 끼어들었다.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다.
맥락이 불분명한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누구는 극우적 어휘가 대통령의 원래 성향이라고 하고, 누구는 ‘뉴라이트 늦바람’이라고 진단한다. 반대파를 겨냥한 급한 우향우라는 추측도 나왔다. 그도 아니면 신냉전의 외교 노선을 국내 정치에 투영한 악마화 전략일까. 의도가 무엇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선택한 언어가 보수층을 열광시킬 비장의 무기라고 판단한 듯하다. 적개심에 불을 댕기고 지지층의 전투력을 상승시킬 보수의 치트키. 그게 이토록 납작하고 초라한 과거의 어휘뿐인가.
윤석열정부와 극우 세력이 실제 어느 수준에서, 어떤 강도로 인적 결합을 했는지는 대통령 발언의 진의만큼이나 베일에 싸여 있다. 공무원 교육을 담당하거나 과거사와 인권을 고민하고 경찰제도를 다듬는 자리에 극우 성향 인사가 임명된 사실 정도만 알려져 있다. 특히 대통령실은 집권 초기 극우 유튜버 근무 논란 이후에도 내부 인력 구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법원은 뉴스타파와 참여연대가 대통령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소속 직원 명단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1심일 뿐이어서 최종 결과는 기다려봐야겠지만 명단이 나오면 궁금증 몇 가지는 풀릴 거 같다. 그때가 되면 대통령 말의 뜻도 제대로 이해하게 되려나.
이영미 영상센터장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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