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단축수업” 긴급 공지에 혼란… 학부모가 대신 돌봄학습도

김재환,백재연,정신영 2023. 9. 5.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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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당일 아침에 갑자기 연락이 오니."

초등학생 자녀를 둔 A씨는 4일 아침 학교로부터 단축수업이 진행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재량휴업을 결정한 한 초등학교 교장은 "휴업을 하지 않으면 교사가 없는 상황에서 수업을 해야 하니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게 하려고 결정을 내렸다. 학부모들도 결정을 지지해 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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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곳 재량휴업… 수업 공백도 속출
등교시킨 뒤 출근한 맞벌이 당혹
자발적으로 체험학습 활용하기도
지난 7월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교실 책상 위에 4일 교사의 49재를 기리는 꽃이 놓여 있다. 윤웅 기자


“예상은 했지만 당일 아침에 갑자기 연락이 오니….”

초등학생 자녀를 둔 A씨는 4일 아침 학교로부터 단축수업이 진행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이가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학교로 등교한 직후였다. 뉴스를 보고 혹시나 했지만 막상 통보를 받으니 당혹스러웠다. 그는 부랴부랴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귀가해야 했다.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로 이름 붙인 4일 많은 학교 교사들이 결근하거나 조퇴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 공백 상황이 속출했다. 등교 직전에서야 가정으로 공지가 전달되는가 하면 학생이 등교하자마자 하교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학부모들은 등교 시간까지 학교 측 안내가 없어 일단 아이를 학교에 보낸 뒤 불안한 마음으로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어야 했다.

서울 서초구 B초등학교도 오전 7시54분에야 학부모들에게 교육과정 변경 운영을 알리는 긴급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이 학교는 학급·학년을 통합해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1교시만 진행한 뒤 하교를 결정한 학교도 있었다.

학교 ‘e알리미’와 학급 단체대화방으로 단축수업 안내를 받은 일부 학부모는 혼란스러워했다. 자녀를 등교시키고 출근한 뒤 소식을 접한 맞벌이 부부들의 당혹감은 더 컸다. 자녀 하교 시간에 맞추기 위해 반차를 쓰는가 하면 멀리 사는 시부모에게 연락해 도움을 받기도 했다. 초등학생 손주를 둔 김모(75)씨는 “아들 내외가 급하게 전화해 손주를 데리러 왔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재량휴업을 결정한 학교는 사정이 좀 나았다. 애초 상당수 초등학교가 이날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교육부의 강경대응 방침 고수에 대부분 학교는 철회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전국 초등학교 6000여곳 중 임시휴업을 한 학교는 37개교에 머물렀다.

재량휴업을 결정한 한 초등학교 교장은 “휴업을 하지 않으면 교사가 없는 상황에서 수업을 해야 하니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게 하려고 결정을 내렸다. 학부모들도 결정을 지지해 주셨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나서서 수업 공백을 메운 곳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 언북초에선 학부모 50명이 아이들의 등하교와 급식 지도, 돌봄학습 등을 도왔다. 이 학교 정진아 학부모회장은 “입장은 다 다르지만 교사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학생 안전과 학습권 보호를 위해 손을 보태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연계 체험학습을 이용하는 가정도 많았다. 서울 성동구 응봉초에 다니는 이동현(11)군은 어머니와 함께 성동구청에서 마련한 안전체험학습에 참여했다. 이군은 “오늘 선생님들이 집회에 나가는 날이라고 들었다. 선생님들 상황이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에서 생활·학사 운영이 파행을 빚을 것을 우려해 교육청 본청과 직속기관 인력 300여명, 11개 교육지원청 인력 550여명을 학교 현장에 투입했다.

김재환 백재연 정신영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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